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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희생자 배·보상 과제 여전…군경 71년만에 유감표명

제주 4.3 당시 허리 부상을 입어 후유장애인 신청을 했지만 국가로부터 '불인정' 결과를 받은 강양자씨가 벽화속 소녀와 손을 잡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 4.3 당시 허리 부상을 입어 후유장애인 신청을 했지만 국가로부터 '불인정' 결과를 받은 강양자씨가 벽화속 소녀와 손을 잡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 4.3 당시 허리 부상을 입어 후유장애인 신청을 했지만 국가로부터 '불인정' 결과를 받은 강양자씨가 소송 관련 서류를 보이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 4.3 당시 허리 부상을 입어 후유장애인 신청을 했지만 국가로부터 '불인정' 결과를 받은 강양자씨가 소송 관련 서류를 보이고 있다. 최충일 기자

“이 노인이 후유장애다 뭐다 하는 걸 왜 거짓으로 신고하겠습니까? 국가가 나를 믿어주지 않는 게 가장 큰 아픔입니다” 4.3 당시 입은 상처에도 후유장애인 '불인정'을 받은 강양자(77·제주시 용담동)씨의 말이다. 
 
유년기를 일본 오사카에서 보내고 제주로 온 강씨는 7살 무렵 외가인 제주 광령리에 있을 때 4.3을 맞았다. 당시 밖으로 나갔다 돌아오지 않는 외할아버지를 찾으러 외할머니와 함께 비 오는 밤에 나갔다가 넘어져 돌에 강하게 부딪혀 허리 부상을 입었다. 난국에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허리가 휘어진 채로 성장기를 보냈고, 70년간 불편함을 안고 살아왔다. 그녀의 외할아버지는 1948년 4월 총살당했다. 도망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외할머니와 외삼촌도 1949년에 총살을 당했다.  
 
악몽과 같은 기억 속에서 70년 세월을 살아온 강씨의 마음을 더욱 찢어놓은 것은 4.3 후유장애를 인정 할 수 없다는 국가의 통보였다. 그녀는 지난 2000년 4.3 특별법이 만들어진 이후 ‘4.3후유장애인' 신청을 했다. 혼란 때 가족을 잃은 슬픔과 공포에 최근까지도 4.3이라는 단어를 입밖에 꺼내는 것 조차 포기했던 강씨였지만 최근 시절이 바뀐 만큼 용기를 낸 거다. 그러나 국가는 그녀에게 잇따른 '불인정' 통보했다. 재심의와 행정소송까지 했지만 모두 불인정 됐다. 
 
올해 제주 4.3 추념식을 찾은 유가족들이 고인의 위패를 찾고 있다. 최충일 기자

올해 제주 4.3 추념식을 찾은 유가족들이 고인의 위패를 찾고 있다. 최충일 기자

호적상(1945년생)의 나이와 실제 나이(1942년생)이 달랐고, 그녀의 과거를 증언해줄 이가 아무도 살아있지 않았고 증거자료도 없었다는 이유다. 게다가 당시 금기 시 되던 4.3이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도 그녀의 친가에서 그녀가 학교에 입학할 때 강씨의 허리장애를 ‘결핵성’으로 기입해 놓은 점도 인정의 방해요소였다. 
 
최근 제주 4·3중앙위원회는 희생자 130명, 유족 4951명 등 모두 5081명을 희생자 및 유족으로 추가했다. 이에 따라 희생자는 1만4363명, 유족은 6만4378명 등 모두 7만8741명 늘었다. 하지만 강씨처럼 희생자 212명과 유족 1만6099명 등 1만6311명은 여전히 심의·결정을 기다리는 중이다.  
 
올해 제주 4.3 추념식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올해 제주 4.3 추념식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희생자들의 배·보상 문제도 직면 과제다. 배·보상 의제가 담긴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이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15개월 만에 첫 심의 됐지만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 부처 간 의견차와 야당의 반대를 극복해야 하는 점이 과제로 떠올랐다.  
 
3일 오전 10시 제71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이 제주4·3평화공원에서 국가추념식으로 시행됐다. ‘다시 기리는 4·3정신, 함께 그리는 세계 평화’를 주제로 제주도 전역에 1분간 사이렌을 울렸다.
 
올해 제주 4.3 추념식에 참석한 유족이 행방불명된 고인의 표석 앞에서 절을 올리고 있다. 최충일 기자

올해 제주 4.3 추념식에 참석한 유족이 행방불명된 고인의 표석 앞에서 절을 올리고 있다. 최충일 기자

추념식에는 제주4·3생존 희생자와 유족 등 1만여 명이 참석해 참배에 나섰다. 행사에 참석해 추념사를 한 이낙연 총리는 “제주도민 여러분이 ‘이제 됐다’고 하실 때까지 4·3의 진실을 채우고, 명예를 회복해 드리겠다”며 “국가 트라우마 치유센터' 설립과 배·보상 등 입법이 필요한 문제에 대해선 국회와 협의하고, 4·3평화재단 출연금도 늘어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에서는 군·경의 첫 유감 표명도 진행됐다. 이에 따라 그 동안 군경이 취해온 ‘제주4·3은 좌익폭동, 무장봉기에 대한 정당한 진압’이었다는 입장에 변화가 감지된다. 국방부는 3일 “제주4·3특별법의 정신을 존중하며 진압 과정에서 제주도민들이 희생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과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올해 제주 4.3 추념식에 참석한 유족들이 행방불명된 고인의 표석 앞에서 절을 올리고 있다. 최충일 기자

올해 제주 4.3 추념식에 참석한 유족들이 행방불명된 고인의 표석 앞에서 절을 올리고 있다. 최충일 기자

민갑룡 경찰청장도 이날 추념식을 찾아 광화문광장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헌화했다. 민 청장은 방명록에 “하루빨리 비극적 역사의 상처가 진실에 따라 치유되고 화해와 상생의 희망이 반성에 따라 돋아나기를 기원한다”며 “경찰도 지난 역사를 더욱 깊이 성찰하면서 오로지 국민을 위한 민주·인권·민생 경찰이 되겠다”고 적었다. 
 
올해 4.3 추념일은 지난해에 이어 지방공휴일로 운영됐다. 제주도 소속 공무원과 근로자는 공휴일의 적용을 받는다. 하지만 제주도는 제주4·3희생자 추념일에 행정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평시 근무 체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올해 제주 4.3 추념식 참석자들이 분향에 나서고 있다. 최충일 기자

올해 제주 4.3 추념식 참석자들이 분향에 나서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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