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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읽기] 행복의 4대 보험

최인철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최인철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우리 사회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4대 보험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 4대 보험은 개인에게는 삶의 쇠락과 불확실성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고, 국가에는 국민의 행복을 위한 최소한의 의무다. 인생의 모든 고통과 궁핍이 4대 보험만으로 해결될 리는 만무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면 일단은 안심이 된다.
 
그러나 일상의 고통이란 참으로 다양해서, 국민연금으로도 건강보험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사춘기 자녀의 이유 없는 반항, 무능한 상사와의 기나긴 회의, 얄미운 직장 동료의 승진, 숨차게 달려왔는데 눈앞에서 떠나는 막차, 9회 말의 역전패, 한숨만 나오는 9시 뉴스…….매달 연금과 보험료로 얼마를 납부한들 이 고통은 해결되지 않는다. 이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전혀 다른 유형의 4대 보험이 필요하다. 돈으로 살 수 없고, 돈으로 지급되지 않는 보험이다.
 
좋은 인간관계(Intimacy)
자율성(Autonomy)
의미와 목적(Meaning & Purpose)
재미있는 일(Interesting Job)
 
이 새로운 4대 보험의 이름은 ‘I AM I(나는 나다)’다. 내가 나 자신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험이다. 돈으로 사는 보험이 고통이 발생한 후에야 힘을 발휘하는 사후 처방 성격이라면, 이 보험들은 예방의 힘도 강하다.
 
첫 번째 보험은 ‘좋은 인간관계’다. 고통은 사랑하는 사람이 잡아주는 손길에 줄어들고, 기쁨은 사랑하는 사람이 건네는 축하로 배가 된다. 친밀한 인간관계는 부정 정서를 줄여줄 뿐만 아니라 긍정 정서를 미리미리 키워준다. 37개국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 가장 영향력이 큰 변수는 급여가 아니었다. 일을 얼마나 많이 하는 가도 아니었다. 놀랍게도 직장 내 인간관계였다. 그중에서도 상사와의 관계가 핵심이었다. 좋은 상사는 직장인에게 최고의 행복 보험이다. 만일 우리에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운 좋게 (매우 드물기는 하지만) 좋은 상사가 있다면, 행복의 가장 큰 보험을 든 셈이다.
 
행복의 두 번째 보험은 ‘자율성’이다. 강요당하지 않는 삶이 행복한 삶이다. 단순히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보다는, 업무 시간 중이라도 필요할 때 자유롭게 외출할 수 있느냐가 행복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근로시간 단축도 중요하지만, 탄력근무제가 더 중요한 이유다. 예를 들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이나 연로한 부모를 모시고 있는 직장인들에게는 시간적 융통성이 절실히 필요할 수 있다. 행복해지는 법을 정해놓고 일률적으로 강요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행복은 본질이 자유인만큼, 실천도 자유여야 한다.
 
세 번째 보험은 ‘의미와 목적’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면 월급이 30% 적어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고통이 극복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반드시 의미 발견의 순간이 존재한다. 고통에도 뜻이 있다는 점을 스스로 발견하면, 고통은 더 이상 고통이 아니다. 오히려 고통을 통해 성장한다. 의미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은 고통을 이기는 보험을 가진 셈이다.
 
마지막 보험은 ‘재미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직장인의 행복에 영향을 주는 가장 강력한 요인은 좋은 인간관계였고, 그 뒤를 바짝 따르는 요인이 재미있는 일이었다. 여행이 행복한 이유는 재미있는 것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새로운 풍경, 낯선 음식, 생경한 음악과 그림들이 곳곳에 가득하기에 여행은 행복하다. 자기가 하는 일에서 스스로 성장한다는 느낌을 갖는 것,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즐거움을 갖는 것. 재미있는 일의 조건들이다. “그 아이디어 재밌다!”라는 말이 일상이 된 일터에서 일하고 있다면 강력한 행복 보험을 든 셈이다.
 
이 네 가지 보험이 존재할 때, 우리는 그때 비로소 ‘나 자신’이 된다. 강요된 나, 위장된 나, 소외된 나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I AM I)이 되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을 들었는지를 묻는 것을 넘어서서, 옆에 좋은 사람들이 있는지, 자율적인 삶을 살고 있는지, 삶의 의미를 발견했는지, 그리고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있는지를 묻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안타까운 죽음들 앞에서 다시금 생각해 보는 행복의 조건이다.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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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