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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입양 절차’ 논란…아동 입양도 정부가 책임져야 하나

입양의 날인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동방영아일시보호소에서 한 보육사가 사랑의 손길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뉴스1]

입양의 날인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동방영아일시보호소에서 한 보육사가 사랑의 손길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뉴스1]

2016년 7월 경북대병원 응급실에 만 세 살짜리 은비(가명)가 심정지 상태로 들어왔다. 원인은 상습 구타로 인한 뇌출혈. 입양을 전제로 은비를 7개월째 키우던 양아버지의 소행이었다. 일주일 뒤 서울가정법원은 이런 사실을 모른 채 양부모에게 은비의 입양을 허가했다. 은비는 결국 3개월 뒤 숨졌다. 이 사건 이후 허술한 입양 과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됐다.
 
그 결과가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입양특례법 전부 개정안과 국제입양에 관한 법 제정안이다. 두 법안의 골자는 국내외 입양 전 과정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관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재 입양은 법원의 허가를 제외하면 홀트아동복지회 등 민간 기관이 신청과 양부모 알선 등 전 과정을 담당하고 있다.
 
2018년 마지막 날 닫혀 있는 서울 난곡동 베이비 박스. 2018년에는 219명의 아이들이 이곳에 놓여졌다. 이수정 기자

2018년 마지막 날 닫혀 있는 서울 난곡동 베이비 박스. 2018년에는 219명의 아이들이 이곳에 놓여졌다. 이수정 기자

유기 아동이 늘까?
남 의원의 법안은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 입양 전 단계에 정부와 지자체가 개입하면 입양 자격이 없는 양부모에게 입양되는 문제 등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또 국제 입양의 경우 해당 국가에서 국적을 취득하지 못하고 추방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 정부가 사후 관리까지 철저히 할 경우 이런 문제가 사라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니다.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 참석한 김미애 변호사는 “친부모 가정에서 자라는 게 최선이고, 그 다음이 국내 입양, 국외 입양이고 최후에 선택해야 하는 게 시설 양육이다. 그런데 남 의원 법안은 오히려 시설 양육을 늘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입양 단계마다 정부와 지자체의 심사를 받게 되면 중간에 입양을 포기하는 미혼모 등이 늘게 되고, 그러면 당연히 시설에 맡겨지는 아이와 유기되는 아이가 늘어난다는 논리다.

 
입양 아동 수 추이

입양 아동 수 추이

남 의원의 법안에 반대하는 이들은 2012년 전면 개정돼 시행된 입양특례법을 사례로 제시한다. 7년 전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입양 보내려는 부모가 꼭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도록 했다. 하지만 그 결과 미혼모 등이 출생신고를 꺼려 입양이 줄고, 유기 아동이 늘어났다. 전체 입양 아동 수는 2012년 1880명이었지만 바로 이듬해 922명으로 줄었고, 베이비박스에 유기된 아동 수는 같은 기간 79명에서 252명으로 늘었다. 선한 의도가 나쁜 결과를 낸 사례인데, 남 의원의 법안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반론도 있다. 남 의원 법안을 만드는 데 참여했던 뿌리의집 김도현 목사는 “김미애 변호사 등은 입양이 늘어나야 좋다는 가정에서 주장하는데 틀린 얘기다. 친부모 하에서 자라는 게 최선이고, 아동이 시설에 가더라도 원 가정 복귀를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입법조사처는 2017년 ‘입양특례법의 입법영향분석’ 보고서에서 “베이비박스가 보다 안전한 영아유기의 방식으로 부각된 것일 뿐 이 법의 부작용이라거나 영아유기가 증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입양의 날인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동방영아일시보호소에서 한 직원이 사랑의 손길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뉴스1]

입양의 날인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동방영아일시보호소에서 한 직원이 사랑의 손길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뉴스1]

입양기관은 적폐?
정부가 입양 과정을 전담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일정 부분 민간 입양기관을 향한 불신이 자리해 있다. 공청회에서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국제 입양은 ‘입양 산업’ 이라는 비판을 받는다”고 말했다. 입양으로 수익 사업을 하는 민간 입양기관을 향한 비판적인 시선이 담긴 발언이다. 이 때문에 남 의원 법안은 입양 모든 단계에서 민간 입양기관의 개입을 배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가 입양 전 과정을 맡을 경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남 의원 법안 취지는 기본적으로 옳다. 하지만 지자체가 입양을 담당할 준비가 안 돼 있는데 갑자기 법을 시행하면 입양 준비 기간이 길어지는 등 아이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영란 한국입양홍보회 사업팀장도 “지자체가 입양을 맡을 경우 인력과 시스템 문제 때문에 입양 연결이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민간 입양기관이 ‘적폐’처럼 취급이 되는 것 같은데, 60여년 입양을 담당해오면서 쌓은 전문성을 앞으로 정부가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성민ㆍ임성빈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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