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1박스에 4500만원…세계는 지금 스페셜티 커피 열풍

유기농으로 키운 인도네시아 자바 섬 씨위데이 농장의 커피. [사진 네스프레소]

유기농으로 키운 인도네시아 자바 섬 씨위데이 농장의 커피. [사진 네스프레소]

지난해 8월, 파나마 스페셜티커피협회가 주최한 '베스트 오브 파나마' 경매에서 엘리다 농장이 생산한 '게이샤(Geisha)' 생두는 1파운드(453g) 803달러(약 91만원)에 낙찰됐다. 커피 경매 역사상 최고가다. 1박스(50파운드) 가격은 약 4500만원으로 금괴 1㎏(약 5400만원)과 맞먹는다. 또 파나마에서 스페셜티(Specialty) 커피 경매가 시작된 2004년 '에스메랄다 게이샤'가 받은 21달러보다 38배 높다. 에스메랄다 게이샤는 스페셜티 커피의 대명사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생두 한 박스 가격이 수천만원 하는 현상은 지금 전 세계서 일고 있는 스페셜티 커피 열풍을 보여준다. 스페셜티 커피란 전 세계 커피 전문가단체 스페셜티커피협회(SCA)가 정한 기준에 따라 80점(100점 만점) 이상의 점수를 얻은 생두를 말한다. 테스트를 통해 명확한 캐릭터가 발산해야 한다는 점과 이력 추적이 가능해야 한다는 점이 필수 조건이다. 또 산지 직거래 유통 방식이 특징이다.     
 
스페셜티 커피의 나이는 스무살 안팎이다. 용어는 1970년대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지만, 산업으로 발전한 건 2000년대 이후다. 김용덕(60) 테라로사 대표는 "제대로 된 커피 한 잔을 소비하고 싶은 욕구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우종호(58) 한국커피품평협회(CCAK) 회장은 "한국으로 치면 설탕·크림을 타 먹던 인스턴트가 1세대, 우유·소스 등 첨가물 커피가 2세대라면 원두 본연의 맛과 향을 즐기는 스페셜티 커피는 3세대 커피"라고 말했다.
 
미국서 태동한 스페셜티 커피는 지금 한국에서 가장 뜨겁다. 농부와 함께 스페셜티 커피의 한 축을 담당하는 전 세계 커피 감별사(큐그레이더) 자격증 보유자 4500명 중 2500명이 한국인이다. 우 회장은 "웬만해선 카페를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카페·커피 시장이 한국을 스페셜티 커피 대열의 맨 앞으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강릉커피축제에서 '컵테이스팅(커피 감별)'을 주관한 김재완(52) 산토리니커피 대표는 "앞으로 스페셜티 커피가 아니면 한국에서 카페를 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며 "한국의 커피 소비 수준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의 한국 상륙 과정만 봐도 그렇다. 블루보틀은 '올 2분기 내 론칭' 말고는 아직 아무것도 보여준 게 없는데도 업계와 소비자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블루보틀의 한국 진출은 예상보다 빨랐다. 일본에서 한국의 스페셜티 커피 수요를 본 후 서둘렀다는 후문이다. "일본 블루보틀 매장에 한국 사람이 절반"이라는 입소문은 오래전부터 돌았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전문가들은 스페셜티 커피는 '고급'이나 '프리미엄' 커피와는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김재완 대표는 "전 세계 상위 5%만이 스페셜티 커피로 판정받는다. 나머지 95% 커머셜(상업) 커피 중 상위 2~3%가 프리미엄 커피"라고 말했다. 또 요즘 스타벅스를 비롯한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가 너나 할 것 없이 '스페셜티 커피'를 마케팅용으로 쓰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스페셜티 커피는 직거래가 기본이다. 산지 농부의 수익 보장은 물론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커피 한 잔의 철학도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무엇이 스페셜티인가'라는 의문은 남는다. 몇 가지 문답으로 풀이했다.    
 
◆블루마운틴·코나·모카마타리는 세계 3대 커피?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하와이 '코나', 예멘 '모카마타리'는 흔히 세계 3대 커피로 불린다. 하지만 스페셜티 커피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우종호 회장은 "한때 커피 시장의 주 소비국이었던 일본에서 붙인 명칭이다. 스페셜티 커피가 등장하기 전 대부분의 커피가 산지 관리가 안 되었지만 자메이카·예멘 정부와 하와이 주 정부는 이를 관리·감독했기 때문에 고급 커피로 인식된 것"이라고 말했다.  
 
