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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서울인구만큼 노인 느는 중국, 신약 15개 FDA 승인 도전

한국 위협하는 ‘제조 중국’ ④ 바이오
란이둥 제노보 바이오 대표가 곰팡이병에 강한 유전자 교정 밀을 소개하고 있다. [강기헌 기자]

란이둥 제노보 바이오 대표가 곰팡이병에 강한 유전자 교정 밀을 소개하고 있다. [강기헌 기자]

새벽부터 내린 눈에도 밀 싹은 초록을 뽐냈다. “엥” 소리를 내며 하루살이가 날았다.
 
지난 2월 19일, 중국 톈진시 우칭 개발구 일대엔 새벽부터 눈발이 날렸다. 한겨울 날씨에도 제노보 바이오 배양실 내부는 후끈했다. 잠깐 서 있으니 이마에 땀이 날 정도였다. 밀을 비롯해 콩과 쌀, 토마토 등 다양한 작물이 자라고 있었다. 회사 내부에선 하얀 가운을 입은 작업자들이 유전자 교정을 마친 작물을 키워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배양실을 소개하던 란이둥(冉毅東·53) 제노보 바이오 대표는 “밀은 곰팡이병에 약한데 유전자 교정을 통해 이를 견딜 수 있는 종자 개발을 마쳤다”며 “수확량을 늘린 밀과 옥수수 등 개발이 끝난 종자만 15종 이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옥수수 종자를 판매하는 회사만 중국 내 1만 개 이상”이라며 “중국을 포함해 세계 시장에서 우리 회사만큼 유전자 교정 작물을 보유한 회사는 없다”고 덧붙였다.
제노보 바이오 배양실에서 자라는 유전자 교정 밀. 곰팡이병을 견딜 수 있도록 만든 게 특징이다. 재배 시기에 따라 서로 다른 색깔로 구분했다. 강기헌 기자

제노보 바이오 배양실에서 자라는 유전자 교정 밀. 곰팡이병을 견딜 수 있도록 만든 게 특징이다. 재배 시기에 따라 서로 다른 색깔로 구분했다. 강기헌 기자

 
중국 바이오산업의 성장이 매섭다. 중국 제약사 1위 시노팜의 2015년 매출은 400억 달러(45조5600억원)를 넘어섰고, 세계 500대 기업 중 하나로 선정됐다. 이는 20조원 수준인 국내 의약품 시장의 2배를 뛰어넘는 수치다. 국내 제약 업계 1위 유한양행의 지난해 매출은 1조5188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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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중국 정부는 2015년 ‘중국 제조 2025’ 플랜을 발표하면서 2025년까지 중국 자체 개발 신약 10~15품목에 대해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세계 바이오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인공지능 기업 피레닥(PereDoc)이 개발한 질병 진단용 의료기기. [사진 피레닥]

중국 인공지능 기업 피레닥(PereDoc)이 개발한 질병 진단용 의료기기. [사진 피레닥]

14억 내수 시장을 바탕에 깐 중국은 종자와 인공지능(AI) 진단 등 바이오산업 분야에서 한국을 앞서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인민해방군 각급 병원에선 지난해부터 폐암 진단에 인공지능(AI) 기업 피레닥(PereDoc)이 개발한 AI 진단 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이 진단 프로그램은 폐 질환 환자의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 등을 1차로 진단해 질병 유무를 의사에게 통보한다. 중국 텐센트가 개발한 의료 영상 분석 인공지능 미잉도 중국 100여 개 병원에 보급돼 활동하고 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인공지능 진단 기술과 유전자 분석 산업에선 중국이 한국을 앞선 지 오래”라며 “국내에선 의료 데이터 활용 등 규제에 막혀 인공지능 진단 기술 등은 제자리걸음”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육성에 나선 바이오산업은 통신·로봇 등 각종 제조업 중에서도 ‘가장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그 이면에는 1990년 초반부터 속도가 빨라진 산업화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인구 고령화 문제가 놓여 있다. 이는 중국 정부의 이마 위 주름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제노보 바이오 배양실에서 자라고 있는 유전자 교정 식물. 유전자 가위를 활용해 품종을 개량한 작물이다. [강기헌 기자]

제노보 바이오 배양실에서 자라고 있는 유전자 교정 식물. 유전자 가위를 활용해 품종을 개량한 작물이다. [강기헌 기자]

 
조금 더 들어가 보면 ‘14억 인구 대국’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사회 문제를 통계로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의 1인당 경작지는 1000㎡에 불과해 세계 평균(2250㎡)과 비교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런 이유로 중국은 2004년 식량 수입국으로 전환해 매년 농산물 수입량을 늘리고 있다. 중국 농업부에 따르면 2017년 농산물 무역적자는 490억 달러(55조원)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중국 내 경작지는 산업화에 따라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17년 경작지 면적은 16억 8329만 무(亩, 1무=666.67㎡)로 2016년에 비해 0.7% 줄었다. 땅이 넓은 중국에 경작지 0.7% 감소는 절대 적지 않다. 감소한 경작지 0.7%는 서울시 면적의 13배에 이른다. 김준영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는 “중국의 단위면적당 작물 생산량은 2017년 기준으로 1무당 367kg으로 2016년과 비교해 평균 1% 상승해 1무당 3.6kg이 증가했다”며 “산업화에 따른 경작지 감소를 종자 개량 등 생산량 증대로 메우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중국이 ‘중국 제조 2025’ 플랜을 통해 신약 개발을 콕 짚은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증가다. 중국 사회과학원이 지난해 연말 공개한 ‘중국 양로발전보고서 2018’은 향후 20년 동안 60세 이상 노인 인구가 매년 1000만 명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에서 60세 이상 노인 인구의 연간 증가 수가 1000만 명을 돌파한 건 지난 2017년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의료비 증가 폭도 가파르다. 중국보고망(中國報告網)에 따르면 2015년 282조원이었던 중국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17년 339조원으로 300조원을 돌파했다. 의약품을 포함한 의료비 시장은 7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월 중국 톈진에서 만난 바이오 유통 기업 젠스톰의 에드워드 권 대표는 “인구 증가와 고령화로 작물과 의약품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게 중국의 현재”라며 “식품과 의약품 가격을 잡는 데 중국 정부가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로컬 기업이 자국 제약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도 중국 정부가 바이오산업에 목을 매는 이유로 꼽힌다. 중국투자상담망(中國投資咨詢網)에 따르면 2014년 중국 내 매출 상위 제약사 10곳 중 6곳은 로슈·사노피 등 다국적 제약사가 차지했다. 박진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중국 제약 시장은 소득 증대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세계 2위 시장으로 성장했다”며 “최근 5년간 중국 의약품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14.2%로 세계 시장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베이징·선전·충칭·항저우·톈진=장정훈·박태희·강기헌·문희철·김영민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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