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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주의 시시각각] 이런 지배구조는 없다

권혁주 논설위원

권혁주 논설위원

퀴즈 하나. 세 위원회 구성이 다음과 같다. 각각 무얼 하는 기구일까.
 

국민연금 정책 결정 최고위원회
전체 20명 중 투자 전문가는 2명
수익·독립 원칙 따라 구조 바꿔야

①노동단체 대표·간부 9명, 사용자단체 대표·간부 9명, 교수 6명…
 
②전·현직 노동단체 대표 5명, 사용자단체 대표 5명, 변호사 1명, 장관 2명…
 
③노동단체 대표·간부 3명, 사용자 단체 간부 3명, 변호사 2명, 외식경영학 교수 1명, 회계사 1명, 농·수협 임원 2명, 장·차관 5명…
 
노사 관계자들이 잔뜩 포진한 모양새가 비슷하다. ②와 ③은 조금 더 닮았다. 하지만 하는 일은 판이하다. ①은 최저임금위원회, ②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다. ③은 최근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관심을 한몸에 받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다. 국민연금 투자 정책 등에 대한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국민의 노후를 책임져야 하는 곳이다. 그런데도 구성이 경사노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금융투자 전문가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꼽으라면 NH농협은행과 Sh수협은행에서 일했던 농협·수협 중앙회 상무 정도다. 전체 20명 중에 고작 2명이다. 국민연금을 내는 근로자·사용자와 지역가입자 단체의 추천만으로 위원회를 꾸리다 보니 생긴 일이다. 추천 말고 별다른 자격 규정이 없어 상당수가 자기 단체 간부를 보냈다. 천거한 곳은 한국노총·민주노총과 경총·대한상의, 농·수협, 소비자단체협의회, 참여연대, 자영업자 대표인 외식업중앙회 등이다.
 
그렇게 뽑힌 기금운용위원들은 복잡다기한 일을 해야 한다. ‘수익성·안정성·공공성·유동성·독립성의 원칙(국민연금기금 운용지침 제4조), 특히 기금 이익 최우선 원칙에 따라 투자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전략적 자산배분안을 결정하며 중장기 및 연간 기금운용계획을 의결한다(지침 제5조)’. 이 가운데 ‘전략적 자산배분’이란 ‘객관적 시장분석을 근거로 기금의 목표 수익률과 위험 한도를 반영해 자산군의 상대적 비율을 결정하는 것(제8조)’이다.
 
투자 전문가를 찾아보기 힘든 위원회가 이런 일을 잘했을까.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 운용 수익률은 -0.9%였다. 6조원을 까먹었다. 같은 기간 캐나다 국민연금(CPP)은 8.4% 이익을 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에 해당하는 CPP 투자위원회는 보험사·사모펀드 대표 등으로 구성됐다. 전체 10명 중 7명이 전·현직 금융투자 전문가다. 우리 위원회 구성과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두 연금의 수익률 차이가 이런 구성과 전혀 상관없다고 할 수 있을까. 국민연금 ‘기금 이익 최우선’의 원칙은 구조적으로 지켜지지 못했다.
 
‘독립성 원칙’은 어떤가. 주총 시즌 내내 논란이 됐다. 한진칼 경영 참여를 놓고서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결정을 기금운용위가 뒤집었다. 수탁자위와 기금위 결정 사이에는 스튜어드십 행사를 강력히 주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있었다.
 
수탁자위 또한 일관성을 잃었다고 비판받았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재선임 반대 때문이었다. 수탁자위 내부 의견이 엇갈리자 직접 담당이 아닌 위원까지 불러내 기어코 반대 안을 통과시켰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현대엘리베이터 이사 선임에 대해 ‘기권’ 결정한 것과 극명히 대비됐다.
 
국민의 노후를 위해 세운 국민연금 운용 원칙들은 이렇게 하나하나 무너졌다.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편이 시급한 이유다. 무엇보다 기금운용위원에 투자 전문가들이 다수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정부 측이 빠져야 독립성을 담보하기 쉬워진다. CPP 투자위원회에는 정부 측 인사가 없다. 그런다고 스튜어드십이 물렁물렁해지는 것도 아니다. 투자자 섬기기에 바쁜 펀드들은 알아서 강력한 스튜어드십을 발휘하고 있다. 국민연금과 별개로 조양호 회장의 이사 선임 반대 결정을 하고서 공시한 자산운용사도 여럿이다. 기업 주총에서 “지배구조 개선하라”고 목청만 높일 게 아니다. 스스로의 지배구조를 먼저 추스르는 게 지금 국민연금이 할 일이다. 
 
권혁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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