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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자바의 커피 농사꾼 "내 연주가 커피를 건강하게 할 것"

해발 1500m 유기농 커피 농장 가보니 
"아침마다 커피 씨앗을 심은 밭에 나와 가르링(자바 전통악기)을 연주한다. 내 연주가 커피를 건강하게 키울 것이라 믿는다."  
인도네시아 자바 섬의 주도 반둥시에서 차로 3시간 거리에 있는 해발 1500m 씨위데이농장에서 일하는 아캠(29)은 이렇게 말했다. 커피 농사꾼이 아니라 무위자연을 실천하는 '도사(導師)'를 보는 것만 같다. 현지 가이드 아비(26)는 "이곳 사람들은 커피를 단지 돈벌이로 보지 않는다. 열대우림 사람들이 사는 방식"이라고 했다.  
씨위데이 농장으로 가는 길은 사파리 체험을 연상케 했다. 지프를 타고 아열대 밀림을 한참 들어가니, 산비탈 아래로 커피나무를 어지러이 심은 농장이 나타났다. 광활한 대지에 조성한 대규모 플랜테이션이 아니라 산비탈 커피나무 숲이다. 야생차밭처럼 커피나무가 듬성듬성 심겨 있었다. 
 
"농약·화학비료를 전혀 쓰지 않는다. 썩은 나뭇잎과 체리의 과육을 발효시킨 퇴비만으로 커피를 키운다. 밭에서 나는 것만으로 농사를 짓는 순환 농법이다." 농장의 리더 아키다디가 말했다. 실제로 커피나무 잎과 체리(껍질을 벗기기 전의 커피 열매) 위를 기어 다니는 자벌레가 눈에 띄었다. 유기농 인증마크가 따로 없는 셈이다. 아키다디는 "농약을 치면 나무가 잘 자라고 수확량이 늘 것이다. 하지만 그건 옛날 방식"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자바 커피. [사진 네스프레소]인도네시아 자바 커피. [사진 네스프레소]인도네시아 자바 커피. [사진 네스프레소]
아키다디는 2004년 처음으로 커피나무를 심었다. 그전까지 채소 농사꾼이었다. 커피로 바뀐 건 농약·비료의 역풍 때문이다. 화학 비료 덕분에 생산량이 급증했지만, 그 때문에 가격이 폭락하는 일이 잦았다. 아키다디는 "커피로 대체한 후 소득이 3배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유기농으로 키운 체리가 가치를 인정받으며 가격도 제값을 받고 있다. 협동조합 초창기 멤버인 아난은 "2006년 1㎏ 2500루피아(약 200원)였던 체리는 지금은 9000루피아(720원)가 됐다"며 "연간 17톤의 체리를 생산해 1억5300만 루피아(약 120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고 말했다. 이중 비용(약 330만원)을 제외한 소득에서 정부에 내는 땅 임대료(15%)를 뺀 600만원 정도를 가져간다. 반둥 도시 근로자의 월급이 약 200달러(약 200만원)인 점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이들은 농장주는 아니다. 씨위데이협동조합은 농부 1명이 각각 2헥타르(2만㎡)를 책임진다. 땅과 초기 투자금은 정부에서 빌릴 수 있으며, 재배한 체리는 네스프레소와 같은 글로벌 커피 브랜드가 전량 구매한다. 
 
네스프레소는 2013년 씨위데이 농장에 'AAA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유기농 농법은 물론 지역 커뮤니티와의 상생 그리고 산림 보호까지 염두에 둔 품질 향상 프로그램이다. 덕분에 초창기 30명으로 시작한 조합은 지금 180여 명으로 늘었다. 아키다디는 "전량 구매는 아주 중요하다. 우리는 땀 흘려 농사만 잘 지으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씨위데이를 포함한 반둥을 주산지로 한 '웨스트 자바' 커피는 고품질 생두로 자리 잡았다. 현지에서 AAA 프로그램을 전파하는 호세는 "웨스트자바는 인도네시아 아라비카종의 산지로 이곳 커피는 글로벌 평균보다 두배 높은 가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반둥의 커피 농업은 수직계열화돼 있다. 꼭대기에 네스프레소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가 있고, 피라미드 하단에 커피 농부가 자리한다. 그 중간에 커피를 가공하고 유통하는 수많은 업체가 있다. 반둥이라는 도시가 커피 생산 공동체인 셈이다. 
 
개성 있는 커피 인프라를 갖춘 반둥은 일찍이 스페셜티 커피 소비가 자리 잡았다. '가리지커피'를 운영하는 빕은 "반둥에서 카페는 커뮤니티의 중심"이라고 말했다. 스타벅스가 힘을 쓰지 못한다는 점도 이채롭다. 빕은 "(스타벅스의) 커피 한 잔에 3~4달러는 너무 비싸다. 우리 카페는 서너 시간 동안 서너 잔의 커피를 제공하면서 1인당 1.2달러를 받는다"고 말했다.  
 
반둥(인도네시아)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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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