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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내달 1일 한진그룹 총수 지정…조원태 운명의 날

9일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사옥에 조양호 회장을 추모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대한항공은 조 회장의 유해를 국내로 운구하는 데 3~7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9일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사옥에 조양호 회장을 추모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대한항공은 조 회장의 유해를 국내로 운구하는 데 3~7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로 그룹의 경영권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행동주의펀드 KCGI는 조 회장 별세 직전까지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확보했다. 조 회장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을 비롯한 한진가(家)의 지분율이 높지 않아 경영권 방어에도 비상이 걸렸다. 다음달 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그룹 총수(동일인) 지정을 앞두고 있어 한진그룹 승계 방향의 가늠자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총수 지정엔 지배적 영향력 고려
공정위 “조원태 지분 낮아도 가능”
강성부펀드, 별세 당일 47만 주 매입
한진칼 지분 13.47%로 늘어나

9일 공정위에 따르면 다음달 1일 ‘2019년 대기업 집단 지정 현황’이 발표된다. 동일인은 정부가 인정하는 그룹의 ‘총수’로 그룹 경영 전반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리다. 공정위는 올해에도 조 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계획이지만 조 회장 별세로 누구를 동일인으로 지정할지 판단이 모호해졌다. 조 회장이 남긴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미미해서다.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CGI는 조 회장 별세 소식이 알려진 지난 8일 한진칼 주식 46만9014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지분율은 기존 12.68%에서 13.47%로 올랐다. KCGI는 지난달 29일 한진칼 주총에 참여해 조 회장 측근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표를 던지는 등 영향력을 과시했다. 재계와 금융권에서 조원태 사장의 경영권 승계를 유력하게 보면서도 경영권 방어 과정은 “살얼음판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다.
 
익명을 요청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미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원태 사장에게 상속이 진행될 것이 유력한 상황”이라며 “조원태 사장이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처분하면 최대주주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KCGI와 국민연금공단(7.34%)의 한진칼 지분율을 더하면 20.81%다. 조 회장의 특수관계인 지분율 총합은 28.95%로, 조원태 사장의 상속세 마련 방법에 따라 최대주주가 바뀔 수도 있다. 조원태 사장이 떠안아야 하는 상속세는 2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조원태

조원태

조원태 사장 쪽으로 한진그룹 경영권이 집중될 경우 공정위는 낮은 지분율에도 조원태 사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공정위의 동일인 지정에 지분율을 포함한 ‘지배력’이 정량조건이라면 ‘지배적 영향력’은 정성조건이기 때문이다. 조원태 사장의 경우 지주회사 한진칼 지분 2.34%를 보유하고 있다. 조현아 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자매의 지분은 각각 2.31%, 2.30%이다. 삼남매 사이에 지분율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그룹에 대한 지배적 영향력을 누가 가졌는지를 중요한 요소로 고려할 것이라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김성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지배적 영향력은 지분이 없더라도 누가 그룹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있는지, 임원과 관계 등이 고려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조현아·현민 자매는 이른바 ‘땅콩회항’과 ‘물컵갑질’ 논란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조원태 사장만 사내이사로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공정위는 한진그룹 측에 동일인 지정과 관련한 자료를 요청한 상태다. 이 자료에는 한진그룹의 동일인 제안이 포함된다. 공정위는 그룹이 자료를 통해 내세운 동일인에 대해 그룹 지배력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부합하는지를 보고 새 동일인을 지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르면 주말께 국내 운구=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이르면 이번 주말께 국내로 운구된다. 조 회장이 지난 8일 새벽 미국에서 폐 질환으로 별세하면서 국내 운구를 위한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9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국내 운구를 위해 병원 사망진단서 발급과 본국 이전 신청서, 방부 처리 확인서 발급, 재외공관 신고와 같은 행정절차를 밟아야 한다. 조 회장이 현지시간 일요일 별세하면서 행정절차 진행이 지연됐다. 이 때문에 운구까지는 최소 3일에서 최대 7일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 국내로 시신을 운구하기 위한 서류작업에 시간이 걸리는 데다 유족이 조용한 장례식을 원하고 있어 구체적인 장례 방식을 정하느라 장례 일정 확정이 늦어지고 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현지에서 발 빠르게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며 “이르면 이번 주말께 국내로 운구될 것이고, 이에 맞춰 한국에서도 장례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시신 운구는 대한항공 화물기나 정기편을 통해 이뤄질 전망이다.
 
국내 장례식 빈소는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빌딩과 한진그룹 계열인 인하대병원 장례식장, 서울 시내 대학병원 장례식장 등이 검토되고 있다.
 
상징성을 고려했을 땐 인하대 병원에 빈소가 차려지는 것이 맞는다는 한진그룹 내부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접근성과 조문객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서울 시내에 있는 대학병원에 빈소가 마련될 가능성이 크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 병원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가는 2016년 별세한 조 회장의 모친 김정일 여사의 장례를 이곳에서 치른 전례가 있다.
 
2002년 타계한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은 서소문 대한항공빌딩 18층에 빈소가 마련됐다. 당시 5일장이 치러졌으며 영결식은 공항 본사에서 진행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유족이 장례를 조용히 하고 싶어 하는 의지가 강하다”며 “그룹 임직원에게도 구체적인 현지 상황이나 장례 절차 검토 계획이 공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환·오원석·곽재민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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