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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가면 욕 먹어 어지러워…공존 통해 문제 풀어야

[김진국이 만난 사람] 국회로 돌아가는 김부겸 전 행안부 장관
김부겸 전 행안부장관은 지난 2일 ’공존을 통해야 문제를 풀 수 있고, 문제를 풀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동 기자]

김부겸 전 행안부장관은 지난 2일 ’공존을 통해야 문제를 풀 수 있고, 문제를 풀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동 기자]

“주말에 한 번씩 갔다 오면 어지러워요. 욕을 먹고…이틀은 정신이 없어.”

민심 분노
문재인 정권에 섭섭해 화 많이 나
지역민들을 달래는 일 발등의 불

국회 현안
선거법 개정은 개헌과 함께 논의
국민 지지만큼 의석 따라가게 해야

향후 활동
현장 가보고 전문가들과도 토론
지역 활력 찾을 수 있는 방법 모색

 
5일 퇴임하고 국회로 돌아가는 김부겸(호적상 61세·실제 63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2일 만나 대구 민심을 물었다. 솔직하게 나빠졌다고 인정했다.

 
“이렇게 말했어요. 정치인 김부겸이 게으르거나, 약속을 어겼거나, 기대만큼 못하는 부분들은 비판해 달라. 그건 노력하고, 고치면 된다. 막연히 정권을 잃어버린 분노로 문재인 정권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를 갖고, ‘김부겸도 마찬가지다.’ 이래 버리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 지금은 화가 많이 나 있죠.”

 
그는 3년 전 20대 총선 때 대구 수성 갑에서 62 대 38이라는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다. 1988년 소선거구제 도입 이래 대구에서 당선된 첫 민주당 국회의원이다. 그것도 새누리당 대권후보로 꼽히던 김문수 후보를 상대로.

 
그만큼 지역의 기대가 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보와 비교하며 대권 후보로 꼽는다. 그렇지만 당장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민심을 달래는 일이 발등의 불이다.

 
 
3선 지역구 군포 버리고 대구로 내려가

 
3년 전 당선 직후 대선 출마 얘기를 꺼냈을 때 ‘1년 동안 성과를 낸 뒤에 보자’고 말했는데….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제가 그분들 한편에 서긴 선 것 같아요. 그러면서 저한테 너무 많은 기대를 하는 거 같아요. 어떻게 다 되겠습니까. 문재인 정권에 대해 상당히 섭섭해하고 오해하는 부분들은 제가 커뮤니케이터가 돼야 할 거예요. 그분들 가슴 한편에 분명히 자신들의 대변자로서 제 자리가 있어야죠. 그래야 다음 꿈을 꿀 수 있죠.”
 
그는 “아직까진 몇 차례 더 그분들한테 검증도 받고, 저 스스로 실적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해보겠습니다. 국회 보좌진들을 시켜 전국 고용위기 지역, 산업위기 지역을 현지 실사한 자료가 있습니다. 그 자료를 토대로 지역마다 어떻게 하면 활력을 찾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 하고 토론하고, 저도 현장을 가보고… 기존의 제조업은 쇠퇴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지 못하면서 왜소해지는 지역들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대한민국을 업그레이드할 이런 그림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통합과 공존의 정치’를 강조해오셨는데, 그런 점에서 현 정부가 비판 받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몰락과 새 정부의 등장이 워낙 드라마틱했잖아요. 혁명기의 열정 비슷한 게 있었어요. 과거의 잘못된 관행들, 또 잘못된 기득권을 정리하라는 요구가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적폐청산을 개념화했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까 어디서 어디까지가 적폐이고, 또 어디서 어디까지 청산해야 하는지… 사회에 완전한 단절이란 없잖아요. 그런 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런 게 얽혀서 대통령께서 취임사에 말씀하신 대로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세력들까지 포용하지 못하느냐는 비판이 있는 거 같습니다. 빨리 시대적 과제를 한 단계 정리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그런 리더십은 꼭 보여주셔야 할 거라고 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 대해 최장집 고려대 교수는 ‘관제 민족주의’라고 비판했던데.
“문 대통령은 인권변호사였잖아요. 과거 정부 기관이 젊은이들을 간첩으로 모는 걸 보고 양심적 지식인으로서 분노가 워낙 강해요. 예전에는 빨갱이라고 하면 무거운 낙인이었잖아요. 우리 역사에 대해 자부심을 느낄 만한 원형이 있다면 왕조 몰락 후 불과 10년 만에 민주공화국이라는 정치적 정체성을 확보한 겁니다. 서사가 조금 그분답지 않게 정서적 호소를 했다 해도 법률가로서의 경험과 한 사람의 지식인으로서 지난 100년에 대한 자기 나름의 철학이 녹아 있는 겁니다.”
 
3년 차인데 이젠 경제를 이전 정부 탓으로 돌릴 순 없는 것 아닌가요.
“우리를 둘러싼 주된 요인들이나 내부의 사정, 거시적 요인, 어디 하나 시원한 데가 없잖아요. 세계 경제는 좋은데 우리만 뒷걸음질 치고 있다면 비판을 받아야 되겠지만…사회안전망 부족으로 자영업 공급 과잉도 사실이잖아요. 집권세력은 이걸 누구 핑계 댈 순 없죠. 숙명이죠.”
 
