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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무게가 3000t…‘사막장미’ 본뜬 카타르 박물관

[한은화의 공간탐구생활] 
카타르 도하에 자리한 카타르 국립 박물관. 2008년 설계를 시작해 지난달 27일 개관했다. 사진 Iwan Baan

카타르 도하에 자리한 카타르 국립 박물관. 2008년 설계를 시작해 지난달 27일 개관했다. 사진 Iwan Baan

중동의 사막은 소리 없는 건축 전쟁터다. 경제적으로 급성장한 산유국들이 든든한 오일 머니를 장전하고서 국력 과시를 위해 높고 이색적인 건물을 앞다퉈 짓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부르즈 칼리파(829.84m)가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에 있는 것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설계한 비정형 건축의 대가 자하 하디드(1950~2016)가 중동에서 잦은 러브콜을 받았던 데도 다 이유가 있다.       
 
최근 카타르의 수도 도하는 새로운 아이콘의 등장을 알렸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각) 카타르 국립 박물관(NMoQㆍNational Museum of Qatar)을 개관하면서다. 건물은 중력을 거스르는 모양새다. 직각으로 서 있는 면이 하나도 없다. 원반이 마구잡이로 겹쳐져서 연면적 4만6596㎡ 규모의 공간을 만든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74)이 디자인했다. 그는 파리의 아랍문화원, 스페인 바르셀로나 아그바르 타워, 루브르 박물관 아부다비, 리움 미술관 등을 설계했다.     
 
카타르 국왕의 여동생이자 카타르 박물관청 수장인 알 마야사 빈트 하마드 빈 칼리파 알 타니가 장 누벨을 콕 찍었다. 국왕의 여동생은 세계 미술 시장의 큰손으로 꼽힌다. “컬렉션을 위한 쇼케이스가 아니라, 박물관에서 고대와 현대를 경험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 주문사항이었다.   
카타르는 페르시아만과 접한 사막 국가다. 수도 도하에 들어선 카타르 국립 박물관. 사진 Iwan Baan

카타르는 페르시아만과 접한 사막 국가다. 수도 도하에 들어선 카타르 국립 박물관. 사진 Iwan Baan

하지만 카타르는 페르시아만의 젊은 국가다. 오랫동안 어업과 진주 채취에 의존했다. 20세기 들어 석유와 천연가스가 발견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총인구수는 274만 명에 유산으로 내세울 것이 부족했다. 개관식을 앞두고 발표한 소감문에서 건축가 장 누벨은 “1950~60년대 도하의 사진과 현재를 비교하면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지 알 수 있다”며 “나는 카타르의 원시적 자연, 바다에 접한 사막 지형의 특성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혔다.    
실제 사막 장미의 모습. 해양 사막 국가에서 드물게 나타나는 모래와 해수의 결정체다.[사진 현대건설]

실제 사막 장미의 모습. 해양 사막 국가에서 드물게 나타나는 모래와 해수의 결정체다.[사진 현대건설]

 7만6000장의 섬유보강콘크리트 패널을 철골 구조에 끼워 완성한 카타르 국립 박물관.[사진 현대건설]

7만6000장의 섬유보강콘크리트 패널을 철골 구조에 끼워 완성한 카타르 국립 박물관.[사진 현대건설]

바로 ‘사막 장미(Sand Rose)’였다. 장미 모양을 가진 사막의 모래 덩어리를 뜻하는데, 해양 사막 지형에서 볼 수 있다. 모래에 갇혀 있던 해수가 증발하면서 모래와 미네랄이 엉켜 장미 모양의 결정체로 굳어지는 경우를 일컫는다. 드물게 발생해 행운의 상징으로 통한다. 
 
