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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세대, 실업급여 받아 취직 못한 자녀 부양한다

추락하는 중산층 <상> 
지난달 20일 유모(57)씨가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센터에서 구직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유씨를 비롯해 추락한 5060 중산층 중 상당수는 취직하지 못한 자녀를 부양하면서 자식들의 학자금 대출까지 대신 갚아주고 있었다. [우상조 기자]

지난달 20일 유모(57)씨가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센터에서 구직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유씨를 비롯해 추락한 5060 중산층 중 상당수는 취직하지 못한 자녀를 부양하면서 자식들의 학자금 대출까지 대신 갚아주고 있었다. [우상조 기자]

“애들 학자금 대출 갚아야 하는데…. 너무 막막하네요. 정말 어려워요.”
지난달 5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센터에서 만난 김순철(61)씨는 이곳이 익숙하지 않은 표정이었다. 김씨는 실업급여를 신청하기 위해 고용센터를 처음 찾았다고 했다. 4시간 파트타임 사원으로 근무하던 우체국에서 지난 2월 권고사직됐다. 그는 "1년은 다닐 줄 알았는데, 올해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잘렸다"고 말한다. 많지는 않지만 한 달에 79만원을 받았고, 가족이 여기에 기댔는데 그게 사라졌다. 넉 달 전부터 청소업체에 나가는 아내의 일당 9만원이 수입의 전부다. 당장 24, 28세 자녀의 학자금 대출 상환이 걱정이다. 김씨는 매달 40만~50만원을 갚아 왔다.
 
김씨는 유통 관련 중소기업에 20년 다녔다. 규모가 크지 않지만 성실 덕분에 인력 담당 간부가 됐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방송통신대학를 마쳤다. 순탄하던 김씨에게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충격이 몰아쳤다.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됐다. 막노동·청소 등 안 해 본 게 없다. 근근이 버텼다. 전 직장과 비슷한 업종의 회사에 들어갔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파트타임 일자리를 전전하다 지난해 3월에는 이런 데도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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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씨는 어떡하든 계속 일해야 한다. 아들은 몇 년째 공무원 시험에 매달려 있다. 딸은 대학을 졸업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이 와중에 자녀의 학자금 대출 상환(월 50만원)을 더 미룰 수 없게 됐다. 김씨는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지 않으면 나처럼 쉽게 실직할 수 있어 '아무 데나 취직하라'고 말을 못한다”며 “본인들은 얼마나 힘들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부담이 커진다. 김씨는 20년 다닌 직장에선 250만원 넘게 월급을 받았다. 지금은 가계 수입이 150만원 정도고, 많아야 200만원이다. 실업급여가 끝나면 대책이 없다. 
 
중앙일보가 지난달 '추락한 5060 중산층' 24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상당수가 취직하지 못한 자녀를 떠안고 있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6~39세 건보 피부양자나 세대원을 둔 5060세대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41만402세대에 달한다. 소득 10분위 중 1~3분위 하층이 39만5254세대다. 예전 같으면 자녀가 취업해 부모를 부양할 수도 있는데, 이제는 거꾸로 됐다. 이런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역대 최고의 확장실업률(24.4%, 2월 기준)이다. 체감 실업률로 불린다. 추락한 중산층의 월 소득이 중산층 시절의 20~30%로 떨어졌다. 그런데도 상당수는 자녀 부양과 학자금 대출 상환을 떠안고 있다.  
유모씨가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센터에서 구직신청서를 쓰고 있다. [우상조 기자]

유모씨가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센터에서 구직신청서를 쓰고 있다. [우상조 기자]

"이런저런 자격증이 없고, 학력도 그리 좋지 않은 데다 나이까지 많은 편이라 취직될지 걱정입니다. 국민연금·기초연금을 받을 나이도 아니잖아요. 지난 10여 년은 정말 힘들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더 어렵네요. 나아질 기미가 안 보여요." 
김씨는 "중산층(상중하로 나누면 중하)에서 하층(하상)으로 떨어졌다. 과연 다시 일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현재로썬 희망이 별로 없다"고 말한다.
 
지난달 5일 서울서부고용센터에서 만난 정태숙(66)씨도 20년 전까진 건설 중장비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월 2000만~3000만원을 벌었다. 외환위기 후 사업이 어려워졌고, 재기를 위해 여러 차례 같은 폐업과 창업을 반복하며 재산을 잃었다. 2000년대 초반 사업을 접은 뒤 닥치는 대로 일한다. 최근에는 일용직으로 일당 12만원짜리 일을 했다. 정씨는 “2년 전 비정규직으로 취직했던 대기업 건설회사에서 지난달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나와야 했다”며 “거기서 월 200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았는데, 이제 그 정도 받을 곳을 찾기가 막막하다”고 말했다. 30, 34세 자녀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잡지 못했다. 알바 등으로 스스로 생활비를 충당한다. 정씨는 "아이가 결혼자금이라도 모을 수 있게 학자금 대출금을 월 25만원씩 대신 갚아 준다"고 말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센터에서 만난 유모(57)씨는 막내아들(26)의 교수 꿈을 접게 한 게 못내 가슴 아프다. 2년 전 유씨가 갑자기 퇴직하면서 아들에게 어렵게 말을 꺼냈다. 유씨는 “집을 팔아야 학비를 댈 수 있는데 '졸업까지 몇 년 걸릴지 모르고, 교수가 된다는 보장도 없지 않으냐'고 아이에게 말했다”고 털어놨다. 아들은 교수의 꿈을 포기하고 취직 준비에 한창이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극심한 취업난으로 2030세대는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하고 있다"며 "중산층 진입의 기회조차 갖지 못한 자식과 이들을 부양하는 추락한 중산층이 하층민으로 동반 전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추락한 중산층이 재기하려면 양질의 일자리가 해결책이지만 노동시장 유연화, 산업경쟁력 강화 등이 선행돼야 하는데 쉽지 않다”며 “당장 저소득 은퇴 연령에 적은 소득이라도 꾸준히 받을 수 있는 일자리나 맞춤형 복지제도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이에스더·이승호·김태호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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