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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비리 사면받고 2000억 기부 약속 건설사…4년간 낸 건 81억

2015년 8월19일 서울 건설회관에서 '공정경쟁과 자정실천 결의대회'가 열렸다. [사진 대한건설협회]

2015년 8월19일 서울 건설회관에서 '공정경쟁과 자정실천 결의대회'가 열렸다. [사진 대한건설협회]

2015년 8월 국내 건설사 수십 곳은 무더기로 특별사면을 받았다. 공공공사 입찰 담합 등의 비리를 저지르고 '입찰참가 제한'에 걸렸다가 면죄부를 받은 것이다.

그간 세계 경쟁력 10위 밖 밀려나
건설업, 국민에 신뢰 못 주는데
최근엔 공공 공사비 인상 요구까지

 
여론은 사면에 부정적이었다. 건설사들에 "아무리 잘못을 해도 처벌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줄 위험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그러자 주요 건설사 CEO들은 며칠 후 서울 건설회관에서 90도로 허리를 접으며 사과했다. 동시에 "2000억원의 사회공헌기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건설사들은 4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약속을 제대로 안 지키고 있다.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건설사들이 낸 돈은 81억3300만원으로 약속한 규모의 4%가량에 그친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약속을 뭉개는 건 매년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다. 2017년 국감에선 "47억원밖에 안 냈다", 지난해 국감에선 "62억원밖에 안 냈다"는 말이 나왔다. 매년 약 20억원씩 내고 있는 꼴로, 이 속도라면 96년을 더 기다려야 2000억원을 채울 전망이다.
 
건설사들은 잇단 비리로 논란이 끊이지 않는 데다 국민에게 한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다. 이는 국민의 공분을 사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신뢰도 하락은 건설산업 전반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고 결국 제살을 깎아 먹고 있다. 발주처 입장에선 믿을 수 없는 기업에 일감을 맡기는 걸 꺼리기 마련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우리 건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순위는 2016년 6위에서 지난해 12위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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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 부흥을 위해 건설사들은 이런저런 대안을 내놓는다. 지난 8일 대한건설협회는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공 공사비를 현실적으로 올려달라" "주 52시간 탄력근로 단위시간을 1년으로 확대해달라" 등의 요구를 쏟아냈다. 물론 이런 대안들이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시급한 건 '2000억원 기금' 약속을 지켜 바닥에 떨어진 신뢰부터 회복하는 것이다.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는 상황에선 그 어떤 요구를 해도 공감을 얻기 어렵다.
 
최근 건설업 종사자들을 일컫는 법정용어가 60여 년 만에 부정적 뉘앙스를 풍기는 '건설업자'에서 깔끔한 느낌의 '건설사업자'로 변경됐다. 이름만 바꾼다고 위상이 올라가는 게 아니다. 실질적으로 '건설사업자'다운 행동을 보이는 게 더 중요하다. 올해 국감에서는 '2000억원 기금' 관련 지적이 나오지 않길 바란다.
 
김민중 건설부동산팀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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