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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추모하고, 경쟁에 지친 한국인 위로하는 벨기에 가수

4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한 벨기에 싱어송라이터 시오엔. 친한파로 유명하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4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한 벨기에 싱어송라이터 시오엔. 친한파로 유명하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여기 근처에 살아요. 멋진 곳이죠?”
서울 합정동 북카페 ‘타인, 나 자신’에서 만난 시오엔(40)은 한국어로 또박또박 인사를 건넸다. 별다를 것 없는 인사가 특별하게 들린 이유는 그가 벨기에 출신이라서다. 이번 4집 ‘메시지 오브 치어 앤 컴포트(Messages of Cheer & Comfort)’는 아예 한국에서 최초로 발표했다. 싱어송라이터인 그는 요즘 서강대 한국어학당을 다니는 늦깎이 학생이기도 하다.
 
“한국에선 좀처럼 듣기 힘든 탱고 음악이 들리길래 홀린 듯 이 카페에 들어왔다”는 그가 2010년 한국을 처음 찾게 된 것도 우연히 발견한 음악 때문이었다. 2003년 발표한 데뷔앨범 수록곡 ‘크루징(Cruisin)’이 다니엘 헤니와 기네스 펠트로가 나온 빈폴 광고에 등장한 이후 한국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것을 트위터를 통해 뒤늦게 알게 된 것. 
 
“여자친구 고국에서 제 노래가 인기를 얻고 있다니. 진짜 운명 같지 않아요!” 5세 때 벨기에로 입양된 여자친구는 물론 시오엔에게도 그때부터 한국은 ‘제2의 고향’이 됐다. 한국에서 구입해 벨기에로 가져갔던, 고깃집에서 쓰는 드럼통 테이블과 플라스틱 의자 등은 홍대 풍경을 담은 그의 노래 ‘홍대’(2015)의 뮤직비디오에도 등장한다.
  
시오엔 새 앨범 '메시지 오브 치어 앤 컴포트' 커버. 클래식한 느낌으로 연출했다. [사진 칠리뮤직코리아]

시오엔 새 앨범 '메시지 오브 치어 앤 컴포트' 커버. 클래식한 느낌으로 연출했다. [사진 칠리뮤직코리아]

새로운 정체성은 음악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그는 노래를 만들기에 앞서 스스로 ‘나는 누구인가’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나’ 등 질문을 던지며 시작하곤 한다. 이번 앨범을 만들며 그는 대학 때 전공한 플루트, 작곡 때 애용하던 기타를 내려놓고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았다. 음악 교사인 아버지에게 어릴 적부터 배운 클래식으로 회귀한 셈이다.
 
“한 곡이 뜨면 1~2년 내 비슷한 곡이 쏟아져 나오면서 오리지널리티를 점점 더 잃게 되는 것 같아요. 메시지의 진정성보다 사운드의 정밀함이 더 높게 평가받기도 하고. 전반적으로 오버 프로듀싱되면서 음악 본연의 매력이 사라진다고나 할까요.” 하여 그는 새 앨범에서 제목처럼 위로와 응원에 집중했다. “뮤지션으로서 가장 듣기 좋은 말이거든요. 당신의 노래를 통해 위로받고, 희망을 되찾았다는.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요.”
 
현악기가 풍성함을 더하는 타이틀곡 ‘리틀 걸(Little Girl)’이나 아버지와 함께 작업한 ‘바로크(Baroque)’도 좋지만, ‘그녀가 춤출 때(When She Danced)’가 더 눈길을 끄는 것도 그래서다. “젊은 댄서가 자살하면서 남겨진 부모님을 위로하는 내용이에요. 픽션이지만 한국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곡입니다. K팝 아이돌을 보면 항상 웃는 얼굴에 멋진 춤사위를 선보이지만, 그 이면에 외로움과 고독함도 만만치 않죠. 샤이니 종현 소식을 들었을 때도 너무 안타까웠어요. 라디오에서 몇 번 만났는데 정말 멋진 뮤지션이었거든요.”
 
2015년 발표한 '홍대' 뮤직비디오. 벨기에에서 만들었지만 한국식 소품이 눈에 띈다. [유튜브 캡처]

2015년 발표한 '홍대' 뮤직비디오. 벨기에에서 만들었지만 한국식 소품이 눈에 띈다. [유튜브 캡처]

한국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다. 2016년 광화문 촛불시위 현장을 지켜본 그는 이듬해 성기완과 함께 세월호 추모곡 ‘스트레인지 데이(Strange Days)’를 발표하고,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 축하 무대에도 올랐다. “올 때마다 새로운 변화가 생겨나는 걸 보면 참 역동적인 나라예요. 유럽에서는 몇백년에 걸쳐 일어나는 혁명이 한국에서는 수십 년 만에 일어나고 있잖아요. ‘미투’ 운동도 한국에서 더 실감했어요. 벨기에는 남녀평등지수가 높은 편이라 체감하지 못했거든요.”
 
그는 한국과 벨기에는 공통점이 더 많은 나라라고 했다. 강대국 사이에 위치한 ‘작지만 강한’ 나라로서 자국 문화에 대한 높은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은 머리만 아니라 정신과 마음 건강에 모두 좋은 것 같아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니까요.” 그는 벨기에에서 한국 식당을 운영하고 한국음식 책을 준비 중인 여자친구보다 자신이 더 한국어를 잘한다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카페에 터줏대감처럼 지키고 있는 고양이와 함께 장난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카페에 터줏대감처럼 지키고 있는 고양이와 함께 장난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한국어자격시험 2급 준비가 한창인 그는 “날씨가 추워도 자전거를 타러 가요” “김밥이 맵지만 맛있어요” 같은 그 날 배운 연결문을 읊조렸다. “3급을 따면 신문도 읽을 수 있다고 들었다”며 “다음엔 100% 한국어로 인터뷰할 수 있지 않겠냐”며 자신감을 보였다. 다음 달 12일 홍대 벨로주에서 열릴 공연에 대해서도 “바이올리니스트 강이채와 협연도 준비돼 있으니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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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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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