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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수의 시선] 청와대 인사 검증이 부실한 이유들

조강수 논설위원

조강수 논설위원

“내게 거짓말을 해봐(원제:Lie to me)”라는 미드(미국 드라마)가 있다. 발칙한 제목에 끌려 시청에 돌입했다. 아무리 네가 거짓말을 하더라도 다 가려내겠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의 배경이 궁금했다. 이 범죄수사물은 소재와 내용도 신선했다.
 
비언어커뮤니케이션 및 인지과학 전문가(칼 라이트만 박사)가 범죄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탐색해 간다. 폭탄을 어디에 숨겼는지 알기 위해 테러범을 신문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은 단호한 어조로 말한다. “어차피 인간은 10분 말하는 동안 평균 3번은 거짓말을 해. 그러니 차라리 내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마.” 어리둥절한 테러범에게 폭탄 설치 장소임직한 도시 이름을 댄다. 찰나의 순간, 미세하게 올라가는 용의자의 눈꼬리로 장소를 특정해낸다. 미세한 얼굴 표정의 변화나 바디 랭귀지를 읽어 참과 거짓을 가려내는 기법이다. 주인공은 ‘깡치 사건’으로 골머리를 앓는 경찰·FBI·로펌·기업·개인 등과 계약을 맺고 난제들을 극적으로 해결한다.
 
그런 천부적 능력이 요즘 가장 필요한 곳은 우리나라 청와대다. 청와대 민정수석과 인사수석의 부실 검증으로 7개 부처 장관 후보자 중 2명이 낙마하고 2명은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됐다. 이런 인사 참사를 지켜보다 보니 스멀스멀 드는 공상이다. 천재 과학자와 계약을 맺어 후보자 지명 전에 거짓말을 조금이라도 가려낸다면 사정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해서다.
 
그런데 신기하다. 정작 청와대 사람들은 이번 인사 검증 논란 역시 재작년 6월 안경환(법무부 장관 낙마)·강경화(외교부 장관 임명) 후보자 때와 마찬가지로 검증 부실로 보지 않으니 말이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낙마한 후보자의 주택 3채 보유, 후보자 아들의 외제차 보유 논란과 관련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게 흠인지 모르겠다”는 등의 엉뚱한 답변을 내놓더니 “청와대 인사 검증 라인은 잘못이 없다”고 단언했다.
 
급기야 조동호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의 해외 부실 학회 참석 논란과 관련해 “본인이 참석하지 않았다고 밝혀 검증 과정에서 누락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안경환 후보자 낙마 때 당사자 동의 없는 ‘몰래 혼인 신고’ 문제가 불거지자 청와대가 내놓은 해명과 똑같다. “인사 발표 전에 그 문제를 몰랐다. 본인이 이야기하지 않으면 청와대가 알 수 없다.” 인사 검증의 깊이도, 책임 추궁의 수준도 2년 동안 제자리걸음이라 갑갑하다. 윤 수석의 주장은 요령부득하다. 직무유기를 자인한 것이다.
 
검증은 당사자 해명·설명을 듣자는 게 아니다. 검증(檢證)의 사전적 의미는 ‘사실 등을 검사해 참인지 거짓인지 증명함’이다. 법률상으로는 ‘법관·수사관이 증거가 될 물건이나 장소를 직접 검사·조사함’이다. 청와대의 인사 검증은 후보자를 둘러싼 팩트, 의혹과 흠결의 진위를 조사해 자질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일단 인사 대상 공직자가 검증 동의서를 냈다면 결격사유가 있더라도 거짓말로 통과해 보겠다는 적극적 의사 표시를 한 것으로 간주하고 진위를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검증 책임자들의 안이한 자세도 한몫했을 것이다. 청와대 수석 중에 주택이 여러 채인 사람이 적지 않다. 부지불식간에 부동산 보유 및 투기 문제에 관대해졌을 수 있다. 이러니 청와대 사람들의 동류의식이 부실 검증의 원인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특히 조국 민정수석은 ‘흠결이 조금 있어도 내 편이면 된다’는 식으로 얼렁뚱땅 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전 정부와 달리 국가정보원의 힘을 빼면서 국정원의 인사 존안 파일 활용을 스스로 막아 놓은 것도 문제다. 이 정부 들어 낙마한 차관급 이상 고위 공직 후보자만 11명이다.
 
검증 부실은 사고로 이어진다. 의전이 생명인 외교부는 발틱 국가를 발칸 국가로 잘못 표기하는 발칙한 외교 결례를 범한 지 채 며칠도 지나지 않아 ‘구겨진 태극기’ 사건으로 기강 해이의 정점을 찍었다. 그 부처의 수장이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강경화 장관이다.
 
군은 훈련을 못 하고 보훈처는 좌익인사 서훈 주기에 빠져있다. 일부 방송사 인사는 친(親)정부적으로 완성됐고 사법부의 엘리트 판사들은 축출됐다. 박근혜 정부 때 외국에 나가 살다가 최근 귀국한 법률가가 내놓은 분석이다. “이전에 비해 주변 사람들이 많이 화가 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나라에 다음에 무슨 일이 있을지 전혀 모르겠다. 우리는 강대국에 비해 제대로 된 혁명을 거치지 않았다. 지금 ‘혁명의 시대’를 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조강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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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