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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왕’ 트럼프 2년…억만장자 므누신, 로스만 살아남았다

 “당신은 해고야! (You‘re fired!)”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백악관 ‘해고왕’에 등극했다. 15년 전 NBC방송의 직업 오디션 프로그램 ‘어프렌티스’를 진행하며 특유의 해고 통보 대사를 크게 유행시켰던 명성대로다. 올들어서만 벌써 내각 및 백악관 보좌진 9명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트럼프가 취임 2년 안에 가장 많은 장관과 보좌진을 떠나보낸 대통령”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40년래 최다…전례없는 ‘물갈이’ 러쉬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월 취임 후 현재까지 총 42명을 백악관에서 내쫓았다고 보도했다. 이어 “임기 첫 해에 트럼프만큼 많은 각료를 백악관에서 내보낸 대통령은 적어도 최근 40년 동안은 없었다”며 “(백악관 공직자들의) 이탈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일요일이던 7일 저녁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을 ‘트윗 해임’한 데 이어 이튿날 국토안보부 소속 비밀경호국(SS)의 랜돌프 앨리스 국장 교체를 발표했다. 2020년 재선을 앞두고 지지세력을 결집시킬 반이민 정책 관련 성과가 부족하다는 게 두 사람을 해고한 주된 이유로 보인다.
 
닐슨 장관은 해임 발표 불과 사흘 전인 지난 5일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미-멕시코 국경 지대 회의에 참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닐슨 장관은 해임 발표 불과 사흘 전인 지난 5일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미-멕시코 국경 지대 회의에 참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의 잦은 인사 변동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현 행정부 초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된 지 불과 25일만에 전격 사임을 발표한 마이클 플린이 이탈 행렬의 시작이었다. 
 
 이후 백악관에서는 한두달이 멀다하고 짐을 싸서 떠나는 각료가 나왔다. 국무·국방·법무·내무장관 등 유사시 부통령·상하원의장에 이어 대통령직을 최우선으로 승계할 주요 장관들 뿐 아니라 비서실장·대변인·수석 전략가 등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핵심 참모들이 줄줄이 교체 수순을 밟았다.
 
 미국 ‘안보사령탑’이라 할 수 있는 국가안보보좌관은 벌써 세 명이나 새로 임명됐다. 육군 중장 출신인 플린과 3성 장군 출신 허버트 맥매스터가 연달아 퇴진하면서 “군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트럼프는 괘념치 않았다. 그리고 그 후임으로 본인이 즐겨 보는 보수 성향 폭스뉴스에 고정 출연하던 존 볼턴을 발탁했다.
억만장자만 생존…‘견제와 균형’ 용납 안 해
 트럼프 대통령의 인사권 남용은 전임 오바마 행정부 때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재선에 성공해 8년간 재임한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내 단 두 명의 국무장관(힐러리 클린턴, 존 켈리)과 호흡을 맞췄다. 트럼프는 취임 1년 2개월만인 지난해 3월 자신의 뜻에 반기를 든다는 이유로 초대 국무장관 렉스 틸러슨을 경질했다.
 
 후임으로 임명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020년 캔자스주 상원의원에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이 예측이 현실화하면 트럼프는 조만간 세 번째 국무장관을 지목하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이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윌버 로스 상무장관(왼쪽)과 함께 지난해 7월 백악관에 앉아있는 모습. [AP]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이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윌버 로스 상무장관(왼쪽)과 함께 지난해 7월 백악관에 앉아있는 모습. [AP]

 트럼프 취임 이후 지금까지 살아남은 ‘실세’ 장관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 뿐이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트럼프와 같은 억만장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골드만삭스 임원이었던 므누신은 2대째 월스트리트 투자시장에 몸을 담은 전형적인 유대인 금융 부호 집안 출신이다. 트럼프처럼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WL로스&컴퍼니)를 운영하는 로스는 국제 금융재벌 가문 로스차일드에 25년간 몸담으며 ‘기업 저승사자’로 활약했다.
 
 아직은 므누신과 로스 외에도 미 행정부 15개 부처 중 7곳(농무·노동·보건복지·교통·주택·에너지·교육) 장관들이 트럼프의 해고 통보 없이 직무를 정상 수행 중이다. 하지만 유독 전략적 판단 개입 여지가 큰 국가안보·국방 분야 핵심 보직들이 이전 행정부들에 비해 지나치게 일찍, 자주 교체됐다는 점은 부인할 여지가 없다. 트럼프가 국정을 ‘1인 운영 체제’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한 이유다.
 
 틸러슨 전 국무장관 사퇴 이후 보여준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은 이 같은 비판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그는 틸러슨을 향해 “돌같은 멍청이(dumb as a rock)”, “끔찍히 게으르다(lazy as hell)”는 막말을 날리며 원색적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틸러슨은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과 함께 ‘어른들의 축’으로 불리며 충동적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견제와 균형 역할을 했던 참모다. 지난해 12월 매티스 전 국방장관이 경질되면서 세 사람 모두 트럼프 행정부에 등을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으로 불렸던 3인방과 함께 취임 초인 2017년 5월 회담장에 앉아 있다. 왼쪽부터 허버트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트럼프 대통령, 제임스 메티스 전 국방장관. [AP]

트럼프 대통령이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으로 불렸던 3인방과 함께 취임 초인 2017년 5월 회담장에 앉아 있다. 왼쪽부터 허버트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트럼프 대통령, 제임스 메티스 전 국방장관. [AP]

‘예스맨’ 일색…2020년 국민이 판단할까
 지난 2년간 내각 뿐 아니라 백악관 보좌진도 굴곡진 변화를 겪었다. 존 켈리 비서실장, 숀 스파이서 대변인 등 주요 보직자가 줄줄이 사임했고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선거 운동 기획자인 스티브 배넌 최고 전략가, 롭 포터 부속비서관 등도 잇따라 백악관을 떠났다. 대언론 업무를 총괄하는 공보국장 자리는 마이크 덥키, 호프 힉스, 앤서니 스카라무치, 빌 샤인 등 4명이 차례로 거쳐간 뒤 또 공석이 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예스맨’으로 채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 정가에선 백악관이 이미 ‘트럼프 왕국’이 돼 버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트위터를 통해 느닷없이 장관을 교체하거나, 독단적 판단으로 여당인 공화당과도 엇박자를 내는 일이 더 이상 놀랍지 않은 일로 여겨진다.
 
 악시오스는 돈 맥갠 전 백악관 법률고문의 말을 인용해 “ 백악관 내에는 보편적 의미의 비서실장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마이웨이’식 독주 외에 정상적인 정책 추진 통로가 전혀 없다는 의미다.
 
 트럼프는 2004년 자신의 빅히트 유행어 ‘당신은 해고야(You’re fired)’를 상표권 등록하려다 실패한 경험이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지난해 미 상표권 등록 목록에 “2020년 당신은 해고야(You‘re fired 2020)”가 들어있었다는 점이다. 영국 BBC방송은 “차기 미 대선에 나올 트럼프의 경쟁자가 이 문구의 독점 사용권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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