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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도 영하 3도, 초속 20m 강풍...그래도 남극의 황금계절

남극의 여름엔 해가 지지 않는다. 해는 남극의 하늘을 낮게 오르락 내리락 하며 24시간 지평선, 수평선을 따라 돌 뿐이다. [사진 극지연구소]

남극의 여름엔 해가 지지 않는다. 해는 남극의 하늘을 낮게 오르락 내리락 하며 24시간 지평선, 수평선을 따라 돌 뿐이다. [사진 극지연구소]

 ⑤장보고과학기지의 여름  
 
남극의 여름은 11월부터 2월까지다. 이 기간 동안 하루 24시간 온종일 낮인 백야(白夜)의 세상이 된다. 태양은 24시간 하늘을 낮게 오르락 내리락 하며 장보고과학기지를 중심으로 돈다. 남극의 여름은 장보고과학기지에서 연중 가장 바쁜 때이기도 하다. 이 기간 동안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적지 않은 연구자들이 기지로 찾아온다. 1년 내내 장보고과학기지를 지켜야하는 우리‘월동(越冬) 대원’의 임무 중 하나가 이들의 연구활동을 지원하는 일이다.  
 
하계 연구원들이 가장 많은 12월 중순까지는 주말에도 쉴 틈이 없다. 이들은 짧게는 2주, 길게는 두 달 정도 기지에 머무른다. 이들에게 여름은 황금과 같은 시간이다. 여름철 연구 활동이 한 해 연구 결과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채병도 의료대원이 장보고과학기지 주변의 펭귄 무리들 옆에 섰다. [사진 극지연구소]

채병도 의료대원이 장보고과학기지 주변의 펭귄 무리들 옆에 섰다. [사진 극지연구소]

여름에도 영하 2~3도에 초속 20m 활강풍
 
여름이라 해도 남위 74도에 있는 장보고과학기지의 기온은 영하 2~3도에 이른다. 기상도 변화무쌍하다. 가끔 하루나 이틀 눈과 함께 산 위에서 부는 초속 20m 이상의 강한 ‘활강풍’이 불면 우리 월동대원도, 하계 연구원들도 모두 외부 활동이 금지된다. 사실상 기지는 강제 휴무에 들어간다.  
 
월동대원들의 하루는 오전 7시부터 시작한다. 일어나서 씻고 긴장된 모습으로 아침 회의에 모여 그날의 해야 할 일들을 논의하고 각자 담당 구역으로 흩어진다. 연구반 대원들은 각자 맡은 바 연구동을 관리하고 기기 측정이나 실험을 하고 자료를 백업한 뒤 국내로 전송한다. 그리고 하계 연구원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기지 바깥 지원까지 가야 한다.  
장보고과학기지는 남극대륙에서도 남위 74도에 위치해 있다. [사진 극지연구소]

장보고과학기지는 남극대륙에서도 남위 74도에 위치해 있다. [사진 극지연구소]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여름 장보고과학기지 
 
유지반 대원들은 기지가 숨 쉴 수 있도록 발전동과 중장비동에서 쉴 새 없이 동력을 점검하고 관리한다. 또한 하계 연구원들이 설상차나 지게차 등 장비 지원을 요청하면 언제든지 달려가야 한다. 아침 일찍부터 시작된 근무는 저녁 6시가 되어야 마친다. 이외에도 통신실 일직과 발전동 당직이 순번으로 돌아온다. 당직은 새벽 불침번이라 끝난 후 오전까지 휴식을 취한다.
 
