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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류 韓선박 ‘불법 환적 의심’ 루니스호와 동일 항적, 운영사도 같아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석유를 환적한 것으로 알려져 6개월째 억류 중인 한국 국적 선박 피 파이어니어호가 여러 차례 동중국해에 머물다 귀항한 항해 기록이 확인됐다. 이런 항적이 불법 환적 의심을 받는 루니스호와 동일한 데다 두 선박의 운영 회사도 같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4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선박의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웹사이트 ‘마린트래픽’을 통해 피 파이어니어호의 지난해 4월부터 억류 시점인 10월 사이의 항적을 살펴본 결과 최소 5차례 동중국해 공해상에 오랜 기간 머물렀던 기록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미국 정부의 최근 대북 해상거래 주의보에 주요 환적지로 지적된 곳”이라며 “선박 간 불법 환적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마린트래픽과 한국 해양수산부의 선박 입출항 자료에 따르면 피 파이어니어호는 지난해 4월 8일 한국 여천항을 출항하면서 목적지를 싱가포르로 신고했다. 이후 11일 동중국해에서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통한 신호를 보내고 추가 신호를 보내지 않다가 16일 남해 앞바다에 모습을 드러낸 데 이어 같은 날 부산에 입항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VOA는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최대 5일간 AIS 신호를 끈 채 머물렀다는 추정이 가능하다”며 “이 기간 목적지로 신고한 싱가포르에 입항 흔적을 남기지 않은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피 파이어니어호는 21일 울산항을 출발하면서 목적지를 베트남으로 신고했다. 하지만 약 한 달 만인 5월 25일 부산항으로 되돌아오기 전까지 베트남 쪽으론 운항하지 않은 기록도 매체는 확인했다. 
 
이 기간 동중국해 공해상 수 ㎞ 반경 내에서 AIS 신호가 포착됐다. 4월 28일을 기점으로 5월 3일, 10일, 12일, 13일, 17일, 23일 등이다. 방송은 “베트남이 아닌 동중국해에서 한 달 가까이 떠다니다 되돌아온 것”이라고 추정했다. 
 
5월 31일 울산에서 출발한 피 파이어니어호는 7월 12일 실제 싱가포르에 입항한다. 당시 울산에서 남쪽으로 운항하다 동중국해 공해상에 멈춰 약 6일을 머물렀고, 이후 미얀마를 거쳐 싱가포르에 기항했다. 이후 약 석 달 후 여천항으로 들어왔다. 지난 8월 28일 다시 여천항을 떠날 땐 남쪽으로 항해하는 모습을 끝으로 AIS 신호를 아예 보내지 않았고 9월 4일 여천항에 입항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지난해 8월 28일부터 9월 5일 사이 '피 파이어니어'호의 항적. [VOA 캡처]

지난해 8월 28일부터 9월 5일 사이 '피 파이어니어'호의 항적. [VOA 캡처]

VOA는 “피 파이어니어호의 운항 행태는 최근 미국 정부의 주의보에 이름이 공개된 18척의 환적 가능 선박과 닮았다”며 특히 루니스호와 유사한 항적을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VOA는 대량의 석유를 싣고 출항한 루니스호 역시 지난해 4~12월 사이 수 차례 동중국해 공해상 등을 운항했다고 보도했다. 
 
항적 뿐 아니라 실질적 운영에 관여한 회사도 루니스호와 겹친다는 게 매체의 주장이다. 
 
VOA는 “피 파이어니어호의 선주는 루니스호를 빌려 운항했던 회사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정보 자료에 따르면 피 파이어니어호의 선주는 한국의 D사다. 이곳은 루니스호의 선주인 A사로부터 루니스호를 빌려 운항한 회사”라고 보도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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