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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의 차이 나는 차이나] 문화유적지 된 시진핑의 세 토굴, 시 주석에게 부메랑 됐다

“쇠를 두드리려면 자신부터 단단해야 한다(打鐵必須自身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즐겨 하는 말이다. 그런 시 주석은 치국(治國)을 위해 자신을 어떻게 단련했나. 궁금증을 풀러 량자허(梁家河)를 찾았다.

 
베이징에서 비행기로 80분 거리인 산시성 옌안시에 도착해 다시 승용차로 1시간 30분 달리니 옌촨현에 위치한 량자허가 나온다. 하방(下放)이라는 지식인의 사상 다지기 캠페인에 따라 시진핑이 16세 때 보내진 산골이다.  
시진핑 주석이 16세 때 하방돼 7년 생활을 했던 '야오둥'으로 불리는 토굴 셋 중 하나. 참으로 궁벽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시진핑 주석이 16세 때 하방돼 7년 생활을 했던 '야오둥'으로 불리는 토굴 셋 중 하나. 참으로 궁벽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와서 보니 사방이 산이고 평지는 거의 없어 ‘뭘 해 먹고 살아야 하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시진핑은 이곳에서 7년 동안 야오둥(窑洞)으로 불리는 토굴 셋을 전전했다. 토굴은 비가 오면 입구가 무너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
 
안에 들어가니 ‘남루함’ ‘궁벽함’ 등의 단어가 떠오른다. 그저 비바람을 피해 잠시 몸을 누일 곳이지 집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시진핑은 이곳에서 인생의 4대 관문을 넘어섰다고 한다. 벼룩과 거친 음식, 고된 노동, 사상 등이다.  
시진핑과 함께 하방된 지식청년들이 살았던 토굴. 시진핑 집권 이후인 2014년 산시성 인민정부에 의해 '산시성 문물 보호단위'로 지정됐다. 비가 오면 산사태 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떨칠 수 없다.

시진핑과 함께 하방된 지식청년들이 살았던 토굴. 시진핑 집권 이후인 2014년 산시성 인민정부에 의해 '산시성 문물 보호단위'로 지정됐다. 비가 오면 산사태 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떨칠 수 없다.

그래서인지 시진핑은 “내 인생의 첫 시기에 모든 걸 량자허에서 배웠다. 량자허를 가벼이 봐선 안 된다. 이 곳은 ‘커다란 학문(大學問)’이 있는 곳이다”라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참으로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당 선전 계통의 ‘시진핑 띄우기’가 시 주석의 의지와는 반대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두 가지가 고민이다. 하나는 ‘저급홍(低級紅)’으로 불리는 선전이다.
 
이는 시진핑 옹호로 보이나 그 방법이 거칠고 투박해 오히려 반감을 산다. 대표적인 게 시진핑 집권 1기에 나왔던 ‘시 아저씨는 펑 아줌마를 사랑해’ 같은 노래다. 시 아저씨는 시진핑, 펑 아줌마는 펑리위안 여사를 가리킨다.
 
시진핑이 만두집에 들러 서민과 함께 식사한 걸 소재로 한 노래 ‘만두집’도 일부에선 수준이 낮다는 비난을 들었다. 당초 의도는 간단한 멜로디로 소박한 정감을 표출해 시 주석의 대중적 모습을 그리는 것이었지만 21세기를 사는 중국 인민의 수준에 못 미쳤다는 평가다.  
량자허가 속한 옌안은 혁명의 도시다. 옛 공산당군의 복장을 한 관람객이 끊이지 않는다.

량자허가 속한 옌안은 혁명의 도시다. 옛 공산당군의 복장을 한 관람객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지린성 창춘시에 등장했던 시진핑 어록으로 도배한 ‘신시대호(新時代號)’ 지하철 역시 저급홍의 예로 꼽힌다. 당장(당내 법규)과 헌법에까지 삽입된 ‘시진핑 사상’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외신이 비꼬는 소재가 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시진핑 집권 2기 때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고급흑(高級黑)’ 선전이다. 저급홍보다는 세련되게 지도자 개인이나 정책을 홍보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 역효과를 낸다.  
 
2017년 11월 구이저우성의 첸시난(黔西南)일보가 과거 마오쩌둥 시대의 선전 수법을 따 시진핑의 거대한 사진을 신문에 내걸고 ‘위대한 영수’ 운운한 게 고급흑 선전의 예로 지적됐다.
 
지난해엔 중국의 성취를 과장해 기록한 다큐멘터리 ‘대단했다 우리나라’가 고급흑 선전이란 말을 들었다. 중국의 과학기술 성취를 과장해 중국에 대한 서방의 경계심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옌안을 근거지로 장제스와 맞서 싸우던 마오쩌둥도 토굴 생활을 했다. 마오가 살았던 토굴에는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옌안을 근거지로 장제스와 맞서 싸우던 마오쩌둥도 토굴 생활을 했다. 마오가 살았던 토굴에는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시진핑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는 건 그의 리더십 뿌리인 량자허를 중심으로 고급흑 선전이 집중적으로 벌어졌다는 점이다. ‘량자허’ 세 글자를 앞세운 서적과 드라마, 다큐멘터리, 학술대회 등이 잇따랐다.
 
르포문학 성격의 『량자허』와 산시사범대의 『시진핑의 7년 지식청년 세월』 등의 출판물이 인기를 끈 건 좋았는데 산시성사회과학계연합회가 ‘량자허 대학문’을 주제로 한 17개 프로젝트까지 제시하면서 고급흑 문제가 터져버렸다.
 
이 프로젝트는 시진핑의 토굴 생활 7년이 ‘시진핑 사상’의 각 부분은 물론 중국 5000년의 전통문화, 그리고 홍색 DNA와는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꿰맞추려는 작업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량자허는 원래 기층 민중에 봉사하는 관리의 낮은 자세를 교육하는 데 쓰임새가 있는 것인데 이게 시진핑에 대한 ‘개인 숭배’ 등을 꾀하는 도구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렇다면 시진핑의 장점을 배우자는 운동은 왜 시진핑에 대한 우상화 현상으로 귀결되고 마는 걸까. 선전의 주요 대상이 지식인이 아닌 농민과 노동자가 되다 보니 표현이 거칠어진다는 해석이 있다. 그래서 원래 취지와 다르게 저급홍 논란이 일었다.
 
또 고급흑 문제는 ‘좌경향으로 갈지언정 우경향으론 가지 않는다(寧左勿右)’는 관료들의 뿌리깊은 보신주의 사고에 기인하는 바 크다고 지적된다. 여기에 중국의 ‘개인 숭배’ 전통이 더해져 ‘시진핑 신격화’ 바람이 일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산시인민출판사가 펴낸 르포문학 성격의 도서 『량자허』는 출판과 함께 100만 부 이상이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산시인민출판사가 펴낸 르포문학 성격의 도서 『량자허』는 출판과 함께 100만 부 이상이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해석이 다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산 사람을 신의 경지에 올리는 작업은 왜 생기나. 지도자 개인의 권력이 절대적으로 강하기 때문이다. 시진핑의 현재 권력은 마오쩌둥 이래 가장 강하다는 평가다.
 
영도인의 권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추종자의 아부 또한 날로 세지는 건 자명한 이치다. 그러다 보니 저급홍과 고급흑 선전이 쏟아져 나온다. 지난달 중국 당국은 고급흑 경계령을 내렸다. 그러나 시 주석 권력이 현재 워낙 강해 그 효과를 제대로 거둘지는 미지수다. 
 
량자허(산시성)=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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