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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와 팝 경계 허문 나윤선, 또 다른 자유를 얻다

세계적인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 음악 얘기를 할 때면 특히 눈이 반짝였다. [사진 허브뮤직]

세계적인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 음악 얘기를 할 때면 특히 눈이 반짝였다. [사진 허브뮤직]

재즈를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까. 클래식 같은 규칙성, 팝 음악 같은 기승전결 없이 자유롭게 흘러가는 음악을 붙들기란 쉽지 않은 일. 예측 불가능 자체가 정체성 같다.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50)도 그렇다. 그의 다음 음반은 어떨 것이라 예상하는 순간 그 생각을 비켜 간다.
 
새로 나온 10집 ‘이머젼(Immersion, 몰입)’은 프랑스 프로듀서 클레망 듀콜과 손잡고 파리의 스튜디오에 틀어박혀 필요한 소리를 하나씩 빚어서 만든 음반이다. 즉흥성을 중시하는 재즈 특성상 밴드와 라이브 연주하듯 한 번에 녹음하는 대신 데뷔 25년 만에 새로운 방식을 택한 것이다. 나윤선은 이번 작업을 “녹음실이 아니라 실험실에서 만든 것 같은 앨범”이라고 했다.
 
의외다. 그는 2008년 한국인 최초로 독일 재즈 프리미엄 레이블 ACT와 계약을 맺고 스웨덴 기타리스트 울프 바케니우스와 만든 석 장의 앨범으로 이미 유럽 최고의 재즈 보컬로 우뚝 섰다. 헌데 이번 앨범과 함께 음반사도 팝 음악 중심의 워너뮤직그룹으로 바뀌었다.
 
서울에서 만난 그는 “화가도 어느 순간 화풍이 바뀌지 않느냐”며 “너무 늦기 전에 보다 자유로운 방식으로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난생처음 작곡 여행도 떠났다.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 머물며 만든 ‘미스틱 리버’ 등 자작곡 6곡이 이번 앨범의 절반을 차지한다. “해가 쨍하다가도 우박이 내릴 만큼 날씨가 사나운 지역인데 왠지 모르게 드센 기운을 받고 싶더라고요. 공연하러 갈 때마다 신비로운 곳이라 생각했거든요.”
 
듀콜은 음반 전체를 자작곡으로 채우고 싶어했지만 그 자신은 손사래를 쳤다. “저는 영감이 떠올라서 막 곡을 써내려가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머리 쥐어뜯으며 하는 스타일이지. 특히 가사를 쓰는 건 너무 어려워요.” 11세기 페르시아 시인 루미가 쓴 시를 ‘인 마이 하트’ 가사로 붙이는 한편 커버곡 7곡을 골라 앨범의 나머지 절반을 채웠다.
 
첼리스트 피에르 프랑수아 듀퍼까지, 세 사람이 만든 50여 개 소리는 지금껏 나윤선의 음악과 전혀 다른 질감을 선사한다. 드럼을 붓으로 쓱쓱 쓸어낸 소리는 ‘이즌트 잇 어 피티’(원곡 조지 해리슨)에 배경음처럼 깔려 무게감을 주고, 손가락을 튕기며 만들었다는 빗소리는 ‘상 투아’(원곡은 아네스 바르다 감독의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 영화음악)가 흐르는 내내 투두둑 떨어진다. 사물만 아니라 사람의 몸까지 하나의 악기가 된 셈이다.
 
새 앨범은 지난달 프랑스 발매 직후 재즈 음반 차트 1위에 올랐다. 예술성과 대중성 사이에서 그가 해온 고민의 답이 될 수 있을까.  
 
“제가 처음 프랑스에서 음반을 냈을 때 사람들이 이건 재즈가 아니라고 했어요. 낯서니까. 새 앨범이 나오니 나윤선이 예전엔 재즈를 했는데 이건 또 재즈가 아니래요. 어쿠스틱 악기를 녹음해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소리를 뒤틀었으니 일렉트로닉이라는 거죠. 사운드가 확실히 팝에 가깝긴 하지만 재즈가 원래 그런 거 아닌가요. 낯선 것.”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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