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원자력기술 자립 주역의 비장한 회갑잔치

9일 대전시 유성구 국립중앙과학관 사이언스홀에서 열린 한국원자력연구원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오른쪽부터)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장, 허태정 대전시장,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9일 대전시 유성구 국립중앙과학관 사이언스홀에서 열린 한국원자력연구원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오른쪽부터)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장, 허태정 대전시장,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9일 오전 11시 대전 유성구의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 한국원자력연구원 60주년 기념식 현장. 600여 명의 원자력계 인사가 연구원의 ‘환갑’을 축하하기 위해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아마노 유키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영상 메시지를 통해 “한국의 원자력연구원은 IAEA의 거의 모든 부문에 기여하고 있다”며 축하와 함께 국제적 공로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원자력연구원 창립 60년 기념식
총리·장관 불참, 대통령 표창 없어
문미옥 차관도 행사 도중 떠나
투자효과 164조 창출 외면 당해
“탈원전으로 원자력 경쟁력 위기”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축하와 거리가 멀었다. 국무총리를 비롯해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중 어느 누구도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영상 축하 메시지조차 없었다. 참석한 최고위 인사는 문미옥(51) 과기정통부 1차관이었다. 그는 행사 종료를 25분이나 남겨놓고 식장을 빠져나갔다. 행사장 정문 앞에서는 시민단체들이 피켓을 들고 “적폐 원자력연구원, 해체가 답이다” 등 반핵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1959년 설립돼 올해로 60주년을 맞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의 ‘환갑잔치’가 정부의 무관심과 반핵단체의 시위 속에 치러졌다. 행사의 규모는 10년 전인 창립 50주년 행사보다 대폭 축소됐다. 2009년 50주년 행사 당시에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참석했다. 같은 해 4월 열린 ‘원자력 반세기 기념식’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영상으로 축사하고, 장관 등 정관계 고위층 인사만 100명이 몰렸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창립60주년 기념식 행사장 밖에서 일부 시민단체들이 원자력연구원 해체를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한국원자력연구원 창립60주년 기념식 행사장 밖에서 일부 시민단체들이 원자력연구원 해체를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9일 포상의 규모도 50주년 행사의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훈·포장을 포함해 대통령·국무총리 표창은 전무했다. 원자력연 관계자는 “50주년 행사에서 원자력 기술 자립을 이뤄낸 공로로 훈·포장을 받은 원자력연 직원은 전·현직 합쳐 11명”이라며 “대통령 표창 3명, 국무총리 표창 4명 등 총 40명이 포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서는 훈·포장 없이 장관 표창만 10건에 그쳤다.
 
문미옥 차관은 이 같은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원자력연구원을 홀대하는 것이 아니다. 오는 12월 말에 있을 원자력의 날에 별도의 포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원자력연구원의 60년 역사를 치하하면서도, 최근 수년간 일어났던 안전 관련 이슈를 지적하며 “국민의 신뢰로 도약하는 연구원이 되길 바란다”고 일침을 놨다. 현장에서 만난 김시환 전 원자력연구소 부소장은 “잔칫집에 와서 축사가 아닌 변명만 하고 갔다”며 “차라리 안하니만 못한 궁색한 말”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념식이 끝난 후 진행된 원자력연 성과 발표 및 토론회는 차분하지만 비장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안두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원자력연이 지난 40년간 창출한 투자효과만 해도 총 164조원에 달한다”며 “투자금액 대비 경제효과는 15.9배”라고 평가했다. 한도희 IAEA 원자력 발전국장은 “원자력에너지는 신기후체제 아래 탄소 저감과 지구 환경보전을 위한 주요 에너지원 역할을 계속할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김시환 전 부소장은 조심스럽게 “원자력연은 원자력 산업 육성의 핵심 거점으로 경쟁력 있는 원전 공급망을 구축해왔다”며 “탈원전으로 이것이 무너지게 되면 향후 원자력 기술을 한국이 선도하는 것이 불가능해 지는 만큼, 탈원전 기조는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경고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KAIST 교수는 “에너지 자립에 불철주야 힘써온 우리(원자력계)가 왜 이 같은 적폐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대전=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다른 기자들의 연재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