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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인이 바빠서 대리인 계약? 전세보증금 날릴 각오하라

기자
최환석 사진 최환석
[더,오래] 최환석의 알기쉬운 부동산(12)
부동산 중개 분야에서 잊을 만 하면 터지는 사고 중 하나가 전세보증금 사기 사건이 아닌가 싶다. 전세보증금 사기 사건은 피해자의 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는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을 날리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전세보증금 사기 사건의 공통점

전세보증금 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알아두어야 할 사항이 있다. 일단 임대인과 직접 계약을 체결해야 하고 너무 오래된 인감증명서는 피하며, 입금은 임대인 계좌로 해야 한다. [연합뉴스]

 
과거 전세보증금 사기 사건들은 ①월세를 전세로 속여 일시에 전세금을 받고 임대인에게 매월 월세를 보내주고, ②임대인이 아닌 부동산중개업소 또는 관리인이 대리 계약하며, ③임대인의 계좌가 아닌 본인의 계좌로 입금받아 처리하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러한 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 유의할 사항은 무엇일까.
 
우선 임대인과 직접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임대인을 위장하는 악의적인 사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임대인의 신분 즉, 본인확인을 반드시 해야 한다. 일부 임대인은 사람을 못 믿는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간혹 있다. 정상적인 거래라면 중개하는 공인중개사는 임대인을 설득해 확인해 줄 것이다. 불쾌한 반응을 보이더라도 끝까지 확인을 거부하는 임대인은 없다.
 
만약 확인을 거부한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것이 좋다. 사기가 아니라 해도 이처럼 독선적인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등 빈번한 트러블을 일으키며 얼굴 붉힐 일이 생기는 이른바 진상 임대인일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임대인과 계약을 직접 체결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와 계약을 체결하는 사람이 임대인인지 명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이 아니라면 위임 서류를 확인하자. 오피스텔과 임대용 다가구 주택은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관리를 위탁하고 계약과 관리를 임대인이 직접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고의 대부분은 이와 같은 구조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임대인이 관리를 위탁해 임대차 계약을 직접 체결하지 않다면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이때 관리인 또는 관리를 위임받은 공인중개사에게 위임장, 인감증명서 등 위임서류를 요구해 명확히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너무 오래된 인감증명서는 피하는 것이 좋으며, 사용 용도가 명확히 기재되어 있는지와 위임장에 인감도장이 날인돼 있는지 살펴야 한다. 아울러 계약 시 임대인과 직접 통화할 수 있다면 좋다. 최근 경기도 안산에서 일어난 70억원 대 전세보증금 사기 사건에선 공인중개사들이 위임장을 위조하고 대포폰을 통해 임대인을 사칭했다. 관련 법에 따르면 부동산 거래 시 개업 공인중개사가 직접 서명 및 날인하게 돼 있는데, 이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공인중개업을 하며 수십억 원의 전세금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온 40대 자매가 검찰에 넘겨졌다.   이들은 임대인들로부터 월세 계약을 위임받았음에도 위임장과 계약서를 위조해 임차인들과 전세 계약을 맺고선 전세보증금을 받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범행에 사용된 임대계약서. [연합뉴스]

공인중개업을 하며 수십억 원의 전세금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온 40대 자매가 검찰에 넘겨졌다. 이들은 임대인들로부터 월세 계약을 위임받았음에도 위임장과 계약서를 위조해 임차인들과 전세 계약을 맺고선 전세보증금을 받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범행에 사용된 임대계약서. [연합뉴스]

 
전·월세 계약 시 명의자가 배우자나 자녀로 돼 있다면 직접 참석하는 임대인이 의외로 많지 않다. 임대인 본인 대신 가족이 참석하는 경우 원칙적으로는 위임장, 인감증명서 등 위임 서류를 준비해야 하지만, 이를 소홀히 해 사고가 터지기도 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통해 가족 관계와 신분을 확인하고, 임대인 본인과 전화통화로 계약 사실을 알리는 것도 방법이다. 간혹 소유자 의사에 반해 가족이 임의로 계약을 해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반드시 임대인 계좌로 입금하는 것도 중요하다. 앞서 말한 위임 서류와 함께 확인해야 하는 것은 보증금을 입금하는 계좌다. 위탁관리를 맡긴 임대인은 보증금과 임대료가 입금되는 통장을 타인(관리인, 공인중개사 등)에게 잘 맡기지 않는다. 안산 보증금 사기 사건 또한 임대인 계좌가 아닌 공인중개사 계좌로 입금하는 바람에 피해가 컸다. 서류 확인도 중요하지만, 보증금은 반드시 임대인 계좌로 입금해야 한다.
 
임대인도 사기 사건 피해자 될 수도
보증금 사기 사건은 임차인의 피해로만 그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임대인에게 책임의 일부가 전가되고, 피해자인 임차인과 법정 공방이 생기기도 한다. 따라서 임대인 역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임대인은 사고 예방을 위해 계약 시 본인 또는 본인의 가족이 반드시 참석하고 본인 명의의 계좌를 통해서만 거래해야 한다. 안산 사기 사건의 사례에서 보듯 임대인을 위장해 피의자 계좌에 입금된 전세보증금의 반환을 요청하게 되면 임대인도 갈등에 휘말릴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최환석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 팀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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