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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제주 국제자유도시 이점 활용, 한국판 크립토밸리 준비

지난 4일 서울 장충동 장충체육관에서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관련 정부 규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 ‘분산경제포럼(디코노미 2019)’이 열렸다. 신기술을 받아들이는 방안이 활발하게 이야기된 자리에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제주도를 블록체인·암호화폐 특구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적으로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하게 제도를 만들기보다는 작은 단위에 먼저 적용해 제도를 만들고 이를 확산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이유서다. 중앙일보 라이프 트렌드는 연속 기획으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전망한다. 9회에서는 지난해 새롭게 출범한 제주도 미래전략국의 노희섭 국장을 만나 블록체인 산업 육성 방향에 대해 물었다.
 
인터뷰 노희섭 제주특별자치도 미래전략국장 
노희섭 국장이 지난 3일 제주도 미래전략국 사무실에서 민간기업과 협력해 진행하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 연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노희섭 국장이 지난 3일 제주도 미래전략국 사무실에서 민간기업과 협력해 진행하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 연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미래전략국, 명칭이 생소한데.
“미래전략국은 제주도의 새로운 미래 산업을 고민하는 조직이다. 제주도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관광과 1차 산업에 편중된 산업구조며, 동시에 섬이라는 제한적 공간을 갖고 있어 신기술과 신산업을 시작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이 때문에 미래전략국은 신재생에너지·전기차·ICT융합·빅데이터·스마트시티·바이오 같은 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을 고민하고 이와 관련된 민간협력 모델과 지역 내 새로운 산업 정책 전략을 만들고 있다.”
 
‘한국판 크립토밸리(암호화폐 도시)’로 불리는 제주도가 신기술 적용에 있어 다른 지역보다 유리한 이유는.
“제주도는 한국의 ‘테스트 베드(신기술·제품·서비스의 성능·효과를 시험할 수 있는 환경)’ 역할을 해왔다. 스마트 그리드 실증 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다수의 기업이 제주도에서 풍력발전기, 태양광 발전기, 전기차 운행, 전기차 충전시설, 지능형 전력망 등을 실험했다. 그 결과 현재 제주도는 대한민국의 신재생에너지 산업과 전기차 산업의 시발점이 됐다. 이처럼 제주도는 단절된 지리적 특성으로 외부 요인을 배제한 상태로 신기술을 시험하고 새로운 사업 모델을 시작하기에 유리하다. 또한 제주도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지정된 국제자유도시다. 국제자유도시는 제주특별법에 따르면 ‘사람·자본·자원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고 이를 위한 규제 완화나 국제적 표준을 적용할 수 있는 지역적 단위’라는 의미다. 제주도는 국제자유도시라는 큰 틀의 제도를 블록체인 산업에도 적극 활용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진행하는 사업이 있나.
“현재 중앙부처와 협력하는 동시에 민간기업과 손잡고 블록체인 영역에서 다양한 실험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금융권과는 부동산 담보 대출 시 발생하는 서류 제출, 검증 과정에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고자 한다. 블록체인 기술로 서류 위·변조를 방지하고 검증 시간을 단축하려 한다. 또 ‘구매자-면세점-세관-환급사업자’ 간 인증 처리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연구하고 있다. 이는 외국 관광객이 면세품을 환급받을 때 공항에서 세관에 신고해 환급금을 제주도에서 쓰지 않고 그대로 귀국하는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서 고안됐다. 만약 블록체인의 스마트 컨트랙트 기술 적용이 성공하면 외국 관광객은 제품을 구입한 현장에서 돈을 환급 받을 수 있고 받은 돈을 제주도에서 다시 쓰고 돌아갈 확률이 높아진다.”
 
제주 시민들의 반응이 궁금한데.
“블록체인이 어려운 개념이어서 시민들의 인식 제고가 어렵다. 이는 우리에게도 고민되는 부분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세미나나 설명회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 대학은 블록체인과 관련된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최근엔 지역 내 개발자와 시민들이 자발적인 참여와 기부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로 의미 있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제주 4·3 사건 희생자 이름을 이더리움 메인넷에 입력하는 행사였다. 희생자 이름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기록됐다.”
 
지난해 10월 디지털 국가로 꼽히는 에스토니아의 대통령도 만나고 왔다.
“에스토니아는 제주도와 닮은 작은 국가다. 인구도 관광객 수도 비슷하다.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몇몇 도시에 인구가 몰려 있는 것도 같다. 에스토니아 대통령과 관료들을 만나면서 부러웠던 점은 기술을 받아들이는 적극적 태도였다. 에스토니아 관료들을 만나면서 느낀 점은 ‘혁신은 작은 곳에서 시작된다’라는 것이다. 거대한 국가나 인구가 많은 대도시에서는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기 힘들다. 크기만큼이나 많은 이해관계가 부딪히고 의사결정이 지연되며 공감대를 만들기에 장벽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은 공간에선 기술에 대한 이해와 혁신에 대한 공감이 만들어지면 빠르고 힘있는 혁신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목표가 있다면.
“제주도가 새로운 도전과 실험, 혁신의 대표 ‘아이콘’이 되는 것을 꿈꾸고 있다. 중국 하이난이나 에스토니아를 보면 지역의 전통적인 산업구조 기반 위에 첨단 산업들이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제주도가 국내에서 이 같은 모습을 실현해 나가는 첫 도시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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