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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조양호’ 조원태, 경영 승계 '첩첩산중'

[연합뉴스 제공]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갑자기 별세하면서 한진그룹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진그룹 전체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가운데 주요 현안에 대한 의사 결정은 그룹사장단 회의에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일부에서는 고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오는 6월 경영 승계를 공식 선포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상속세와 2대 주주의 견제로 앞길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순탄치 않은 말년…재판 '올스톱', 주가 '급등'
 

대한항공은 8일 조양호 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지난해 말 폐 질환이 악화되면서 미국 LA에 위치한 뉴포트비치 별장에서 요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차녀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이 현지에서 간병했으며,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지난 주말 급히 미국으로 출국해 임종을 지켰다.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장남인 조 회장은 1999년 아버지에 이어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45년 인생을 항공·운송사업에 쏟았으나 마지막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조 회장은 지난달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20년 만에 사내이사직을 박탈당했다. 지난해는 장녀와 차녀·부인이 차례로 사정기관에서 조사받았고, 포토 라인에 섰다. 여러 사건이 겹치면서 스트레스도 심해져 조 회장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된 것 아니냐는 게 업계 분석이다.

[연합뉴스 제공]

조 회장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이날 한진그룹 주가는 일제히 요동쳤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이날 오전 한때 전 거래일 대비 23.02%나 오른 3만1000원에 거래됐다. 우선주인 한진칼우는 가격 제한 폭(29.91%)까지 치솟은 2만1500원에 거래됐다.

하이투자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조양호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체제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지배구조 개선 여지가 커졌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가 받고 있는 재판과 수사에도 대폭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조 회장은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약사법 위반, 국제조세조정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작년 10월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 재판 일정을 진행하던 서울남부지법은 이날 "조 회장의 사망 소식을 접했으며, 이에 재판장이 공소 기각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장례 일정으로 부인과 장녀의 재판 날짜도 모두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제공]

조원태 체제?…상속세 등 '첩첩산중'
 
업계에서는 조 회장의 별세로 장남인 조원태 사장이 오는 6월 1일 열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제75회 연차총회(AGM) 의장으로 나서며 한진그룹의 '조원태 체제'를 공식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 회장이 맡았던 IATA 총회 의장직을 총회 주관사인 대한항공의 조 사장이 물려받으면서 그룹 경영 체제가 조 사장에게 넘어갈 것이라는 뜻이다.

한진칼의 석태수 사장과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장을 맡고 있는 우기홍 부사장 등 조 사장을 도울 수 있는 '우군'도 건재하다.

문제는 조 사장의 지분율이다. 조 사장이 경영권을 승계하려면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한진칼 지분을 충분히 확보하고, 대한항공 사내이사를 지켜야 한다.

그러나 조 사장의 현재 보유 지분은 2.34%밖에 안 된다. 가족 지분을 모두 끌어모아도 10% 미만이다. 상속도 부담스럽다. 현재 한진칼의 최대 주주는 지분 17.84%를 보유한 조 회장이다. 이를 상속하려면 약 65%의 세율이 적용돼 1750억원 정도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경영권을 사수해도 불안한 것은 매한가지다. 한진칼의 2대 주주인 사모펀드 KCGI(강성부 펀드)가 보유한 12.68%와 국민연금 6.64%를 합치면 19.32%에 달한다. 특히 강성부 펀드는 향후에도 지분율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언제든 지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오너 일가가 상속을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오는 배경이다. 신한금융투자 박광래 연구원은 "상속 세금은 5년 동안 분할 납부가 가능하다"면서도 "여론 공격에 지쳐 아예 상속을 포기하고, 사주 일가는 임원만 유지하며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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