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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생산성 향상 의무" 최종식 전 쌍용차 사장의 쓴소리

쌍용자동차의 반등이 눈부시다. 올 1분기(1~3월) 쌍용차는 국내 5개 완성차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두 자릿수(14%)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다.


불과 10년 전 최악의 상황을 맞았던 쌍용차의 부활은 먹구름이 짙어진 한국 자동차 산업에 희망을 보여준다. 쌍용차의 반등을 진두지휘한 건 지난달 29일 퇴임한 최종식(69) 전 사장이다. 최 전 사장은 퇴임을 사흘 앞둔 지난달 26일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42년 ‘자동차 인생’의 소회를 밝혔다.

 
최 전 사장은 “경영자가 기업의 미래를 그려야 한다면, 노동자는 생산을 책임져야 한다”며 갈등 지향적인 한국 완성차 업계 노사관계에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임금을 올리면 그만큼 생산성 향상이 뒤따라야 한다는 건 교과서에도 나오는 얘기”라고도 했다.

쌍용자동차의 반등을 이끌고 4년 대표이사 임기를 마친 최종식 전 사장이 퇴임을 3일 앞둔 지난달 26일 서울 테헤란로 쌍용차 서울사무소에서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쌍용자동차의 반등을 이끌고 4년 대표이사 임기를 마친 최종식 전 사장이 퇴임을 3일 앞둔 지난달 26일 서울 테헤란로 쌍용차 서울사무소에서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퇴임을 앞두고 가장 아쉬운 부분은 무엇입니까.
“재임 동안 꼭 흑자를 만들어보려고 했어요. 그러려면 원가 절감과 물량 확충이 돼야 하는데, 현재 연 23만대 생산체제에서 20만대는 생산해야 한단 말이죠. 그런데 수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걸 못 했고(2018년 내수·수출 14만3309대), 2014년부터 통상임금을 선제적으로 적용하다 보니 임금부담이 연 600억~700억 정도 늘었어요. 임금인상도 최소화하면서 노력했지만 그 임팩트(충격)를 극복하지 못했지요. 그리고 저 있는 동안 신차를 많이 개발했는데 감가상각이 다 되지 않은 것도 이유입니다.” 
 
한국 완성차 업계의 노사관계는 여전히 갈등 지향적입니다. 쌍용차는 9년 연속 무분규를 달성했는데 비결이 뭡니까.
“서로 본분을 지켜야죠. 노동자의 기본 의무는 생산 아닙니까. 임금을 안 올릴 수는 없어요. 하지만 임금을 올리면 반드시 생산성도 그만큼 향상시켜야죠. (거시경제) 교과서에도 나오는 내용입니다. 임금 인상은 생산성 향상이 되는 범위에서 해야 하는 거죠. 임금은 올려달라 하고 일은 편하게 하려 하면서 생산성 못 올리겠다고 하면 원가경쟁력 떨어지는 걸 어디서 보충하겠습니까.”
지난달 2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9 서울모터쇼에서 최종식 당시 사장(왼쪽 두번째)이 올해 출시된 준중형 SUV 코란도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파완 코엔카 이사회 의장, 최 사장, 정일권 노동조합 위원장, 예병태 부사장. [사진 쌍용자동차]

지난달 2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9 서울모터쇼에서 최종식 당시 사장(왼쪽 두번째)이 올해 출시된 준중형 SUV 코란도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파완 코엔카 이사회 의장, 최 사장, 정일권 노동조합 위원장, 예병태 부사장. [사진 쌍용자동차]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도입이 기업엔 큰 부담이 됩니다.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삶의 질 향상은 크게 보면 가야 할 방향이 맞아요. 하지만 기업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가야 하는 거지요. 일본 완성차 업체도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데, 우리(자동차 업계)는 원가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잖아요.”
 
쌍용차 노사는 과거에 극단적인 충돌도 빚었지만 지금은 보기 드물게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리 노조는 어려움을 겪어서인지 회사의 미래를 먼저 생각합니다. 2015년부터 기본급 인상이 5만원을 넘지 않았어요. 작년은 동결시켰죠. 고맙게 생각합니다. 완성차 경쟁력 중 가장 중요한 건 시장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겁니다. 갑자기 이 차는 안 팔리는데 저 차가 잘 팔린다 하면 전환 배치해야지요. 조합원 입장에서 한 라인에서 능숙해졌는데 다른 차 하라고 하면 망설여지지요. 이해합니다. 하지만 함께 극복해야지요. 다른 회사는 전환 배치하려면 노조 동의 다 받아야 하고 잘 안 되잖아요. 저 있는 동안 3번 전환 배치했습니다. 우리 직원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탄력근로제도 이번에 코란도 라인개조 공사하면서 업계 처음으로 적용했어요.”
최종식 전 쌍용차 사장이 지난해 9월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 있는 쌍용차 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종식 전 쌍용차 사장이 지난해 9월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 있는 쌍용차 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쌍용차 해고자 문제는 한국 노사관계에서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어떻게 풀어가셨는지요.
“2015년 대표이사에 취임해서 그해 10월에 단식 중이던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을 천막으로 찾아갔어요. 제가 크리스천인데요. 지부장 손을 잡고 기도했어요. 2014년 대법원 확정판결로 정리해고의 적법성은 인정받았습니다. 해고자를 복직시켜야 할 의무는 없었지만 나름대로 결심을 굳혔어요. 회사가 되살아나려면 브랜드 이미지가 좋아져야 하는데 외신에 시커먼 깃발, 천막 이런 것들로 가득해서야 되겠느냔 말이죠. 대승적 차원에서 합의해야겠다 생각한 거죠.”
 