또한 기본적으로 두 명의 월동대원이 매일 순번으로 매 식사 시간 이전과 이후 한 시간씩 주방 취사를 보조해야 한다. 조리대원 두 명이 있지만 여름철 매일 60명분 이상을 준비하려면 설거지하고 일부 재료를 손질하는 것을 도와줘야 한다.  
두께가 2m를 넘는 바다얼음을 뚫고 들어가는 아이스다이빙 연구 활동. [사진 극지연구소]

두께가 2m를 넘는 바다얼음을 뚫고 들어가는 아이스다이빙 연구 활동. [사진 극지연구소]

백야 속 하계 연구자 지원 강행군 
 
날씨가 좋은 일요일 하계 연구원들의 지원 요청이 오면 휴일임에도 월동대들은 움직여야만 한다. 또한 비정기적으로 들어오는 항공기 보급도 해빙(海氷) 활주로까지 가서 받아야 한다. 아라온호 보급과 더불어 창고 정리는 월동대 전체가 움직여야 하는 공동 작업이고 강한 활강풍에 망가진 장비를 정비하는 것도 당연 우리 몫이다.  예전 북극 다산기지에서 백야를 보낸 적이 있는데 잠을 자기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희한하게 장보고기지 월동대원들이 백야로 잠을 설쳤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각자 분담 업무 외에 2중 3중의 고된 노동이 만든 결과이리라.  
 
남극의 눈이야 항상 당연한 현상이지만 골칫덩어리가 될 줄은 상상을 못했다. 그간 내린 눈이 엄청나서 4차 월동대가 치우지 못할 정도였다. 일부 건물을 가릴 정도로 눈이 쌓여 중장비 대원이 대부분 시간을 설상차와 포크레인에서 보낼 정도였다. 어느 정도 쌓인 눈을 치우지만 활강풍과 눈바람은 중장비 대원의 노력을 허사로 만든다.  
 장보고기지 주변은 여름철에도 눈이 쌓여있다. 제설작업은 굴삭기와 같은 중장비를 이용해야 한다. [사진 극지연구소]

장보고기지 주변은 여름철에도 눈이 쌓여있다. 제설작업은 굴삭기와 같은 중장비를 이용해야 한다. [사진 극지연구소]

여름철에도 제설작업 분주한 장보고기지 
 
기지의 주요 길은 차량 이동에 필수적이라서 2-3일 눈바람이 불면 우선적으로 길 위의 눈을 치워야 한다. 수시로 내리는 눈 때문에 건물 주변에 쌓인 눈은 더욱 불어만 갔다. 특히 2017년 말 여름은 이전 해보다 유난히 추워 눈도 녹지 않았다. 한여름만 되면 기지 주변에 눈이 녹아서 땅이 드러났는데, 그해 여름은 이상했다.  
 
바다도 심상치 않았다. 한여름 바다얼음이 녹으면 고무보트를 타고 나가 잠수나 해양 연구를 한다. 어느 하루 해빙(海氷)이 깨지면서 점검차 고무보트가 잠시 바다로 나갔는데, 이후 다시 바다가 얼어붙었다. 때문에 고무보트는 1년 내내 보트 보관동에 묶여있어야 했다. 기지가 설립된 이후로 처음이란다.  
장보고과학기지 내 식당의 바. 각종 라면과 차 다양한 식품들이 상주 대원들을 위해 준비돼 있다. [사진 극지연구소]

장보고과학기지 내 식당의 바. 각종 라면과 차 다양한 식품들이 상주 대원들을 위해 준비돼 있다. [사진 극지연구소]

 
본관동과 비상 대피동 사이에 족구장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 5차 월동대원들은 본적이 없다. 대원들이 이구동성으로‘전설이 아니냐’고 물었다. 족구장이 3m 정도 쌓인 눈 때문에 보이지 않았다. 보지 않은 이상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밤새 초속 20m 이상 활강풍이 불어 발전동 정문 앞에 눈이 쌓이면 발전동 당직자가 갇힐 때도 있다. 이상하게 생물대원이 당직을 할 때 자주 걸렸다. 아침에 날씨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대원들이 구출하러 가야한다고 아우성이었다. 괜히 마음이 짠하고 대원들이 믿음직했다.  ⑥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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