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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폐기 발화 맞아도 배상 어렵다? 한전 책임론 쟁점 4가지

강원도 고성 산불의 발화점으로 추정되는 개폐기 모습. 화재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붉은색 원)이 검게 그을려 있다. [연합뉴스]

강원도 고성 산불의 발화점으로 추정되는 개폐기 모습. 화재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붉은색 원)이 검게 그을려 있다. [연합뉴스]

강원 산불 사태는 전신주 ‘개폐기’에서 처음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개폐기는 전신주에 전기를 넣었다 끊었다 하는 ‘스위치’ 역할을 한다. 개폐기와 전선 사이에서 불꽃이 튀면서 큰불로 번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개폐기를 수거해 정밀감식 중이다. 이에 따라 개폐기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한국전력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한전 측은 “개폐기 자체엔 결함이 없다”며 “정밀 감식 결과가 나오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강원 산불 사태를 둘러싼 한전 책임론의 안팎을 들여다봤다.
 
①관리 소홀?=사고가 난 개폐기와 전선은 13년 전인 2006년 설치됐다. 한전이 정해놓은 개폐기ㆍ전선 교체 주기는 따로 없다. 1년에 2~4차례 하는 점검에서 문제가 나오면 상황에 따라 교체한다. 해당 개폐기ㆍ전선은 올해 3월 말 사고 직전 받은 정기 검사에서 이상이 없었다. 한전 관계자는 “강풍에 철근이나 나뭇가지 같은 날카로운 물질이 날아와 전선이 잘렸거나 비닐 같은 이물질이 들러붙어 온도가 높아지면서 불꽃이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직경 2㎝짜리 구리 전선이 바람에 날아온 물체에 잘리는 건 쉽지 않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한전 해명을 받아들이더라도 날아온 물체에 잘릴 만큼 전선이 허술해선 안 된다”며 “노후 전선을 잘 관리해서 제때 교체했거나, 보호장치를 씌워줬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②탈원전→예산 부실 탓?=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한전이 ‘안전 예산’을 줄인 데 따른 ‘인재(人災)’란 지적도 나온다. 전혀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다. 한전은 지난해 6년 만에 7조원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도 수조 원대 적자가 예상돼 ‘허리띠 졸라매기’에 한창이다.
 
한전의 배전설비 교체ㆍ보강 예산(연계수선비)은 2017년 1조5675억원에서 지난해 1조1470억원, 올해 9609억원으로 줄었다. 한전 측은 “지난해부터 설비 교체 수요가 많이 감소해 예산이 줄었다”며 “그러나 실제 안전 점검 예산(지난해 2948억원→올해 4840억원)은 오히려 늘었다”고 주장했다.
 
③배상 가능성?=정부 조사 결과 한전의 관리 소홀, 안전 규정 미준수 등 사실이 드러날 경우 민ㆍ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난 산불에선 송전선이 발화 원인으로 밝혀졌다. 관리 책임이 있는 미국의 한 전력회사는 배상금 12조원을 물어내야 할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한전이 “개폐기 자체 결함은 없었다”고 하는 상황에서 천재지변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일어난 화재의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최진녕 법무법인 이경 대표변호사는 “전력 설비에서 불이 난 게 맞다 하더라도 산불이 확산한 이유는 날씨가 건조한 상황에서 강풍이 불었기 때문”이라며 “화재 원인과 손해 발생 간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배상 책임을 지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④지중화가 대안?=화재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면 전선을 땅속에 묻는 ‘지중화(地中化)’ 비중을 높여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선을 땅에 묻을 경우 이번 사고처럼 이물질에 의해 불꽃이 일어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실제 이물질로 인한 전봇대 화재는 심심찮게 발생한다. 2004년 속초에서 발생한 산불의 원인도 고압선에서 일어난 불꽃으로 추정됐다. 그런데 2017년 6월 기준 강원도 송전선로의 지중화율은 8.3%로 서울(58.4%)과 차이가 크다. 산불 위험이 큰 강원 지역만이라도 선제적으로 지중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필요가 크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산간 지방에 전선을 지중화하는 건 예산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이승환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는 “개폐기 대당 가격이 2000만~3000만원에 달하고 굴착 공사 시 비용이 추가로 든다”며 “초기에 화재를 발견해 진압할 수 있는 감시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소방 헬기를 추가 도입하는 게 대안”이라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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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