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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로의 알고리즘여행] 알고리즘과 인색함에 대하여

문병로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

문병로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

편식은 미각의 인색함이다. 편집증은 취향의 인색함이다. 미각이 인색한 사람이 새롭고 다양한 시도를 해서 좋은 요리사가 되기는 쉽지 않다.  
 
한두 벌의 옷 이외에는 좀처럼 시도를 하지 않는 것도 인색함과 통한다. 좀 어색한 옷도 참고 두어 번 입다 보면 눈에 익숙해지고 의외로 괜찮은 경우가 많다. 시도가 반복되면 새로운 시도에 대해 유연해지고 눈이 트인다. 패션에 관심이 생기면 자신에 대한 관찰의 관점이 더해지고 건강한 상태에 대한 감각이 강해진다. 축축해진 피부색, 처진 엉덩이로는 좀처럼 맵시가 나지 않는다. 그런 것이 불편하면 노력을 하게 된다.
 
먹어보지 않은 스타일의 음식을 먹어보는 것이나, 해보지 않던 짓을 해보는 것이나, 입어보지 않던 스타일의 옷을 입어보는 것이나 유사한 점이 있다. 그런 시도를 통해 외연과 시야가 확장된다.
 
어떤 국제 행사에서 첨단기술과 미래에 관한 기조 강연자로 초빙된 외국의 유명 인사와 만났다. 20년 전에나 유행했을 법한 펑퍼짐한 바지를 땅에 끌다시피 하고 있는 모습이 균형감을 의심하게 했다. 그의 강연 내용은 평이하고 과장된 데다 필자의 선입견까지 더해져 한심한 인상을 남겼다. 전혀 다른 분야의 독서를 하면서도 자신의 분야와 은유적 연관성을 느끼듯이, 다양한 분야에서의 균형 감각은 서로 은유적으로 연결된다. 적어도 필자는 그렇게 느낀다.
 
알고리즘여행 4/10

알고리즘여행 4/10

취향의 인색함은 천성의 영향도 조금은 있겠지만, 지식이나 독서의 부족, 좁은 시야와도 상관있다. 무지함과도 통한다. 무관심하던 분야도 요령 있는 강연을 들으면 대개 재미를 느낀다. 취향이 고정된 본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각 분야에서 입문 교양서를 대충 써서는 안 된다.
 
알고리즘에서도 인색함이 개입된다. 일련의 선택 과정에서 우선 눈앞의 이익만을 좇는 알고리즘들이 있는데 이런 알고리즘을 통틀어서 그리디 알고리즘이라 한다. 선택의 인색함을 추구하는 알고리즘들이다.
 
이런 인색한 선택으로도 드물게 최고의 해답을 찾는 경우가 있다. 내비게이터에서 최단 경로를 찾는 문제는 최적의 해답을 보장할 수 있다. 시중의 내비게이터가 좋은 길을 못 찾는 경우는 계산에 필요한 시간보다 더 짧은 시간에 경로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얼마나 순식간에 쓸만한 해답을 제시하는 지가 관건이 된다. 유정이나 가스 파이프라인 배치 문제, 자원 배분 문제, 공정 최적화 문제들 중 일부도 인색한 알고리즘으로 최고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인색함과 관련된 수학적 공간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분야도 있다. 세상이 단순하면 인색함은 유리한 구석이 있다. 알고리즘도 탐험하는 공간이 단순하면 인색한 스타일의 탐색으로도 쓸 만하다. 그렇지만 복잡한 공간을 가진 문제들에서 인색한 알고리즘이 만족한 해답을 보장하는 경우는 드물다.
 
알고리즘도 취향이 있다. 알고리즘은 문제의 공간을 여행하는 교통수단이다. 공간을 탐험하면서 한가지 스타일만 고집하는 알고리즘은 대개 결과가 좋지 않다.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는 다양한 스타일의 탐색들을 조합하여 공간을 여행하는 알고리즘들이 대개 좋은 결과를 낸다. 문제 해결이란 알고리즘들의 다양한 취향을 배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취향의 인색함, 알고리즘의 인색함, 문제 해결 과정에서 다양한 질문을 던지지 못하는 것, 이런 것들이 다 은유적으로 관계가 있다.
 
문병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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