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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표 “여권 내 인사청문회 바꾸자는 얘기, 내로남불 맞다”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업무보고가 있던 4일 운영위원장(여당 원내대표의 당연직)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밀착 마크했다. 인터뷰 시간 30분을 확보하기 힘들었다. 인터뷰를 시도할 때마다 돌발 상황이 생겼다. ‘본의 아니게’ 1박2일 취재가 됐다.
 
전날 치러진 4·3 재·보선 결과를 두고 홍 원내대표는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민주당은 경남 창원 성산과 통영-고성 2곳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 1석을, 경북 문경과 전북 전주 등 3곳에서 치러진 기초의원 선거에선 전패했다. 창원 성산의 경우도 민주당과 단일화한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를 504표 차로 신승한 것이어서 ‘반쪽’ 승리로 평가된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4·3 재·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다시 신발 끈을 잘 매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승현 기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4·3 재·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다시 신발 끈을 잘 매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승현 기자]

"죄인 취급, 모멸감 주는 인사청문회”
 
경남에서 0대 2로 졌어야 당이 정신 차렸을 거라는 의원들도 있다.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다시 신발 끈 잘 매고 열심히 하겠다. 다만 너무 비관적으로, 패배주의적으로 평가해서도 안 된다. 구조적인 한계가 있었다. 창원 성산은 지난 네 차례 선거에서 우리 후보를 못 내 조직력 자체가 없었다. 통영-고성은 보수세가 강한 곳이다. 지원 유세 중에 한 나이 드신 분이 ‘박근혜 대통령이나 빨리 감옥에서 꺼내라’고 야단치셔서 우리가 더 노력해야 되는 지역임을 느꼈다.”
 
오후 3시15분 시작된 국회 운영위의 청와대 업무보고가 자정까지 계속됐다. 그 사이 강원도 고성에서 난 산불 피해가 커지고 있었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각각 10시40분, 11시30분에 국회를 떠났다. 국회의원들이 위기관리 컨트롤 타워의 발을 묶어 놨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심각성을 몰랐다며 제대로 설명했어야 한다는데.
“제가 운영위에서 정의용 안보실장에게 상황보고를 요구한 게 오후 9시30분이다. 그때 정 실장이 주민들 대피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얼마나 더 심각하게 상황 설명을 해야 했나. 회의 도중 컴퓨터 모니터 켜서 산불 속보 좀 보라고도 했다. 그래도 합의 안 해주면 운영위원장 직권으로 돌려보내려고 했다.”
 
운영위에서 한국당은 낙마한 두 명의 장관 후보자 말고도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를 자질 부족이라고 주장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 사퇴도 촉구했다. 민주당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 의혹을 거론하며 박근혜 정부 인사 참사로 맞불을 놨다.
 
 
"여당 원내내표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조-조 수석을 왜 지키려 하나.
“지키려고 한다기보다 문제 제기된 걸 보면 인사수석이나 민정수석이 책임질 일은 아니라고 보는 거다. 시스템으로 이뤄지는 인사이기 때문에 어떤 개인의 잘못이라고 할 수가 없다.”
 
두 사람 책임이 아니라면 ‘비선(秘線) 실세’가 있는 거냐는 말도 나온다.
“전혀(아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비선 이야기는 처음 들어보는 것 같다. 문 대통령은 공식적인 업무체계, 이걸 굉장히 존중하는 분이다.”
 
집권하고 나서 인사청문제도를 바꾸자는 건 ‘내로남불’ 아닌가.
“솔직히 인정한다. 하지만 이 상태가 지속해선 안 된다는 거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임명 때도 27명이나 고사했다고 한다. 생중계 인사청문회에서 거의 죄인 취급을 하고 인간적 모멸감을 주는 방식이면 웬만한 사람은 하려고 하질 않는다.”
 
한국GM의 전신인 대우자동차 노조 간부 출신인 홍 원내대표는 요즘 공개석상에서도 민주노총에 쓴소리를 하곤 한다. 그는 “민주노총 지도부 일부가 아직까지 80년대 노동 운동 방식을 고수하는 게 안타까워서 그런다”고 했다. 1985년 대우차 파업 때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과 담판 회동해 파격적인 양보안을 얻어낸 그는 94년 민주노총 출범준비위원회에 참여했다.
 
지난 3일 민주노총 200여 명이 탄력근로제 확대 반대 시위를 하면서 국회 철제 담장을 무너뜨렸다.
“그런 투쟁 방식은 납득이 안 된다. 탄력근로제 확대는 한국노총 등 노동계와 경영계가 정말 어렵게 사회적 합의를 이룬 건데 한국당과 민주노총이 손잡고 반대해서 법안 통과가 안 되고 있다. 사실 민주노총 지도부의 행동은 대다수 조합원의 생각과 괴리가 있다. 지난번 지도부의 총파업 지시에 3200명만 참여했다.”
 
여당이 민주노총을 설득 안 하면 누가 하나.
“4·3 재·보선 때 창원 성산 지원 유세를 가려다 못 간 것도 민주노총 때문이다. 정의당에서 처음에는 와달라고 했다가, 내가 가면 민주노총이 반발하고 시끄러워지니까 오지 말라고 하더라. 그런데도 여당이 더 노력해야 하는 건 맞다.”
 
원내대표가 된 뒤 문재인 대통령을 독대한 적 있나.
“NCND(긍정도 부정도 아님)다. 필요할 때 요청하면 만날 순 있다. 당·정·청간 여러 공식·비공식적인 채널도 있다.”
 
삼수 끝에 오른 원내대표 자리를 한 달 후 물려주게 되는 그에게 이번 원내대표 선거 전망을 물었다. 누가 가장 유력한지에 대해선 “의원들끼리는 원내대표 선거를 ‘귀신 선거’라고 부른다. 유권자는 128명밖에 안 되지만 최고의 선거 전문가들끼리 치르는 선거여서 예측하기 힘들다”며 즉답을 피했다. ‘홍영표가 특정 후보를 밀어준다’는 소문을 언급하자 “엄정 중립”이라고 일축했다. 자신의 원내대표 활동과 관련, “인터넷전문은행법·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등 이른바 ‘개혁 법안’을 통과시킨 건 보람된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여당 원내대표가 이렇게까지 힘들 줄은 저도 솔직히 몰랐다. 후임에 도전하는 의원들이 지금 선거운동을 열심히 하는데 속으로는 ‘어휴, 이 힘든 걸 왜 하려고 저러나’ 하는 생각을 한다”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갈등이 증폭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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