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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차에 눈인사…‘정신나간 선행’이 전파한 의외의 기쁨

기자
윤경재 사진 윤경재
[더,오래] 윤경재의 나도 시인(32)
곱게 핀 연꽃 위로 여름 햇살이 비치고 있다. [사진 pixabay]

곱게 핀 연꽃 위로 여름 햇살이 비치고 있다. [사진 pixabay]

 
수련
빛의 수다쟁이 여름이
파문을 일으켜
무심코 던진 마음 하나
 
말 없는 수련만
눈길 주지 못했어도
잠시 흔들리며
짝사랑을 보내온다
 
너였구나
눈처럼 둥글려 뭉쳐진
그 향기가
 
자리 털고 일어나
오고 가지 않는 건
사랑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고요한 연못의 물밑 움직임을
어두워도 지켜야 한다고
늘 기억해주지 않아도
언제나 제자리에 머물렀다고
 
[해설]
산수유나무에 노란 꽃이 활짝 핀 가운데 직박구리 한 마리가 나무에 매달린 빨간 열매를 따 먹고 있다. 식물은 자손을 번식시키기 위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동물은 그 열매를 먹고 난 후, 배설물로 식물의 자손 번식을 돕기도 한다. [연합뉴스]

산수유나무에 노란 꽃이 활짝 핀 가운데 직박구리 한 마리가 나무에 매달린 빨간 열매를 따 먹고 있다. 식물은 자손을 번식시키기 위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동물은 그 열매를 먹고 난 후, 배설물로 식물의 자손 번식을 돕기도 한다. [연합뉴스]

 
지구 상에 있는 모든 생명체는 자기 종을 번식하기 위해 유전자를 세상에 퍼트린다. 생명체 중에 장소 이동을 못 하는 식물이 선택한 방법은 자신의 일부를 동물이나 다른 생명체에게 공짜로 제공해 자손을 퍼뜨리는 것이다. 자신의 일부란 향기 나는 꽃과 꿀, 맛있는 열매를 말한다.
 
‘자리이타’ 실천하는 식물
식물은 광합성을 이뤄 지구 상에 산소를 공급한다. 덕분에 대기 중엔 21%라는 일정한 산소농도가 유지되고 있다. 산소는 생명체가 에너지를 얻는 바탕이다. 식물들이 생존하기 위해 만든 화학적 장치는 동식물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에너지를 공급하거나 약물이 되어 병을 치료하는 재료로 쓰인다.
 
이렇게 볼 때 식물도 어떤 의식과 마음이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해를 향해 잎과 가지를 성장시키는 것도 식물의 마음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자신과 타자를 분별할 줄 알고, 남을 도우면서 자신의 유전자를 보존하는 자리이타를 실천하는 마음이 있다고 하겠다.
 
인간은 동물 중에서 좀 특별한 종이다. 특히 발달한 두뇌작용을 통해 얻은 언어라는 도구로 이웃과 소통하며 공동체를 이루는 능력이 있다. 또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가상의 구조물을 만들고 이해하는 능력이 있다. 아무리 군집생활을 하는 개미나 꿀벌이라 하더라도 그들은 제한된 소통만 가능하다. 그러나 사람은 70억 인류가 사회라는 하나의 가상 공동체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받아들인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인류의 발전과정을 인지혁명과 농업혁명, 과학적 혁명으로 나누어 설명하면서 인간의 지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설명한다. 그는 인간의 능력 중에서 가장 독특한 것으로 가상의 세계를 구축하는 능력을 꼽았다. 인간은 과학혁명으로 자신의 무지를 해소하기 위해 지식을 쌓기 시작했다. 먼저 발명한 것이 지식을 확장하는 방법이다. 경험적 데이터를 수학이라는 논리로 지식을 정리하는 것이다.
 
인간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지식을 쌓아왔다. 하나는 수학과 데이터 논리를 기반으로 지식을 정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경험을 감수성으로 이해하며 쌓는 지식이다. 감수성의 의미가 커지면서, 문학, 영화, 음악 등 개인 예술 활동의 가치도 커지고 있다. [사진 unsplash]

인간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지식을 쌓아왔다. 하나는 수학과 데이터 논리를 기반으로 지식을 정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경험을 감수성으로 이해하며 쌓는 지식이다. 감수성의 의미가 커지면서, 문학, 영화, 음악 등 개인 예술 활동의 가치도 커지고 있다. [사진 unsplash]

 
그러다가 산업혁명 이후 윤리적 지식을 얻는 두 번째 방법을 깨달았다. 그것은 인간 각자가 외부와 접촉함으로써 얻은 개별 경험들을 예리한 감수성으로 이해하고 지혜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의 감수성에 의한 선택과 결정에 큰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그 결과 현대사회는 여행이라든지 문학, 영화, 음악 등 개인 예술 활동에 큰 가치를 두었다. 그리고 그는 21세기의 주력 상품은 몸, 뇌, 마음이 될 것이고 몸과 뇌를 설계할 줄 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이라 예견했다.
 
