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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중 절반이 '실내동물원'…“한국의 동물 도와달라” BBC에 편지 보낸 10대

"한국의 동물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부모님, 남동생과 함께 지난 2월 서울 영등포구의 타임스퀘어 쇼핑몰에 간 김로지(14)양은 건물에 붙어 있는 실내동물원 개장 홍보 포스터를 보고 놀랐다. 열대 지방에서나 살 수 있는 동물부터 실내에선 도저히 제대로 살 수 없을 것 같은 덩치 큰 동물까지도 홍보 포스터에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김양은 "쇼핑몰이 있는 실내에서 그런 동물들이 살아가야 한다니 너무 불쌍했다"며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도 알려서 한국 동물의 이런 현실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양은 "동물들도 자유를 원할 것"이라며 실내 동물원 개장 문제를 고발하는 내용의 e메일을 영국 공영방송 BBC에 보냈다. 
 
실내 전시장에서 육지거북을 만지는 어린이들.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중앙포토]

실내 전시장에서 육지거북을 만지는 어린이들.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중앙포토]

국내에는 올해도 최소 두 개 이상의 실내동물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미세먼지가 심해지는 등 자녀의 외부 활동을 꺼리는 부모들이 늘어나며 실내동물원, 동물카페와 같은 실내체험시설들이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는 지난 한 해 방문객이 79만 명에 달했던 프랜차이즈 실내동물원 '주렁주렁' 4호점이 입점할 예정이다. 인천 송도에는 800여㎡ 규모에 희귀동물 50여종 100여마리가 살게 될 '아이앤주'가 문을 연다. 도심에서 동물들을 볼 수 있고 일부 동물들은 직접 만져볼 수도 있기 때문에 어린이집 단체견학 등 방문객 수도 점차 느는 추세다. 환경부 자연환경정책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동물원 97개 중 실내동물원이 45개로 절반 정도에 해당한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 등 일부 시민단체에선 실내동물원의 인기를 두고 '한국만의 트렌드'라며 비판하고 있다. 동물복지 문제로 실외동물원조차 비판을 받는 추세인데, 상대적으로 더 동물복지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실내동물원이 늘어나는 것은 퇴행적인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는 “동물복지가 잘 갖춰진 선진국은 대부분 입양 목적의 개, 고양이 카페 정도만 있다"며 "실내동물원은 동물복지 후진국에나 있는데, 한국이 그걸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영국의 동물보호단체 본프리재단(Born Free Foundation)의 크리스 드레이퍼 대표는 국내의 한 실내동물원을 견학하고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형태의 전시 시설"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동물원 개장이 사실상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로 가능한 현행 시스템을 꼬집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행 동물원수족관법상 동물원 사업을 하려면 우리 규격이나 필수 인력 등 규정만 지키면 된다. 영국 등 유럽에서 동물원 전문 심사위원(인스펙터)을 두고 꼼꼼하게 심사한 후 허가해주는 것과 다르다. 최근에는 인도도 동물원 허가제를 도입해 국가 차원에서 동물원 복지 관리를 강화했다. 이항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상세한 가이드라인을 가진 전문가가 동물원을 허가하는 시스템에서는 복지 수준이 낮은 동물원이 나오기 힘들다"고 말했다. 동물복지단체 어웨이 이형주 대표는 "최근 국내에서도 동물원 규정을 허가제로 바꿔야 한다는 법안이 입법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대한 빨리 관련 제도가 정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로지양이 영국 공영방송 BBC에 e메일로 보낸 제보 편지. [김로지양 제공]

김로지양이 영국 공영방송 BBC에 e메일로 보낸 제보 편지. [김로지양 제공]

 
물론 실내동물원 운영 업체들은 "동물 복지를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한 실내동물원 관계자는 "동물들의 건강을 위해 수의사가 매일 검진을 하며 동물 복지에 전문 경력이 있는 직원들을 다수 선발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동물복지 차원에서도 ‘행동풍부화’를 위한 놀이·편의시설들을 설치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실내동물원 관계자도 “우리도 동물원 허가제에 찬성하는 입장”이라며 “허가제가 도입되면 동물원도 부족한 부분을 맞춰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정 : 4월 4일 전문가 지적에 따라 애초 기사 사진설명의 바다거북을 육지거북으로 수정했습니다.  
편광현·이후연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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