그로부터 2개월 만에 복직 합의를 이뤄내셨는데 원칙이 있었습니까.
“2009년 폭력사태 등으로 앙금이 많았을 텐데 단계적으로 복직시키겠다는 제안을 받아준 점에 대해 노조에 고맙게 생각합니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신입사원, 희망퇴직자, 정리해고자를 4대3대3으로 채용하겠다는데 합의를 한 거죠. 서로 양보해서 합의점을 찾아낸 겁니다.”
 
지난해 사회적 대타협으로 해고자 복직이 빨라졌습니다. 한편에선 왜 빨리 복직 안 시키느냐고 하고, 또 한편에선 폭력 파업에 면죄부를 주는 거 아니냐고 합니다.
“회사 입장에서 4대3대3 원칙이 깨진 건 맞습니다. 노조가 ‘해고는 살인이다’하는데 청년실업 문제도 심각하지만 가장이 일자리를 잃으면 막막하지요. 나름대로 경제성과 합리성만 있으면 불러들일 계기를 만들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다만, 해고자를 불러들이는 기업엔 법이든 시행령이든 만들어서 인센티브를 줘야 합니다. 임금부담이 커지니까요. 법적으로 (복직) 의무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최고경영자로서 신뢰를 주고 싶었습니다. 해고자 복직시키고 사회적 대타협에 참여한 건 그런 이유에서였고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여전히 쌍용차는 적자를 내는 작은 회사입니다. 생존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연 23만대 생산체제, 무리하면 연 25만대 만들 수 있는데 이렇게 가동해도 어렵습니다. 장기적으로 50만~100만대는 가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스바루·랜드로버처럼 강소(强小) 기업이 돼야죠. 국내 25만대에 해외 25만대 생산시설 지어서 한 50만대 팔고, 대주주인 마힌드라와 협업해서 전체 150만대 이상 되면 생존 가능하리라 봅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데 물량만으로 가능할까요.
“여기에 더해서 브랜드력을 키워야죠. 미국에서 일본 차는 2만5000달러에 파는데, BMW는 2만5000달러를 남겨요. 우리 자동차 산업이 극복해야 할 과제죠. 랜드로버 같은 경우 우리처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스페셜리스트인데 주인이 열 번은 바뀌었어요. 그렇지만 브랜드력이 있으니 살아남잖아요. 경쟁력 있는 포트폴리오를 개발해서 양을 50만대 정도로 확충하고 브랜드력을 높이면 비싸게 팔 수 있겠지요.”

최종식 쌍용차 사장이 26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최정동 기자

최종식 쌍용차 사장이 26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최정동 기자
최종식 쌍용차 사장이 26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최정동 기자
최종식 쌍용차 사장이 26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최정동 기자
최종식 쌍용차 사장이 26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최정동 기자
최종식 쌍용차 사장이 26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최정동 기자
최종식 쌍용차 사장이 26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최정동 기자
현대차가 중국 생산시설 구조조정에 들어갔습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잘 헤쳐나갈 수 있겠습니까.
“제가 캐나다 공장(현대차 부르몽 공장) 문을 닫았지요. (웃음) 이유일 부회장(전 쌍용차 대표이사)이 법인장이었고 제가 판매부장이었는데…. 그게 현대차엔 보약이 됐어요. 그때 망해본 사람이 나중에 터키, 인도에서 다 성공했거든요. 지금의 어려움이 밑거름될 겁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이 나갈 길이 분명히 있어요. 남미·중동 같은 신흥시장이 있고, 미래 차 경쟁에서도 잘해낼 겁니다.”
 
솔직히 3연임 욕심은 없으셨나요.
“더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습니다. (웃음) 다만 홀가분하게 짐을 벗고 떠났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은 있지요. 지고 있다가 1대1까지 만들어 놨는데 역전 골은 못 넣고 떠나서 후배에게 미안할 뿐입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최종식 전 쌍용자동차 사장은
1950년 전주 출생. 전주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77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했다.  
 
미주법인 판매부장, 경영관리실장을 거쳐 현대차·기아차의 마케팅 실장을 역임한 자동차 마케팅 전문가다. 현대차의 ‘흑역사’로 불리는 캐나다 부르몽 공장 설립과 폐쇄를 지켜봤다. 당시 법인장이던 이유일 전 쌍용차 부회장과의 인연은 쌍용차까지 이어졌다.
 
현대차 기획실장과 상용차 판매본부장(전무)을 거쳐 미주법인(HMA) 법인장(부사장)을 지내며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건설에 관여했다. 28년간 일했던 현대차를 떠나 중국 화타이(华泰) 자동차 부총재 겸 판매회사 총경리, 영창악기 중국법인 총경리를 지냈다.
 
현대차 시절 상관이던 이유일 전 부회장에게 발탁돼 2010년 쌍용차에 합류했다. 글로벌 마케팅본부장, 영업부문장, 국내영업본부장을 거쳐 2015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재임 동안 티볼리, 렉스턴, 렉스턴스포츠, 코란도 등 한 시대 뒤져있던 쌍용차 라인업을 일신하고 SUV 전문기업으로서의 변신을 주도했다. 쌍용차 합류 당시 3만2000대에 불과하던 내수 판매량은 지난해 10만9000여대로 3배 넘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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