어제도 청와대에서 청년 대표가 청년 정책이 달라진 게 없다고 울었습니다. 3년 차인데도 경제 기조가 바뀌지 않습니다.
“왜 그래요? 언론이 적폐청산 프레임이다, 편 가르기 프레임이다, 하고 하도 혼을 내니까 안 보이지만, 작년 10월부터 대통령 일정을 한번 보세요. 대부분 경제, 기업 현장 일정으로 쭉 진행되고 있습니다. 계속 사인을 보내는 겁니다. 장관들에게도 기업인들 만나서 애로사항이 뭔지, 어떤 규제가 걸림돌인지 찾아내라는 거 아닙니까.”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김 전 장관이 1위로 나왔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은 문 대통령이 개각에서 당으로 돌려보내기를 기다리다 포기했다.

 
“그때는 겨우 부처 업무를 파악해 일할 만하고, 또 바로 장마 직전에 태풍이 올라오고 있었어요. 그 와중에 내 정치적인 출세를 위해 당으로 돌아가겠다는 말이 떨어지겠어요. 개각에 넣어주시면 자연스럽게 나의 정치 행보를 자유롭게 해주시는 거 아니겠냐고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말한 것이죠. 대통령이 사인을 주면 나간다는 식으로 오해해서 아주 혼이 났죠.”

 
그 때문에 결단력이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제가 정치라는 것을 쉽게 하는 편은 아니잖아요. 김대중 총재가 분당할 때 따라갔으면 출세했겠죠. 3선 한 지역구(경기 군포)를 버리고 대구(수성 갑)로 내려가는 게 결단 없이 되겠습니까. 화합·통합·공존, 이런 얘기를 하니까 각 진영의 지지층에는 인기가 없죠. 저의 오랜 멘토였던 제정구 전 의원은 ‘상대편을 죽여서 내가 살고, 이기고 하는 방식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더라’고 말했어요. 저도 젊을 때 사실 과격하게 했잖아요. 나이가 들어 책임의 무게를 실감하니까 말이나 행동을 극단적으로 하기 어렵더라고요. 확실하고 열렬한 지지층이 생기게 강한 메시지도 내고, 섹시한 모습도 보이라고 하는데, 지금 제가 이제, 또 무엇을 위해, 그렇게 하겠어요. 제가 그렇게 쉽게 변신할 수 있으면 얻는 게 있겠지만, 또 잃는 것도 있겠죠.”
 
 
적폐청산 한 단계 정리, 다음 단계로 가야

 
김부겸의 색깔은 뭡니까.
“나는 뭐, 공존일 겁니다. 공존을 통해야 문제를 풀 수 있고, 문제를 풀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저는 뭐 그렇게 생각합니다.”
 
선거법 개정은 될 것 같습니까?
“나는 당위론자인데요, 선거법만으로는 못할 거고, 개헌과 함께 논의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정권을 잡은 사람이 모든 것을 갖고, 잃으면 아무런 기대를 할 수 없는 상황이잖아요. 손을 잡고 하면 나눌 공간이 있단 말이죠. 정당이 얻는 국민의 지지만큼 의석도 따라가게 하라는 거죠.”
 
소신인 ‘공존의 정치’에 맞게 되네요.
“남북관계를 보십시오. 대한민국의 세금을 내는 사람들 사이에 이렇게 다양한 오해가 있으면 이건 만만치 않습니다. 북한을 변화시키려면 우리도 그만큼 준비를 해야 할 거 아니에요. 지금처럼 이렇게 적대적인 정치 구조 가지고는 못 나아가는 거죠. 어느 정치세력도 일방적으로 패퇴하는 게 아니고, 책임을 많이 지는 쪽과 조금 나눠서 지는 쪽으로 가야죠. 국회도 국민의 여론에 따라 구성하고, 급진적인 세력과 극우 세력들에도 의회에서 발언할 기회를 주면 지금보다 훨씬 행동이 부드러워지지 않겠습니까.”
 
국회 상임위 회의라도 세종서 하면 공무원 출장 절반 줄 것
행정안전부

행정안전부

행정안전부가 올 초 세종시(사진)로 옮겼다. 8월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이전한다. 서울에는 청와대와 외교·국방·통일·법무부와 여성가족부만 남는다.

 
김부겸 전 행안부 장관은 “세종시에 새로 짓는 제3청사에 대통령 세종 집무실을 만들어 대통령이 가끔 국무회의도 주재하고, 집무도 하게 하려 한다”고 말했다. 국회 분원 예산도 확보했다. 그는 “상임위 회의라도 세종에서 하면 공무원들 서울 출장이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조금씩 세종시를 실질적인 행정의 중심도시로 한번 키워 나가보자는 생각입니다. 언제까지 서울 공화국을 현실로 인정한 채 좌절하고 살 순 없잖아요.”

 
국민안전처가 세종시에 있어 그는 취임 이후 매주 세종시를 오르내렸다.

 
“차에 타서 보면 모두 공무원이죠. 안타깝습니다. 국회·청와대·총리실, 의사 조정하러 왔다 갔다 하는데, 출장이 반복되니까 지치죠. 언제까지 공무원들을 본질적이지 않은 일로 지치게 할 이유는 없잖아요.”
 
김진국 칼럼니스트·대기자 kim.jinkook@joongang.co.kr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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