"블루마운틴이 '경기미'라면 스페셜티 커피는 '이천쌀'이다. '이천의 김모씨가 우렁이 농법으로 키운 유기농 쌀'이 스페셜티 커피인 셈이다." 김재완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연중 서너 달을 중남미 등 산지를 돌아다니며 커피를 수입하는 서필훈(43) 커피리브레 대표는 "스페셜티 커피는 큰 농장에서 마이크로로트(작은 경작지)으로 따로 재배한다"며 "그래서 다양한 스페셜티 커피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가격도 서너배 비싸다. 김용덕 대표는 "작년 커머셜 커피 생두 가격은 뉴욕선물거래소에서 파운드당 1.12달러에 형성됐다. 현재 한국에 수입되는 스페셜티 커피는 평균 4달러 선"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스타벅스 리저브'는 스페셜티 커피인가  
스타벅스는 스페셜티 커피의 범주에 관한 논쟁에서 가장 뜨겁다. 미국 SCA 일각에선 스페셜티 커피 시장 규모에 스타벅스를 포함하기도 한다. "일부 스페셜티 커피를 쓰고 있으며,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점을 든다. 특히 스페셜티 커피를 표방한 '리저브' 매장이 그렇다. 십 년째 스페셜티 커피만을 취급하는 양진호(41) 엘카페 대표는 "한 잔의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리저브 매장 정도면 스페셜티 커피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 "스페셜티 커피가 갖는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지에 대해선 의문"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넌센스"라고 말했다. "스타벅스를 포함해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아주 작은 양의 COE 품종을 수입해와서 사용한다. 스페셜티 커피를 마케팅으로 활용한 사례"라고 말했다. 'COE(Cup of Excellence)'는 특정 커피 생산국에서 그해 최고의 생두에 붙이는 이름이다.
 
◆스타벅스는 '쓴·단', 스페셜티 커피는 '신·단 그리고 알파'  
스페셜티 커피는 한때 '신맛'으로 대표됐다. 김재완 대표는 "스페셜티 커피는 약하게 볶는 약배전 방식을 쓴다. 강하게 볶으면(강배전) 신맛이 날아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단, 신맛이 다는 아니다. "신맛을 기본으로 다양한 맛, 그리고 캐릭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강배전하는 대표적인 커피가 스타벅스"라고 덧붙였다.  
 
스타벅스는 커머셜·스페셜티 커피의 풍미를 가르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SCA 월드바리스타챔피업십에서 14위에 오른 '국가대표 바리스타' 전주연(35)씨는 "스타벅스의 로스팅(커피를 볶은 과정)과 추출(커피를 내리는 과정)은 쓴맛을 시작으로 단맛을 가미하는 게 특징이다. 반면 스페셜티 커피는 신맛과 단맛을 기본으로 플러스알파, 예를 들면 과일 향이 나는 맛 등 다양한 풍미를 가미한 맛"이라고 말했다.  
 
◆블루보틀은 시장의 판도를 바꿔 놓을까  
스페셜티 커피업계는 "블루보틀이 커피 소비문화를 바꿔놓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종호 회장은 "소득이 3만불이 되면 커피 소비가 달라진다. 블루보틀에 대한 관심은 그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김재완 대표는 "지금도 한국의 커피 소비문화는 선진국 수준이다. 블루보틀이 여기에 기름을 부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스페셜티 커피와 바리스타를 갖춘 매장은 서울 상수·성수동을 비롯해 강릉·부산 등에 500여 곳이다.  
 
그러나 블루보틀의 시장점유율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시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블루보틀의 미국 시장점유율은 0.1% 미만이다.
업계에 따르면 블루보틀 말고도 한국시장 진출을 타진하는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는 여럿이다. 인텔리젠시아(미국)·스텀프 타운(미국)·카운터 컬처(미국)·퍼센트 아라비카(일본) 등이다.    
 
◆한국 스페셜티 커피 시장 규모는 이미 1조원?
스페셜티 커피 전문가는 한국의 스페셜티 커피 시장을 2000억~1조원으로 본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카페 커피 시장 규모는 약 4조9000억원(예상)이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5~20%다.  
 
지난해 스페셜티 커피를 가장 많이 수입한 곳은 테라로사와 커피리브레로 각각 600t을 들여왔다. 김용덕 대표는 "한국으로 들어오는 스페셜티 커피 규모를 약 3000톤 정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생두 1㎏을 볶으면 800g이 되고, 드립커피 한 잔에 20g이 들어간다고 가정할 때 약 1억2000만 잔이다. 스페셜티 커피로 내린 드립커피 한 잔의 가격이 5000원~1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7000억~8000억원 선이다. 업계는 "수년 내 두세배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관련기사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