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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으로 세식구 사흘 끼니···월90만원에 부부 웃었다

추락하는 중산층 <하>
지난달 14일 서울 은평구 여성인력개발센터에 들러 교재를 살펴보고 있는 김현지(가명)씨(아래 사진). 이날 김씨와 남편은 두 손을 꼭 잡고 걸었다. 두 사람은 재기의 꿈을 꾸고 있다. [장진영 기자]

지난달 14일 서울 은평구 여성인력개발센터에 들러 교재를 살펴보고 있는 김현지(가명)씨(아래 사진). 이날 김씨와 남편은 두 손을 꼭 잡고 걸었다. 두 사람은 재기의 꿈을 꾸고 있다. [장진영 기자]

“애들이 ‘엄마 귤 먹고 싶어’하는데 귤 한 봉지를 못 사줬어요. 3000원이 없어서….”
 
서울 은평구에 사는 김현지(가명·42)씨는 남편이 실직한 뒤 겪은 생활고를 털어놓다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는 “초등학생인 딸(12)과 아들(9)에게 해주지 못하는 게 너무 많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8년 전만 해도 김씨의 남편(50)은 ‘여의도 증권맨’이었다. 7000만원 넘는 연봉을 받았다. 작은 빌라지만 내 집이 있었고 남부럽지 않았다. 갑작스레 남편이 직장을 잃으면서 가세가 기울었다. 남편은 재취업을 하기 위해 발버둥쳤다. 다른 금융회사에 계약직으로 입사했지만 2년 만에 나와야 했다. 눈높이를 낮춰도 취업은 쉽지 않았다. 건설현장 막노동으로 근근이 생활비를 벌었다. 그나마도 지난 1년간 일감이 끊어졌다.
 
지난달 14일 서울 은평구 여성인력개발센터에 들러 교재를 살펴보고 있는 김현지(가명)씨. [장진영 기자]

지난달 14일 서울 은평구 여성인력개발센터에 들러 교재를 살펴보고 있는 김현지(가명)씨.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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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도 일자리를 찾아 헤맸지만 전업주부로 살아온 그를 써주는 곳이 없었다. 김씨는 “1억6000만원 주택자금 대출을 받아 2억3000만원짜리 집을 샀는데 대출금과 이자가 계속 밀렸다. 집을 내놔도 팔리지 않아 빚이 쌓이는 상황”이라며 답답해했다. 당장 생활비가 없어 카드 빚이 불었다. 건강보험료는 3년치가 밀렸다. 매달 갚아야 할 돈만 170만원가량이다. 그는 “5000원짜리 닭 두 마리를 끓여서 아이들과 사흘씩 끼니를 해결하는 식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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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돈 걱정보다 가정이 무너질까봐 더 두려웠다고 했다. “남편이 밤에 외출해서 연락이 안 될 때 제일 걱정돼요. 새벽에 경찰서에 전화할 뻔한 적도 몇 번 있어요. 혹시나 극단적인 생각이라도 할까 봐 걱정돼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
 
김씨 부부는 최근 다시 재기의 꿈을 키우고 있다. 김씨는 지난달부터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 교사로 일하고 있다. 난생처음 얻은 일자리다. 서울 은평구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3D스팀펜(과학 프로그램)’교육 과정을 마치고 현장에 투입됐다. 월 90만원가량 번다. 남편은 장애인 활동지원사가 되기 위해 몇 달째 공부하고 있다. 조만간 실습을 거쳐 일하게 된다. 김씨는 “일을 구하려고 애를 써도 안 되는 게 가장 답답했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기다니 꿈만 같다”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시간이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예전처럼 중산층으로 올라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면서도 “그래도 이 고난을 극복하기 위해 발버둥쳐 보려 한다”며 웃었다.
 
“아들이 빼빼로를 좋아해요. ‘엄마 빼빼로 먹고 싶어’라고 말하는데 늘 ‘다음에’라고 했거든요. 한 번 사주면 계속 먹고 싶어할까 봐서요. 열심히 일해서 빼빼로를 마음껏 먹게 해주고 싶네요.”
 
◆특별취재팀= 신성식·이에스더·이승호·김태호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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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