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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피는 날짜를 어떻게 미리 알 수 있을까

봄비가 내리는 9일 오후 경남 함양군 벚꽃길을 시민들이 걷고 있다. 봄꽃 개화 시기는 2~3월 기온과 강수량의 영향을 받지만, 먼저피는 진달래·개나리 처럼 식물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연합뉴스]

봄비가 내리는 9일 오후 경남 함양군 벚꽃길을 시민들이 걷고 있다. 봄꽃 개화 시기는 2~3월 기온과 강수량의 영향을 받지만, 먼저피는 진달래·개나리 처럼 식물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서울에 벚꽃이 피었다. 기상청 공식 발표다. 서울 벚꽃 개화는 서울 종로구 송월동 서울기상관측소의 왕벚나무가 기준이 된다. 송월동 벚꽃 개화는 지난해보다는 하루 늦고, 평년값(1981~2010년 30년 평균)보다는 7일 이른 것이다.
 

추위 겪어야 피도록 꽃눈 억제해
잠 깬 뒤엔 기온 높을수록 빨라져

빅데이터·인공지능 예보에 활용
온난화 탓에 꽃소식 점점 빨라져

개화 최종 판단하는 유전자 역할
아직도 숨겨진 비밀 다 못 풀어

기상청은 벚꽃 개화를 발표하지만, 예보는 하지 않는다. 2016년부터 민간 기상정보업체에 업무를 넘겼기 때문이다. 민간 기상정보회사인 케이웨더는 지난 2월 21일 “서울에서는 4월 3일 벚꽃이 개화할 것”이라고 예보했는데, 정확히 맞춘 셈이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사실 벚꽃 예보는 쉽지 않다. 최선을 다해 분석하지만, 운도 따랐다”고 말했다.
 
벚꽃 개화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중요하다. 지역 축제나 행사 시기와 벚꽃 개화 시기가 어긋나면 낭패다. 그렇다면 벚꽃 개화를 어떻게 미리 알 수 있을까.
 
반 예보센터장은 “벚꽃 개화 예측을 위해서는 2월과 3월 기온·강수량 등 기상관측 자료뿐만 아니라 지역별 특성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다”며 “개별 요소를 참고하지만, 전체적인 기상 흐름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통계학적인 방법(회귀분석)으로 예측할 때는 당연히 과거 수십 년 벚꽃이 개화한 시기도 참고한다.
 
일본 기상청도 2010년 벚꽃 개화 예보를 그만뒀다. 지난 2월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일본의 한 민간 기상업체는 전국 시민 1만 명의 도움을 받고 있다. 벚꽃 눈 사진을 정기적으로 받고 1만3000곳의 자동기상 관측 자료를 수집한다. 이 업체는 지난 15년간 수집한 200만 건의 빅데이터를 예보에 활용한다. 인공지능(AI)도 예보에 활용한다고 주장한다.
 
2019년 벚꽃개화 예상도

2019년 벚꽃개화 예상도

봄꽃 개화 시기는 2~3월 기온의 영향을 크게 받지만, 그보다 훨씬 길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 결정된다. 북반구 온대지역의 낙엽 식물이 봄꽃을 준비하는 것은 한 해 전 여름부터다. 하지(夏至)가 지나고 낮이 짧아지면 식물의 조직 일부가 꽃눈으로 분화한다. 꽃눈 조직은 가을에 날씨가 차고 건조해지면 잠에 빠져든다. 잠에서 깨어나 꽃을 피우려면 일정 시간 추위를 겪어야 한다. 추위의 총량, 즉 냉각량(冷却量·저온요구량)을 채워야 한다. 냉각량은 식물 종마다 다르다.
 
겨울이 깊어지고 냉각량이 정해진 수치에 도달하면 식물은 잠에서 깨어난다. 개화를 막는 장애물이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실제 꽃이 피려면 이번에는 ‘따뜻한 온도’에 일정 시간 노출돼야 한다. 정해진 만큼의 가온량(加溫量·고온요구량)이 쌓여야 한다.
 
서울대 이은주 생명과학부 교수와 허창회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등은 2006년 논문에서 식물 종마다 기준 온도가 있다고 밝혔다. 그 기준 온도와 일평균 기온 차이가 누적되고, 그 값이 일정량에 도달하면 꽃이 핀다고 설명한다. 벚꽃의 경우 기준온도가 영상 5.5도이고, 성장온도(Growing degree-day, GDD)가 106도에 이를 때 꽃이 핀다는 것이다. 성장온도는 일평균온도에서 기준온도를 뺀 값을 하루하루 누적한 값이다.
 
개나리·진달래·배·아까시나무의 기준온도는 각각 4.1도, 4도, 5.3도, 8.3도로 산출됐다. 또, 성장온도는 각각 84.2도, 96.1도, 138도, 233도였다. 이런 특성 때문에 개나리와 진달래가 맨 먼저 피고, 그다음 벚꽃과 배꽃이, 마지막에 아까시나무가 꽃을 피운다.
 
식물이 개화 시기를 조절하는 과정을 더 파고 들어가면 낮의 길이와 기온 변화를 감지하는 유전자가 등장한다. 분자생물학자들은 개화 조절에 대한 연구에 유채꽃과(科) 한해살이 식물인 ‘애기장대(Arabidopsis thaliana)’를 재료로 사용한다. 유전체(게놈) 크기가 작아 연구하기 쉽기 때문이다.
 
애기장대에서 확인된 개화 조절 유전자는 FLC(Flowering Locus C, 개화 유전자C)다. FLC는 추운 겨울을 거치기 전까지는 개화를 억제한다. 씨앗이 추운 겨울을 지내고 나면 FLC 유전자의 스위치가 꺼지고, 꽃을 피울 준비를 마치게 된다.
 
이번에는 꽃을 피우기에 적당한 환경 조건인지를 판단해야 하는데, 여기에도 여러 유전자가 간여한다. 개화를 조절하는 자이겐티아(GIGANTEA)라는 단백질, 식물의 빛을 인지하는 FKF1 단백질, 기온 변화를 인지하는 ‘FLM’ 유전자 등이 있다.
 
이은주 교수는 “한해살이풀의 경우 개화 시기를 잘못 선택하면 아예 번식을 못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복잡한 개화 조절 체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봄꽃 개화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도 받는다. 최근 국립산림과학원이 서울 홍릉수목원에서 최근 15년(2005~2019년)과 과거(1968~1976년)의 개화 시기를 비교한 결과, 생강나무는 9일, 산수유는 6일 정도 앞당겨졌다고 밝혔다. 서울의 벚꽃 개화도 5년 전부터는 아예 4월 초순으로 앞당겨졌다. 지금처럼 온난화가 계속되면 남해안은 물론 서울에서도 벚꽃 축제를 3월로 앞당겨져야 할 때가 올 수도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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