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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200명 등친 건물주···전세금 60억 갖고 튀었다

일명 '익산 대규모 임대 사기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강모(43)씨가 지난 6일 한 피해 학생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강씨는 "차용증을 쓰든 차차 돈을 구해 보증금 전부를 주겠다"고 했다. [사진 피해자]일명 '익산 대규모 임대 사기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강모(43)씨가 지난 6일 한 피해 학생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강씨는 "차용증을 쓰든 차차 돈을 구해 보증금 전부를 주겠다"고 했다. [사진 피해자]
전북 익산시에 있는 원광대 4학년 이모(24)씨는 지난달 황당한 일을 겪었다. 1년간 살던 원룸 전세금 3900만원을 돌려받기 위해 집주인 강모(43)씨에게 수차례 연락했으나 감감무소식이었기 때문이다.

 
당초 오는 6월까지 더 살다가 취업 준비를 위해 휴학하려 했지만, 강씨를 둘러싼 '이상한 소문'을 듣고 전세 계약을 해지하려 했다. "집주인이 원룸 임대 계약 기간이 끝나도 연락을 피하고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는 소문이었다. 걱정은 현실이 됐다.  
 
서울 출신인 이씨는 부모님이 대준 전세금을 두 달째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원룸은 자기도 모르게 경매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이씨는 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졸업을 앞둔 가장 중요한 시기에 이런 일이 터져 멘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당장은 지금 사는 원룸에 머물면 되지만, 경매로 건물이 넘어가면 무슨 돈으로 방을 구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익산시 등에 따르면 이씨처럼 강씨에게 전세금을 떼이거나 못 받을 위기에 놓인 세입자는 120~200여 명, 피해액은 40억~60억원으로 추정된다. 1인당 전세금은 평균 2500만~4500만원 수준이다. 피해자 대부분은 원광대 재학생이거나 취업 준비생들로 확인됐다. 
 
8일 현재 피해자 중 계약 기간이 끝났으나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67명이 사기 혐의로 강씨를 익산경찰서에 고소했다. 임대사업자인 강씨는 익산시 신동 원광대 일대에 원룸용 건물 15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9채가 현재 경매 절차를 밟고 있다.  

 
강씨의 행각은 지난 2월부터 원광대 자유게시판이나 각 학과 단체 대화방 등에 비슷한 피해 사례가 올라오면서 꼬리가 잡혔다. 현재 이씨 등 피해자 120여 명은 휴대전화에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강씨의 수법과 피해 금액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공동 대응하고 있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런 내용이 담긴 '익산 전세 사기 사건'이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와 8일 오후 6시 현재 3300여 명이 동의를 눌렀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강씨는 지난 6일 한 피해 학생에게 "신축 원룸과 기업형 임대주택·오피스텔 등이 이번 해에 쏟아져 유지가 너무 힘들었다. (세입자들에게) 차용증을 쓰든 차차 돈을 구해 보증금 전부를 주겠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전세금을 떼먹을 생각이 없다'는 취지로 사실상 사기 혐의를 부인한 것이다.  
 
하지만 이씨 등 세입자 대부분은 여전히 강씨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강씨가 잠적하는 바람에 전세금 환수도 불투명하다. 익명을 원한 세입자는 "주소지를 해당 원룸이 아닌 다른 곳으로 해놔 나중에 피해 보상을 못 받을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경찰은 강씨에 대해 출국 금지 명령을 내리고, 피해자들을 불러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까지 피해액을 27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 안팎에서는 피해자가 200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돼 피해액 규모도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경찰 조사 결과 강씨는 세입자들로부터 매달 관리비 3만~5만원을 받고도 전기·가스·수도·인터넷 요금을 체납했다. 이 때문에 해당 원룸들은 전기와 수도가 끊길 처지다. 문제가 커지자 익산시는 한국전력 등 유관기관과 협의해 요금 체납에 따른 단전·단수 조치를 유예하고 법률 자문을 지원하는 등 세입자 보호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주 안에 강씨를 피고소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익산=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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