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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자는 섹시해” '反자본'에 빠진 美 밀레니얼 세대

미국 최대 사회주의단체 '미국민주적사회주의자(DSA)' 거리 행진모습. DSA의 회원은 2016년 5000명에서 최근 5만6000명으로 늘었다. [사진 DSA페이스북]

미국 최대 사회주의단체 '미국민주적사회주의자(DSA)' 거리 행진모습. DSA의 회원은 2016년 5000명에서 최근 5만6000명으로 늘었다. [사진 DSA페이스북]

“저는 30살이고 공동체 의식을 가진 동지를 찾아요. 반자본주의자를 선호해요.”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대화주제를 좋아합니다. 누구든 저와 데이트할 수 있지만 인종차별주의자와 트럼프 지지자는 제외입니다.”

 
미국 소개팅 플랫폼 ‘레드 옌타(Red Yenta)’에 올라온 글이다. 레드 옌타는 매리사 브로스토프(33)와 민디 이세르(28)가 만든 ‘사회주의자 전용’ 데이트 플랫폼이다. 이들은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으로 마음이 맞는 사회주의자들을 연결해준다. 대학원생인 브로스토프는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남성들이 자본주의를 추구하는 여성들을 만나는 걸 보고 레드 옌타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지난 밸런타인데이엔 오프라인 이벤트 ‘레드 파티’를 열기도 했다.

[뉴스 따라잡기]
"동지 찾아요" 전용 데이트사이트 등장
사회주의 내세운 팟캐스트, 책도 인기
밀레니얼 세대 51%, 사회주의에 긍정적
모호한 정체성으로 기성세대 비판받기도

 
소개팅 플랫폼뿐 아니라 사회주의를 내세운 콘텐트도 늘고 있다. 팟캐스트 ‘차포 트랩 하우스’(Chapo Trap House)는 2016년부터 인기를 끌어 지난해 진행자들이 출간한 책 ‘더 차포 가이드 투 레볼루션(The Chapo Guide To Revolution)’은 뉴욕타임스(NYT) 베스트셀러에도 올랐다. 온라인에선 ‘사회주의는 섹시하다(Socialism is sexy)’라고 적힌 티셔츠, 휴대폰 케이스도 판매 중이며 지난 2월에는 책 『지금 사회주의는 왜 섹시한가(Basic Socialism: Why Socialism is Sexy Now)』도 나왔다.
 
“사회주의는 섹시하고 쿨해” 51%, 사회주의에 긍정적
사회주의 사상을 담은 책 '더 차포 가이드 투 레볼루션'(왼쪽)과 '지금 사회주의는 왜 섹시한가'. [사진 아마존]

사회주의 사상을 담은 책 '더 차포 가이드 투 레볼루션'(왼쪽)과 '지금 사회주의는 왜 섹시한가'. [사진 아마존]

미국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태어난 세대) 사이에서 사회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들은 ‘밀레니얼 사회주의자(Millennial Socialist)’ 혹은 ‘밀레니얼 좌파(Millennial Left)’라고 불린다. 주된 관심사는 공정한 소득분배, 성 평등, 보편적 건강보험, 기후변화대책 등이며 자본주의보다 사회주의를 우호적으로 본다.
 
지난해 갤럽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8~29세 응답자 51%가 사회주의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자본주의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이들은 이보다 적은 45%였다. 갤럽이 2010년부터 같은 주제로 조사를 시작한 후 자본주의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응답이 50% 이하로 내려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월 서베이몽키 설문조사에서도 18~24세 응답자 61%가 사회주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뉴욕매거진은 “뉴욕 브루클린에선 자신을 ‘사회주의자’라고 부르는 게 다른 것보다도 더 섹시하게 여겨진다”며 “사회주의가 젊은이들의 데이트, 사회화방식, 정치성향 등을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사회주의를 고리타분한 이론이 아닌 섹시하거나 쿨한 트렌드로 여기는 것이다.
미국 사회주의자 전용 데이트 사이트 '레드 옌타(Red Yenta)'에서 만든 뱃지. [사진 레드옌타 트위터]

미국 사회주의자 전용 데이트 사이트 '레드 옌타(Red Yenta)'에서 만든 뱃지. [사진 레드옌타 트위터]

이런 흐름 속에 사회주의 단체 ‘미국민주적사회주의자(DSA·The Democratic Socialists of America)’ 회원은 2016년 5000여명에서 현재 5만 6000여명으로 약 11배 늘었다. 이들의 평균연령도 2015년 64세에서 2017년 30세로 낮아졌다. DSA는 정당이나 민주당 내 분파는 아니지만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DSA 회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29·뉴욕)와 라시다 탈리브(42·미시간)가 하원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존재감이 한층 강화됐다. 뉴욕매거진은 “2016년 버니 샌더스의 대선 도전, DSA 회원 증가, 사회주의 문화상품의 확산이 이어졌고 마침내 오카시오-코르테즈가 눈부시게 떠올랐다”며 미국 내 사회주의 부상을 묘사했다.
 