어떤 책에서 ‘때로는 우리 인생에서 엉뚱한 친절과 정신 나간 선행을 실천해보자’라는 글귀를 읽은 기억이 난다. 한 실례를 들었는데, 몇 년 전 크리스마스 때 어떤 사람이 900원 하는 고속도로 통행료 정액권을 일곱장 떼어 통행료 징수원에게 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메리 크리스마스. 한 장은 제 몫이고요. 나머지 여섯장은 뒤에 오는 운전자분들에게 나눠주세요. 앞 차에 탄 사람이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행복한 날을 보내라고 말했다고 전해 주세요.”
 
작은 선행이 서로에게 의외의 기쁨이 된다. 어떤 사람이 뒤 차량 몫의 고속도로 통행료 정액권을 결제해 그들에게 예상치 못한 선물과 함께 덕담을 안겨준 일이 있었다. [중앙포토]

작은 선행이 서로에게 의외의 기쁨이 된다. 어떤 사람이 뒤 차량 몫의 고속도로 통행료 정액권을 결제해 그들에게 예상치 못한 선물과 함께 덕담을 안겨준 일이 있었다. [중앙포토]

 
그 글귀를 읽고 감명을 받았던 여러 사람이 자신들이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일,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의외의 기쁨을 전파했다고 한다. 노인정에 가서 안마해주기, 독거노인에게 도시락 배달하기, 아침 일찍 동네 앞 쓸기, 눈이 펑펑 내린 날 주차 돼 있는 차의 눈 쓸어 주기, 교차로에서 옆 차 운전자에게 눈인사하기, 범퍼만 조금 긁혔을 땐 ‘나도 그런 적 있어요’ 하고 웃으며 양보하기, 산책로에 널려있는 쓰레기 줍기.
 
선물 받은 꽃다발에서 꽃 한 송이씩 빼서 이웃집 문 앞에 붙여 놓기, 비 오는 날 지짐이 부쳐 이웃집과 나눠 먹기, 한가한 지하철 안에서 껌 한 통씩 돌리고 머쓱하게 딴 데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공짜니 옆 사람과 나누어 드세요’하고 큰소리치기, 악기 하나 들고 광장에서 노래 부르기 등이다. 그 밖에도 큰돈과 큰 힘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일이 의외로 찾아보면 많다.
 
간디 “중요한 건 행위 그 자체”
정신 나간 선행은 전염성이 있어 금세 퍼져 나간단다. 기쁜 일이 없어도 활짝 웃거나 미소를 지으면 기운이 난단다. 나뿐만이 아니라 이웃에게도 큰 기쁨을 준단다. 
 
간디는 이렇게 말했다. “중요한 것은 행위의 결실이 아니라, 행위 그 자체에 있다. 우리는 자주 옳은 일을 해야만 한다. 지금 당장 그 결실을 얻을 수 있는지 아닌지는 우리의 능력 밖의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일을 시도도 하지 않거나 중단해서는 안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로 아무런 결과도 없기 때문이다.”
 
21세기에는 컴퓨터 언어가 세상을 지배할 수도 있다. 컴퓨터의 우월한 연산능력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최적의 문제풀이 절차와 경로를 미리 명령해 정해주어야 하는 데 이를 알고리즘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매번 최단거리의 알고리즘만 수행하다 보면 도리어 우회하는 현상이 벌어진다고 한다. 이런 현상을 ‘그리디(탐욕) 알고리즘’이라고 부른다. 선택의 인색함을 추구하다 보니 외골수 스타일만 고집하게 되어 세상이 단순해지고 편향적이게 된다. 한마디로 재미없는 세상이 되고 만다.
 
21세기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인간의 덕목은 타자와의 공감 능력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베풀어 주는 사랑과 자기가 당하기 싫은 일은 결코 타자에게 시행하지 않는 정의가 공감의 근본이다.
 
공감을 위해서 이웃을 포함한 타자가 지금 왜 이런 모습을 내게 보여주는지 ‘맥락적 경청’을 할 필요가 있다. 그의 태도와 말의 내용을 살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 의도와 감정, 배경까지 헤아리며 듣는 것이다. 비트켄슈타인은 맥락적 경청이 우리에게 진정한 자유를 선물한다고 강조한다. 그런 의미에서 찬란한 빛의 난반사 속 세미원 연못에서 만난 한 송이 수련은 내게 큰 가르침을 주었다.
 
윤경재 한의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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