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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살고 싶은 미군입니다” …'로맨스 스캠' 아프리카 사기단 검거

아프리카 국제 사기조직의 일원인 라이베리아인 E(28)가 편취한 돈으로 명품매장에서 쇼핑을 하는 모습.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아프리카 국제 사기조직의 일원인 라이베리아인 E(28)가 편취한 돈으로 명품매장에서 쇼핑을 하는 모습.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미군을 은퇴하면 한국에서 당신과 살고 싶어요. 재산을 보낼테니 운송료 좀 부쳐주세요.”
 
이런 식으로 미군이나 미 외교관을 사칭해 한국인들에게서 돈을 뜯어낸 아프리카 범죄 조직이 대거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나이지리아, 가나 등에 본부를 두고 한국 등지에서 사기 행각을 벌인 국제사기조직 ‘스캠 네트워크(scam network)’ 조직원인 나이지리아인 A(40) 등 7명을 검거하고 9명을 추적하고 있다고 2일 밝혔다.
 
이들은 ‘로맨스 스캠'(romance scamㆍSNS로 친분을 쌓은 뒤 돈을 가로채는 사기) 수법을 이용했다. 페이스북이나 SNS 메신저로 한국인들에게 무작위로 접근했다. 자신을 ‘시리아에 파병가 포상금을 받은 미군’ ‘거액을 상속받은 미 외교관’ 등 그럴듯한 직업을 가진 사람처럼 속였다. “파병 근무로 포상금을 받았는데 한국에서 당신과 살기 전에 재산을 부치고 싶다” “현금을 보낼테니 통관비만 좀 보내달라”며 피해자들이 돈을 송금하도록 유도했다.  
 
이들은 또 자신이 비자금 관리가 업무인 미국 공무원이라고 속인 뒤 “자금세탁 방지 증명서의 발급비용을 부쳐달라”거나 “허리케인으로 원유 시추선의 드릴과 파이프 등이 고장났는데 수리비를 부쳐달라”고 요구해 피해자들에게 돈을 뜯어냈다. 심지어 금은방 사장 등에게 “아프리카에서 밀수한 사금을 싸게 사달라”고 메시지를 보낸 뒤 가짜 금을 건네고 돈을 가로채기도 했다. 아프리카인 명의의 국내 은행 계좌를 만들고 범죄 수익이 들어오면 바로 인출하는 방식으로 돈을 아프리카로 송금했다. 이런 식으로 한국인들에게 가로챈 돈만 2017년 8월부터 약 1년간 14억원에 달했다. 서울청 관계자는 “현재까지 증명된 사기 금액만 14억원으로, 실제 피해 액수는 100억원 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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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캠 네트워크는 조직을 철저히 점조직으로 운영했다. 인출책들은 상부의 인적사항이나 연락처를 알지 못하게 했다. 또 인출책은 주로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인들로 꾸렸다. 한국인 조직원은 B(64)가 유일했다. 라이베리아 국민은 우리나라에 90일간 무사증입국(테러지원국이 아닌 국가의 국민들이 국내에 비자 없이 입국해 일정 기간 체류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해 현지와 한국을 드나들기 쉽다는 점을 악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무사증 입국이 불가능한 가나, 토고 등 국민들도 현지에서 수십 달러만 내면 라이베리아 위조 여권을 손에 쥘 수 있어 주로 아프리카인들이 인출책으로 동원됐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 국제 사기조직 '스캠 네트워크'의 조직원들은 사기행각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국내에서 호화생활을 하기도 했다. 사진은 피의자 B(32)의 페이스북 내용.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아프리카 국제 사기조직 '스캠 네트워크'의 조직원들은 사기행각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국내에서 호화생활을 하기도 했다. 사진은 피의자 B(32)의 페이스북 내용.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일부 조직원들은 이렇게 가로챈 돈으로 한국에서 호화생활을 하기도 했다. 라이베리아인 C(32)는 이태원의 한 호텔에서 장기투숙하면서 지난해 3월 유람선을 빌려 한강에서 아프리카인 친구들을 모아 ‘선상 파티’도 했다. 몇몇 조직원들도 각종 명품을 사거나 유흥비로 돈을 물 쓰듯 썼다.  
 
이들의 범죄 행각은 피해자들의 신고가 이어지고, 일부 조직원들이 검거되면서 꼬리를 밟혔다. 7명의 조직원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서울청 관계자는 “주로 심리적으로 외로운 중ㆍ장년층들이 사칭에 속아 피해를 입었던 사건”이라며 “공무원, 군인 등을 사칭해 외국으로 송금해달라는 메시지 등은 일단 의심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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