이코노미스트는 “30년 만에 사회주의 유행이 돌아왔다”고 평했고, NPR 역시 “미국에서 사회주의는 금기어였지만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사회주의 인기, 불평등 심화·자유주의 실패 때문?
DSA회원으로 지난해 11월 최연소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대표적인 민주적사회주의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EPA=연합뉴스]

DSA회원으로 지난해 11월 최연소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대표적인 민주적사회주의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EPA=연합뉴스]

공산권이 붕괴된 후 태어난 세대가 사회주의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분석은 다양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밀레니얼 세대가 청소년기에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목격했고 불평등·양극화 심화 속에 사회주의로 눈을 돌렸다고 분석한다. 허프포스트는 “밀레니얼에게 자본주의란 ‘책임지지 않고 세상을 파괴한 부자’를 의미하고 사회주의는 ‘그렇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은 지난해 ‘잃어버린 세대?(A Lost Generation?)’라는 보고서에서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세대 소득과 비교해 볼 때 예상됐던 수준에서 34% 적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2009년 이후 학생들 부채는 2배 늘어났고 젊은층의 주택소유도 줄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두고 현재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경제적으로 못한 세대라는 주장도 나왔다. 부유세 70% 부과를 주장하는 오카시오-코르테즈는 “우리가 성장한 미국은 부모, 조부모들이 성장한 미국과 전혀 다르다”고 말하기도 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기성세대와 달리 사회주의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도 주목할 요소다. 미국과 냉전체제를 형성했던 소비에트연방이 1991년 무너지면서 사회주의는 실패한 사상으로 낙인찍혔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이런 의식이 없다. 악시오스는 “사회주의라는 단어는 과거와 같은 오명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미국 민주당을 상징하는 리버럴 즉, 자유주의가 실패하면서 사회주의가 등장했다는 의견도 있다. 뉴스테이츠먼트는 “자유주의 국가는 사유 재산 보호와 상업의 기능 보장을 추구하지만 자원이 한정돼 있다보니 정치적인 분열이 생겨 ‘시민들의 연대’라는 자유주의의 이상이 깨졌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너희는 사회주의가 뭔지 몰라” 비판도
'민주적 사회주의'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는 DSA 회원. [AP=연합뉴스]

'민주적 사회주의'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는 DSA 회원. [AP=연합뉴스]

사회주의 붐에 대한 여러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선 이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밀레니얼 세대가 주장하는 사회주의의 의미가 모호하다는 이유에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적 사회주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쟁이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DSA는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해 “민주적사회주의자들은 경제와 사회가 모두 민주적으로 작동돼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로, 이익이 소수가 아닌 대중들에게 돌아가는 사회를 추구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뉴욕포스트는 “사회주의 밀레니얼들은 자신들이 말하고 있는 사회주의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적사회주의자들은 전통적인 사회주의를 포용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회주의 체제란 국가가 생산수단을 통제해 모든 산업을 국영화하는 것”이라며 “진짜 사회주의의 영향을 받은 건 베네수엘라와 쿠바”라고 전했다.
 
밀레니얼 사회주의자들은 민주적사회주의가 실현된 국가는 없지만 소련이나 북한이 아닌 덴마크, 스웨덴 등에서 배울 점이 있다고 말한다. 스칸디나비아 복지국가들이 이들의 롤모델인 셈이다. 하지만 정작 덴마크 총리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은 “덴마크는 시장경제국가며 계획경제 사회주의와는 거리가 멀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밀레니얼 사회주의자들이 주장하는 보편적 건강보험과 무상 대학등록금 정책 등은 사회주의가 아닌 유럽국가들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사회주의라는 명칭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2014년 만들어진 공산주의, 사회주의 전용 데이트 플랫폼 OkComrade. 트위터, 페이스북에서 홈페이지로 플랫폼 확장을 예고했지만 현재 정식사이트는 찾아볼 수 없다. [사진 OkComrade 홈페이지 캡쳐]

2014년 만들어진 공산주의, 사회주의 전용 데이트 플랫폼 OkComrade. 트위터, 페이스북에서 홈페이지로 플랫폼 확장을 예고했지만 현재 정식사이트는 찾아볼 수 없다. [사진 OkComrade 홈페이지 캡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 2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밀레니얼 세대는 단지 어리고 이상적이기 때문에 사회주의에 매력을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회주의 붐이 반짝 유행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14년 미국의 유명 소개팅 사이트 ‘OK큐피트(OkCupid)’를 패러디한 공산주의자·사회주의자 전용 데이트 플랫폼 ‘OK동무(OkComrade)’가 잠시 화제됐지만 지금은 운영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
 
이런 비판 속에서도 밀레니얼 사회주의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NYT는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민주당의 에너지는 진보 진영에 있다”며 “그 힘은 비뚤어진 경제에 대한 분노와 노동자와 소도시를 희생시킨 엘리트에 대한 밀레니얼 세대의 혐오로부터 나온다”고 전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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