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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 수사로 축소된 '인사권' 靑과 김은경에 부메랑 될까

'블랙리스트'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해 12월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항소심 1회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뉴스1]

'블랙리스트'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해 12월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항소심 1회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뉴스1]

박범훈, 박근혜, 김기춘, 우병우, 이광구, 안태근.
 

檢, '환경부 블랙리스트'에 직권남용 적용 검토
국정농단 수사로 직권남용 범위 확대되고
채용비리 수사 뒤 인사권 재량범위 축소
"적폐청산 판결이 靑·김은경 겨냥할 수도"
법조계 "공공기관과 사기업 채용 구별해 다뤄야"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직권남용)와 업무방해죄로 최근 실형 선고를 받은 위 6명의 전직 공직자와 은행장의 판례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와 판결이 환경부 수사의 핵심 피의자인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게 그대로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건 위 6명의 피고인 중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제외한 5명이 문재인 정부 검찰의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로 감옥에 간 사람들이란 점이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2일 서울동부지검에서 열린 3차 소환조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2일 서울동부지검에서 열린 3차 소환조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를 일으킨 적폐청산 수사가 문재인 정부에게 부메랑처럼 되돌아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넓어진 직권남용 범위와 좁아진 인사권
검찰은 김 전 장관이 환경부 산하기관 인사 과정에서 전(前) 정부 임원에게 사표를 강요한 점에 직권남용 혐의를, 김 전 장관과 신 비서관이 그 공석에 낙하산 인사를 앉힌 점에는 채용업무를 방해한 업무방해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청와대 추천자의 서류 탈락 뒤 관련 업무를 담당한 환경부 공무원들을 부당하게 좌천시킨 혐의(직권남용)도 받고있다. 
 
지난 2일까지 검찰 조사를 받은 김 전 장관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정당한 인사권 행사와 오랜 관행의 문제"라 주장하고 있다. 곧 검찰 조사를 받을 신 비서관도 이와 비슷한 입장으로 혐의를 부인할 가능성이 높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유사 사건에 줄줄이 유죄 
검찰 내부에선 박범훈 전 수석에 대한 2016년 대법원 유죄 확정 판례로부터 시작돼 국정농단 연루자들에게 줄줄이 유죄가 선고됐던 직권남용 법리와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실형을 선고받고 신한·하나은행도 재판에 넘겨진 채용비리 혐의 사례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부합한다고 판단한다.  
 
법원에서 직권남용의 범위를 과거보다 넓게 인정하며 인사권자의 재량권을 제한해 판단하는 경향이 환경부 사건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교육부에 압력을 행사해 모교인 중앙대에 각종 특혜를 제공한 혐의(직권남용)로 박범훈(67)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2015년 4월 30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는 모습. [중앙포토]

교육부에 압력을 행사해 모교인 중앙대에 각종 특혜를 제공한 혐의(직권남용)로 박범훈(67)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2015년 4월 30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는 모습. [중앙포토]

판사 출신의 이현곤 변호사(법률사무소 새올)는 "전 정부 공직자에 대한 직권남용 판결이 늘어나며 이와 밀접한 인사권에 대한 해석도 쌓여가는 추세"라며 "두 사안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마련되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직권남용 시작은 박근혜 정부의 적폐청산 수사 
법조계에선 사실상 사문화됐던 직권남용 법리가 살아난 계기를 2016년 박범훈 전 수석(전 중앙대 총장)의 대법원 판례라 보고있다. 
 
박 전 수석은 이명박 정부 시절 모교인 중앙대를 위한 정책에 반대했던 교육부 공무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부당한 인사조치를 한 혐의(직권남용)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직권남용 범위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법원은 1·2·3심 모두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이 사건은 박범훈 개인 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검찰이 이명박 정부의 적폐를 청산한다는 의미가 있었다"며 "이 판례가 문재인 정부의 검찰이 박근혜 정부를 겨누는 핵심 근거로 사용된 것은 참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후 이어진 국정농단 수사에서 법원은 직권남용에 대한 검찰의 판단에 대체로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집행 혐의를 받는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해 7월 29일 새벽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돼 서울구치소를 나서는 모습. [뉴스1]

'문화계 블랙리스트' 집행 혐의를 받는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해 7월 29일 새벽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돼 서울구치소를 나서는 모습. [뉴스1]

'문체부 블랙리스트'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문체부 1급 공무원 3명에게 사표를 강요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은 지난해 1월 항소심에서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박 전 대통령과 김 전 비서실장, 김 전 장관이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에게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통한 인사권을 행사하지 않은 점, 이들 동료에 대한 감찰 가능성을 언급하며 일종의 협박을 한 것을 유죄 이유로 판단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탄핵과 촛불 국면 이후 법원이 검찰과 여론에 부담을 느껴 직권남용에 대해 엄격히 법리해석을 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채용비리 수사도 靑·김은경에 불리한 정황
검찰은 환경부의 사표 요구를 거부한 산하기관 전직 임원도 이와 유사한 협박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문체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비슷하다.  
 
다만 법원은 다른 재판부에서 같은 혐의로 기소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경우 (항소심 진행중) 직권남용 범위를 좁게 해석하며 무죄를 선고해 아직 변수는 남아있는 상태다. 
 
법원이 올해 1월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보복을 한 혐의로 안태근 전 검찰국장에게 징역 2년형을 선고한 것도 김 전 장관과 신 비서관에겐 불리한 판결이다.
 
'서지현 검사 인사 불이익'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태근 전 검사장이 지난 1월 23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연합뉴스]

'서지현 검사 인사 불이익'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태근 전 검사장이 지난 1월 23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연합뉴스]

또한 이와 비슷한 시기에 채용비리 혐의로 실형(1년 6개월)을 선고받은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의 판결과 잇따라 기소된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임원들의 재판 역시 환경부 수사에 있어 검찰에겐 유리한 정황이다.
 
검찰은 환경부 블랙리스트의 경우 ▶산하기관이 사기업이 아닌 공공기관이라는 점 ▶채용이 공모를 통해 이뤄진 점 ▶신입사원보다 임원 인사의 중요성이 더 크다는 점에서 은행들의 채용비리보다 환경부의 채용비리가 더 심각한 것으로 보고있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선 최근 직권남용과 채용비리 수사에 대해 법원이 "지나치게 여론과 검찰에 휩쓸려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고위 공직자나 주요 고객의 자녀·친인척을 특혜 채용한 혐의로 기소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지난 1월 10일 오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 공직자나 주요 고객의 자녀·친인척을 특혜 채용한 혐의로 기소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지난 1월 10일 오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최근 새로 등장한 '성인지감수성'과 같이 직권남용과 채용비리도 공정한 사회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의사를 반영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인사권의 경우 공기관과 사기업을 명확히 구별하고 공직자의 직권남용 혐의도 그 범위와 법리를 명확하게 정해야 현장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며 "국정농단 국면이 지나간 만큼 법원이 보다 신중하게 판단하며 기준을 마련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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