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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해진 문 정부 ‘진보 헌재’…7년 만에 뒤집힌 낙태죄

법조계에선 11일 낙태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단이 이미 예견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사회적 인식 변화와 함께 헌재 재판관들도 진보 성향 인사들로 대폭 메워졌기 때문이다. 헌재 재판관 9명 가운데 8명은 문재인 정부 들어 바뀌었거나 바뀔 예정이다. 헌재의 진보 색채가 뚜렷해지며 향후 각종 쟁점 사안에 대한 이념 편향적 판단이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헌재는 2012년 8월 낙태죄에 대해 4(합헌) 대 4(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7년이 지난 뒤 헌재의 판단은 달라졌다. 헌재 재판관 구성원이 바뀐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당시 결정에 참여했던 재판관들은 모두 퇴임했다. 새로 구성된 6기 재판관은 9명 중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명한 서기석·조용호 재판관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추천한 이선애 재판관 등 3명을 제외하곤 모두 문재인 정부 들어 임명됐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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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선 6기 헌재 재판관들의 성향을 진보 4·중도 2·보수 3으로 분류한다. 문 대통령이 지명한 유남석 헌재 소장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다. 김 대법원장이 추천한 이석태 재판관은 민변 회장 출신이다. 이은애(김 대법원장 추천)·김기영(더불어민주당 추천) 재판관도 진보 성향으로 꼽힌다.
 
이종석·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은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박 전 대통령이 지명한 서·조 재판관은 18일 퇴임한다. 이선애(양승태 전 대법원장 추천)·이영진(바른미래당 추천) 재판관은 중도 성향으로 꼽힌다.
 
이날 낙태죄에 대한 헌재 재판관들의 판단도 이런 성향과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진보 성향의 유남석 소장, 중도 성향의 이선애·이영진 재판관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라며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렸다. 진보 성향인 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은 한 발 더 나아가 낙태죄를 유예 기간 없이 당장 폐지해야 한다는 단순위헌 의견을 냈다. 반면 보수 성향의 조용호·이종석 재판관은 합헌 의견을 냈다. 보수 성향의 서기석 재판관은 헌법불합치 의견이었다.
 
자율형사립고와 일반고가 학생을 동시에 선발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80조 1항에 대한 헌재의 합헌 결정에선 재판관의 이념 성향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이 시행령 조항은 자사고의 우선선발권을 박탈하는 내용이다. 진보 성향인 유남석 소장과 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은 합헌 의견을 낸 반면 보수와 중도 성향의 재판관 5명은 모두 위헌 의견을 냈다. 위헌 정족수 6명에서 1명이 모자라 합헌 결정이 났다.
 
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이 퇴임하면 헌재의 진보색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두 재판관 후임으로 문형배(54·18기) 부산고법 수석부장판사와 이미선(49·26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두 후보자 모두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문 후보자는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냈고, 이 후보자는 노동법 전문가로 꼽힌다.
 
두 후보자가 임명되면 재판관 9명 중 진보성향 재판관이 6명으로 위헌 정족수를 확보하게 된다. 향후 ▶동성애 ▶국가보안법 ▶사형제 ▶최저임금제 같은 주요 쟁점 사안에 대해 편향적 결론이 나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정권에선 보수 편향이 우려였고 이번 정권에선 반대”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재판관들의 편향성 얘기가 나오는 건 사법부 독립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기정·백희연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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