건축가는 이 사막 장미를 거대한 박물관의 디자인 모티브로 삼았다. 그는 “방문자들이 박물관을 통해 사막과 바다를 느끼고, 강철ㆍ유리ㆍ콘크리트로 건축된 건물을 보면서 사막의 유목민이 현대 자본주의 도시를 건설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물관의 공사는 2011년께 시작됐다. 글로벌 건설회사 5곳이 입찰에 참여해 현대건설이 낙찰됐다. 공사비는 4억3400만 달러(약 4700억원)였다. 직선이 하나도 없는 건물이었으니 손꼽히는 난공사였다.   
콘크리트 패널을 끼우기 전, 철골 골조 현장의 모습.[사진 현대건설]

콘크리트 패널을 끼우기 전, 철골 골조 현장의 모습.[사진 현대건설]

겹치고 휘어진 곡선 건물의 비결은 철골 뼈대다. 철골로 사막 장미 모양의 구조체를 세운 뒤 공장에서 제작한 콘크리트 패널을 붙였다. 장미의 꽃잎을 형상화하는 원반만 해도 총 316개에 달한다. 그리고 316개의 원반(꽃잎)을 만들기 위해 7만6000장의 콘크리트 패널 조각을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끼워 맞췄다. 
 
엄청난 퍼즐 맞추기였다. 이상복 현대건설 현장 소장은 “모양도 크기도 제각각인 콘크리트 패널을 제작하기 위해 만든 몰드(틀)만 3600개에 달한다”며 “섞여서 헷갈리지 않도록 패널마다 바코드를 부착했고 바코드를 찍으면 몇 번 원반에 어느 부분임을 추적ㆍ관리할 수 있게 했다”고 전했다.

 
콘크리트 패널의 두께는 4~6㎝로 얇다. 통상 콘크리트를 양생할 때 철근을 넣어 강성을 높이지만, 얇고 곡면이라 철근을 넣을 수 없었다. 그래서 섬유보강 콘크리트(FRCㆍFiber Reinforced Concrete)를 썼다. 콘크리트에 유리 섬유를 섞어 강성을 높였다.  
 
콘크리트 패널 한장은 가벼워도 7만6000장의 무게는 3000톤에 달한다. 건물이 된 사막 장미의 꽃잎 무게가 만만치 않다. 이 소장은 “콘크리트 대신 더 가벼운 소재의 외장재를 쓸 수도 있었겠지만, 카타르 사람들이 좋아하는 돌처럼 굳은 사막 장미를 표현하기 위해 모래색을 입힌 콘크리트를 썼다”고 설명했다.  
박물관 내부. 부족한 유물 대신, 카타르를 상징하는 영상물을 제작해 비정형 공간에 상영하고 있다. 사진 Iwan Baan

박물관 내부. 부족한 유물 대신, 카타르를 상징하는 영상물을 제작해 비정형 공간에 상영하고 있다. 사진 Iwan Baan

박물관 내부는 총 12개의 전시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실마다 카타르의 사막, 바다, 오일&가스 등과 같은 테마를 갖고 있다. 부족한 전시용 유물을 대신해 곡선 벽면을 스크린 삼아 테마에 맞는 영상물을 상영한다는 전략이다. 화려한 영상물이 상영되는, 카타르 사막의 상징과도 같은 사막 장미 내부를 탐험하는 것만으로 이색적인 경험이 될 것이다. 
사막 장미를 탐험하는 사람들. 316장의 꽃잎을 이루는 콘크리트 패널이 선명히 보인다. 사진 Iwan Baan

사막 장미를 탐험하는 사람들. 316장의 꽃잎을 이루는 콘크리트 패널이 선명히 보인다. 사진 Iwan Baan

공사 기간만 8여년이 걸렸다. 공사가 3~4년 정도 진행됐을 때 현장을 방문한 건축가도 놀랐다고 한다. ‘이 거대한 사막 장미가 진짜 구현될 수 있을까’ 싶었을 테다. 개관식을 앞두고 건축가는 자신 있게 발표했다.  
 
“이 건물을 짓기 위해 엄청난 기술적인 어려움을 겪어야 했기 때문에 ‘유토피아적인 건물’이라고 자신합니다. 카타르 국립 박물관은 3차원에서 전시물을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21세기 박물관입니다. 무엇보다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입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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