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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도 소득주도성장 어렵다는데…

김기환 경제정책팀 기자

김기환 경제정책팀 기자

“생산 없는 현금 분배는 인적 자원을 파괴하는 행위다.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3월 27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로머 뉴욕대 교수)
 
“(소주성은) 저소득층을 위한 인권 정책은 될 수 있어도 경제 정책은 될 수 없다, 글로벌 경제가 나빠지는데 국내에선 소주성만 얘기해 문제다.”(4월 3일, 청와대 경제 원로 간담회)
 
“소주성 논쟁은 무의미하다. 경제 성장을 위한 유일한 방법은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다.”(4일, 글로벌 신용평가사 S&P)
 
최근 열흘 새 경제계 곳곳에서 소주성을 두고 울린 ‘경고음’이다. 소주성 이론은 정부가 개입해 저소득층 소득을 늘릴수록 총 수요가 증가해 경제가 성장한다는 내용이다.  
 
‘소득 증가→소비 증가→기업 이윤 증가→고용 확대→소득 증가’ 선순환을 통해 국가 경제가 성장한다고 본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등이 대표 정책으로 꼽힌다.
 
경고음의 근거는 낙제점에 가까운 성적표(경제 지표)다. 올 2월을 기점으로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한국 경제 버팀목이던 수출은 4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이다. 1월 실업률(4.5%)은 19년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해 4분기엔 상위 20% 소득이 하위 20% 소득의 5.47배를 기록했다. 분배 격차가 15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경제 지표가 가리키는 건 소주성 실험의 ‘실패’다. 그런데 정부 입장은 확고하다.  
 
이낙연 국무총리,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최근 발언을 살펴보면 “소주성의 성과가 있었다” “정부를 믿고 기다려달라”는 식이다. 지난 1일엔 문 대통령이 ‘소방수’로 나섰다.
 
“소주성은 세계적으로 ‘족보’ 있는 이야기다. 성공하고 있다고 선을 긋듯이 말할 수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고용된 노동자 소득 수준이 높아진 것은 틀림없는 성과다.”
 
하지만 ‘족보’와 ‘성과’를 따지기엔 곳곳에서 울리는 위기 신호가 심상치 않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정적인 경제 지표가 쏟아지는데 일부 긍정적인 면에 주목해달라는 정부 해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며 “현 정부의 진짜 위기는 위기가 닥쳤는지조차 모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형 사고가 일어나기 전 사전 징후 300개, 작은 사고 29개가 일어난다는 ‘하인리히 법칙’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위기를 맞았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경보음이 돌이킬 수 없는 경제 위기로 돌아오기 전 소주성 실패를 인정하고 정책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
 
김기환 경제정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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