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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안고 국회 등원 불허에 여성계 유감…"보수적 국회의 벽 실감"

결국 워킹맘의 아기 동반 국회 등원 도전은 무산됐다. 자유한국당 신보라(36) 의원은 지난달 28일 생후 6개월인 아들을 국회 본회의장에 데리고 오겠다고 밝혀 신선한 충격을 줬다. 자신이 발의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 법안’(부부 동시 육아휴직 사용 허용)을 제안 설명하는 자리에 아이를 동석시키겠다고 한 것이다. 이미 선진국에선 여성 의원이 아이를 데리고 의회 회의장에 입장한 사례가 여러번이지만 한국에선 신 의원이 처음으로 자녀 동반 입장을 시도한 것이다.
 
임기 중 출산한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 김경록 기자

임기 중 출산한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 김경록 기자

 
그러나 4일 문희상 국회의장실은 보도자료를 내고 “신 의원의 아이동반 출입 요청에 불허 입장을 공식 통보했다”고 밝혔다. 의장실은 “저출산 시대인 우리 사회가 양육 친화적인 사회 환경 조성, 일·가정 양립이란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방향 제시 측면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면서도 “현행법에는 의안심사에 필수적인 인원만 본회의장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관련법 개정안이 상임위에서 논의 중인 상황에서 의장이 출입을 선제적으로 허가하면 다른 의원들의 입법 심의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대해 신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수적인 국회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국회가 ‘노키즈존’이 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가장 선진적이고 포용적이어야 할 국회가 워킹맘에 냉담한 한국사회의 모습을 똑같이 재현했다. 여당 의원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운영위에서 의원들의 협조를 얻어 자신이 제출한 국회법개정안(24개월 이하 영아의 회의장 동반 출입을 허용)의 운영위 통과가 확정되면 그때 아들을 데리고 국회 본회의장에 등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여성계에서도 이번 국회의장실의 결정에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다. 정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회의장은 아이를 데리고 오는게 ‘의안 심사에 필수적이지 않다’고 보수적인 평가를 내렸지만, 아기동반 국회 출석은 워킹맘의 일·가정 양립 필요성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 제안”이라며 “불허 방침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는 일이 어려워 그동안 정치에 반영되지 않았던 ‘워킹맘’들의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의 한 여성 보좌진도 “출산과 육아로 일에 집중하지 못할까봐 의원회관에서도 여성 보좌진을 채용하는 걸 꺼려하는 분위기가 남아있다. 고위직에 오른 여성 정치인들도 퇴근하면 자녀를 돌보는 ‘워킹맘‘인데,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해 국회법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맬러드 뉴질랜드 국회의장이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 [NZ Herald]

맬러드 뉴질랜드 국회의장이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 [NZ Herald]

 
2017년 11월 뉴질랜드 트레버 맬러드 국회의장은 본회의장에 3개월 된 아기를 안고 등장했다. 이날 회의에선 육아 휴가를 현행 18주에서 26주로 늘리는 내용의 유급 육아 휴가 고용법 개정안이 논의됐다. 지난해 4월에는 미국 의회에서 태미 덕워스 상원의원이 ‘의사당 내 영아출입 허용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뒤 생후 10일 된 아이를 품에 안고 의회에 출석했다. 호주에서도 2017년 라리사 워터스 상원의원이 본회의장에서 모유 수유를 해 화제가 됐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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