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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안 몰아본 사람이 운전대 잡아···주 52시간의 역설

 "적자 노선 없애고, 첫차 시간 늦추고 막차 시간 당겨서 주 52시간 맞출 수밖에 없다." (경기도 A 버스 대표)

 "안전 위해서 주 52시간 하자는 데 무경력 기사를 대거 뽑아야 하니 안전이 더 걱정이다." (경기도 B 버스 대표)

 "내년 1월부터가 더 문제다. 전국적으로 기사 부족 탓에 세워놓는 버스가 급증할 거다." (버스업계 관계자)   

 
 7월부터 300인 이상 노선버스에 '주 52시간 근로제'가 적용되면서 버스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대규모 시내버스 업체가 몰려있는 경기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자칫 적지 않은 시내버스가 멈춰서는 최악의 사태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슈분석]

 주 52시간 관련 대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으면 시내버스 대란도 배제하기 어렵다. [연합뉴스]

주 52시간 관련 대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으면 시내버스 대란도 배제하기 어렵다. [연합뉴스]

 
 10일 경기도의 시내버스 업체들에 따르면 주 52시간을 어느 정도 맞추려면 당장 3500명가량의 기사를 새로 채용해야 하지만 경력 있는 기사가 부족한 데다 늘어나는 인건비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건비 부담에 기사 충원 난항 
 익명을 요구한 시내버스 업체 대표는 "주 52시간을 맞추려면 기본적으로 1일 2교대로 가야 한다. 그러려면 예를 들어 100대의 버스가 있다면 기사를 지금보다 최소한 70명 이상 더 뽑아야 한다"며 "이 인건비를 뭐로 감당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정 안되면 버스를 세워놓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상당수 경기도 버스들이 비슷한 처지"라고 전했다. 
경기도 시내버스가 주 52시간을 맞추려면 3500명을 더 뽑아야 한다. [연합뉴스]

경기도 시내버스가 주 52시간을 맞추려면 3500명을 더 뽑아야 한다. [연합뉴스]

 
 적자 노선 폐지와 버스 운행 시간 단축 등을 기정사실로 하는 업체들도 적지 않다. 한 업체 대표는 "1일 2교대를 위한 필요 인력을 다 채울 방법이 없다"며 "일부 노선을 줄이고, 첫차와 막차 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방법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적자 노선 폐지, 운행 단축 고려  
 이 대표는 "7월부터는 주 52시간을 위반하면 바로 처벌되기 때문에 범법자가 안 되려면 이런 방법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아예 1일 2교대 추진을 포기한 업체도 있다. 한 업체의 대표는 "우리는 기존 복격일제(2일 근무+1일 휴무)를 격일제(1일 근무+1일 휴무)로 바꾸는 게 목표"라며 "1일 2교대를 위해 그 많은 기사를 뽑다가는 도저히 회사 운영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 역시 운행 시간 단축을 고려 중이다. 
 
 일부에선 안전에 대한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경력 있는 1종 대형면허 소지자를 구하기 어려워 무경력자도 많이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과중한 근로로 인한 사고를 줄이겠다는 취지에서 주 52시간 근로제를 도입한 거로 아는데 현실적으로 무경력자를 뽑아서 시내버스 운행을 맡기려고 하니 걱정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무경력 기사 대거 채용, 안전 우려  
무경력 버스 기사가 많이 채용되면서 안전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앙포토]

무경력 버스 기사가 많이 채용되면서 안전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앙포토]

 업체들은 버스 요금이 대폭 인상되면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경기도는 수도권통합환승할인을 공동 시행 중인 서울과 인천에 요금을 같이 올리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서울이 난색을 표하고 있는 탓이다.  
 
 이 때문에 경기도의 시내버스 요금 인상이 언제 이뤄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경기도 안팎에서는 "이재명 지사가 경기도 단독으로만 요금을 인상하는 것에 대해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민의 반발을 우려해서다.   
 
 게다가 노선 폐지나 운행시간 단축도 어려운 문제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영종 경기도 버스정책과장은 "적자 노선 폐지와 운행시간 감축 등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판단이지만 일선 시·군으로 가면 생각이 다르다"며 "주민들의 반발과 불편이 최소화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더 큰 문제는 내년 1월부터는 이런 상황이 경기도를 넘어 전국적으로 확대된다는 점이다. 내년 1월부터 300인 미만 버스업체에도 주 72시간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내년부턴 전국 버스로 문제 확대  
 이렇게 되면 기사 수급과 인건비 부담 등을 놓고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 박근호 전국버스운송사업연합회 전무는 "지방에는 영세한 업체들이 적지 않아서 주 52시간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클 것"이라며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오지섭 전국자동차노련 사무처장은 "당장 7월도 걱정이지만 내년 1월이 되면 더 큰 문제"라며 "시내버스 대란을 피하려면 지자체뿐 아니라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사무처장은 또 "시내버스 기사의 임금을 서울 수준으로 맞춰주지 않으면 지방에서는 기사 충원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정부 지원과 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솔직히 밝히고 양해를 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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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대해 김동준 국토부 대중교통과장은 "적정 수준에서 요금 인상이 되면 많은 문제가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며 "대규모 노선 폐지와 운행 시간 조정은 주민 불편이 크기 때문에 최소화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시내버스 대란 가능성을 좀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면밀한 상황파악과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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