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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품송 후계목 인기에 속앓이 하는 보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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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군이 소나무 장사하나?”-팩*
“한그루당 100만원(중략). 그 정도 가치가 있나?”-단*
“위치를 너무 상세히 알린 건 아닌지 걱정이네요.”-ssal****
 
지난 2일 ‘10년간 동네 주민도 몰랐다… 정이품송 2세 비밀 프로젝트’ 중앙일보 기사에 달린 댓글입니다. 충북 보은군이 천연기념물 제103호로 지정된 ‘정이품송’의 유전자원 보존을 위해 10년간 비밀리에 후계목 양성 사업을 진행했다는 내용입니다. 식목일을 맞아 후계목 일부를 일반인에게 분양한다는 소식도 알렸습니다.
 
이 보도는 정이품송 후계목 분양 논란으로 이어졌습니다. “보은군이 천연기념물을 이용해 나무 장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반응이 많았습니다. 100만원으로 책정한 정이품송 후계목 값을 두고도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다소 비싼 것 아니냐’, ‘정이품송 후계목의 가치를 고려하면 적절한 가격’이라는 의견이 엇갈립니다. 정이품송 못지않게 귀하게 보존해야 할 후계목 위치를 기자가 너무 자세히 기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독자들의 이런 궁금증을 ‘뉴스 A/S’에서 풀어봤습니다.
 
① 제동 걸린 정이품송 후계목 분양…문화재청 중단 요청
충북 보은군 장안면의 한 야산에 조성된 양묘장에 정이품송 후계목이 자라고 있다. [중앙포토]

충북 보은군 장안면의 한 야산에 조성된 양묘장에 정이품송 후계목이 자라고 있다. [중앙포토]

 
“후계목 분양은 유전자원 보존이라는 애초 취지에 어긋난다.” 보은군의 정이품송 후계목 분양 계획은 보도 이틀 만에 잠정 보류됐습니다. 천연기념물을 관리하는 문화재청이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현재 양묘장에 있는 정이품송 후계목 1만 그루는 정이품송의 솔방울을 채취해 이를 발아시켜 몇 해 동안 키워온 묘목입니다.
 
문화재보호법(35조)은 ‘국가지정문화재의 현상을 변경하는 행위를 하려는 자는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보은군은 2008년 문화재청에 “정이품송의 유전자원을 보존하고 정이품송 테마 숲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로 현상 변경 허가를 얻었습니다. 당시 후계목을 판매한다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문화재청은 ‘현상 변경 허가 당시 유상 판매 계획이 없었다’, ‘천연기념물의 묘목을 유상 판매한 전례가 없어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일반인 분양에 대해 중단을 요구한 상태입니다.
 
정지흥 문화재청 천연기념물 담당은 “애초 유전자원 보존을 위해 현상 변경허가를 내줬는데, 일반인 등에게 판매하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며 “천연기념물의 부산물 채취해 기른 묘목을 판매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저촉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관련법 검토가 끝날 때까지 후계목 판매를 중단하도록 보은군에 요청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보은군은 난감한 입장입니다. 정이품송 후계목 분양 소식에 군청 산림녹지과에는 하루 30~40통에 달하는 문의 전화가 빗발친다고 합니다. 담당자들은 “분양이 잠정 보류됐다”고 해명하느라 연일 진땀을 빼고 있습니다.
 
신경수 보은군 산림경영팀장은 “솔방울로 길러낸 묘목은 천연기념물이 아닌 데다 묘목은 군 재산이기 때문에 판매가 가능한 것으로 생각했다”며 “문화재청이 법률 검토를 마칠 때까지 판매를 보류할 계획”이라고 답했습니다.
 
보은군은 지난해 공공기관 등에 정이품송 후계목 21그루를 100만원씩 받고 판매했다고 합니다. 무료로 묘목을 나눠주는 행위가 청탁금지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②정이품송 후계목 100만원 비싼가
한국의 대표적인 고목 속리산 정이품송(천연기념물 제103호)의 솔방울. [중앙포토]

한국의 대표적인 고목 속리산 정이품송(천연기념물 제103호)의 솔방울. [중앙포토]

 
보은군이 2010년부터 기른 정이품송 후계목은 10년생을 기준으로 3~4m까지 자랐습니다. 밑동 지름은 10~15㎝ 정도입니다. 정이품송 후계목 가격은 한그루당 100만원으로 책정했습니다.
 
정이품송의 희소성과 그동안 양묘장 운영에 들어간 비용, 유전자 검사 비용을 고려한 가격입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소나무 가격은 천차만별입니다. 수령과 크기, 모양에 따라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소나무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조달청에 고시된 2019년 소나무 가격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자료에는 정이품송 후계목과 크기가 비슷한 높이 3m에 밑동 지름 10㎝ 소나무 가격이 35만원, 높이 4m에 밑동 지름 15㎝인 소나무는 55만원으로 책정돼 있습니다. 이는 소나무 가격일 뿐 굴취 비용을 포함하면 가격은 더 올라갑니다.
 
김정 한국조경수협회 수목담당은 “굴착기를 사용해 나무를 뽑고 현장까지 배달해주는 비용을 포함하면 소나무 가격에 40~50%를 더해야 한다”며 “이를 고려하면 높이 3~4m의 소나무 가격은 100만~180만원까지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보은군은 유상판매 계획이 가능하다는 문화재청의 결론이 나오면, 올해 200여 그루를 판매할 계획입니다.
 
③비공개 양묘장 위치 힌트 준 것 아쉬워
 
보은군은 정이품송 후계목 양성 프로젝트를 10년 동안 비밀리에 진행했습니다.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고 주소 정보 역시 비공개로 해왔습니다. 이 때문에 기자가 신경수 팀장을 따라가는 모습을 묘사한 부분이 너무 구체적이란 지적이 있었습니다.
 
소나무 도둑들이 기사에 나온 지리 정보를 이용해 묘목을 훔쳐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이런 지적에도 속리산 법주사 인근에 있는 정이품송과 기후와 토질이 비슷한 지역에서 후계목을 기르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말티재’, ‘속리산 기슭’이란 표현을 기사에 포함했습니다.
 
보은군 신경수 팀장은 “양묘장 위치는 앞으로도 외부에 공개할 계획이 없다. 기사에 구체적인 표현이 나와 다소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보은=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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