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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30년 윤종신 “남들이 안 간 길에 답이 있다”

윤종신은 ’어느 분야든 압도적 1등, 즉 슈퍼 갑이 이끄는 세상은 재미가 없다“며 ’상위권 내에서도 차이가 적게 나는 갑들이 많이 생겨나 다양성을 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윤종신은 ’어느 분야든 압도적 1등, 즉 슈퍼 갑이 이끄는 세상은 재미가 없다“며 ’상위권 내에서도 차이가 적게 나는 갑들이 많이 생겨나 다양성을 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서른이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서른 살 가수 김광석이 1994년 발표한 ‘서른 즈음에’에서 청춘과 점점 멀어져가는 안타까움을 토로했다면, 쉰 살 가수 윤종신은 2019년의 서른을 향해 “힘든 건 다 알아”라며 솔직담백한 조언을 건넨다. “치사해 지지마” “짜치게 살지 마” “너무 멀리 보지 마”라며 “다시 안 올 서른을 출발해봐”라고 노래한다. ‘서른에게’라는 부제와 함께 발표한 신곡 ‘멋’을 통해서다. 노랫말에는 아직 기회가 많은 나이임에도 웅크리고 몸을 사리는 이들을 향한 가수 자신의 바람이 담겼다.
 
윤종신(50)에게 30대는 가장 힘들었던 시기다. 그는 “20대 때는 순진하게 뭣도 모르고 했는데 사랑받았다면, 30대는 성공 원인도 모르겠고 실패도 많이 한 시행착오의 기간”이라며 “데뷔 20주년이 최고의 위기였다”고 했다. 그는 1989년 연세대 국문과(원주캠퍼스) 재학시절 교내 가요제 금상을 거머줬고, 이듬해 015B 객원 보컬로 데뷔했다.
 
올해로 노래 인생 30주년을 맞은 그가 지금 인생의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은 그래서 역설적이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된 음악플랫폼 ‘월간 윤종신’은 스스로 위기라고 꼽은 2010년 시작한 프로젝트다. 순수하게 음악에 집중해 월간잡지를 내듯 매달 신곡을 꾸준히 발표했고, 이를 묶어 매년 ‘행보’란 이름으로 한 장씩의 음반을 내놓았다.
 
MBC 음악토크쇼 ‘라디오스타’. [사진 각 방송사]

MBC 음악토크쇼 ‘라디오스타’. [사진 각 방송사]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단독인터뷰로 만난 그는 “당시엔 이번에 망하면 끝날 것 같은데, 음악 더 못할 것 같은데, 하는 마음이었다. 그럼 망하고 안 망하는 기준을 없애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한 자구책이었다. 다행히 한 곡이 뜨면 예전 곡들까지 찾아보고 사람들이 생기더라”며 “한 해가 지나고 음반을 받으면 추수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장기 전략의 효과는 스스로 입증했다. 2017년 ‘좋니’가 발표 몇 달 뒤 역주행에 성공하며 그에게 데뷔 이래 음악방송 첫 1위를 안겼다. 답가 형식으로 민서와 함께 부른 ‘좋아’도 음원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좋아’는 ‘월간 윤종신’을 통해 발표한 노래. ‘좋니’는 소속사 미스틱의 또다른 음악플랫폼 ‘리슨’을 통해 발표한 곡이다. 자신이 구축한 플랫폼으로 선순환을 이룬 셈이다.
 
이처럼 윤종신은 가수이자 작곡가일 뿐만 아니라 판을 펼치고 창작집단을 이끄는 리더이기도 하다. 그는 “남들이 돌아보지 않는 곳에 의외로 많은 정답이 있다”고 했다. “내가 좋아하는 걸 대중에게 우기면 창작자지만, 대중이 좋아하는 걸 분석해서 만들면 업자죠. ‘월간 윤종신’도 회사 입장에선 당장 수익이 나진 않지만, 돈이야 내가 벌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밀어붙였거든요. 저는 계속 창작자로 살고 싶어요.”
 
JTBC 영화토크쇼 ‘방구석1열’. [사진 각 방송사]

JTBC 영화토크쇼 ‘방구석1열’. [사진 각 방송사]

영화 ‘페르소나’의 기획자로 나선 이유도 비슷하다. 시작은 ‘월간 윤종신’의 번외편으로 2014년 팟캐스트 ‘어수선한 영화 이야기’의 문을 열면서다. “김종관 감독의 장편 ‘최악의 하루’(2016)를 재밌게 봤어요. 근데 감독님 단편을 보니 더 재밌더라고요. ‘폴라로이드 작동법’(2004)은 6분짜리인데 정말 반짝반짝하더라고요. 이렇게 재밌는데 왜 단편은 영화제가 아니면 볼 수가 없지, 이런 아이디어는 왜 장편으로 안 이어질까, 하는 질문을 계속하던 찰나 JTBC ‘전체관람가’ 섭외가 들어왔어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경미·임필성 감독님을 만나며 더 구체화한 거죠.”
 
배우 이지은(아이유)이 주인공을 맡은 ‘페르소나’는 이경미·임필성·전고운·김종관 등 감독 4명이 각자 만든 단편으로 구성돼 있다. 5일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공개한다. 윤종신은 “처음부터 넷플릭스를 염두에 둔 건 아니었다”고 했다. “막연히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죠. 개봉 첫 주 관객 수로 흥행 여부가 결정되는 게 아니니까 콘텐트 유통기한이 무제한으로 늘어나잖아요.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미러’는 3~4년 전 작품이지만 지금 추천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죠. 이번 달에 ‘페르소나’를 많은 분이 보는 것도 좋지만, 몇 년 뒤에도 여전히 이야기되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어요. 장편이 2시간 동안 즐기는 소설 같다면, 단편은 시처럼 짧아도 여운은 훨씬 길잖아요.”
 
그는 창작을 위해서라면 도움을 청하는 것도 마다치 않는다. 2017년 SM엔터테인먼트가 미스틱 지분 28%를 인수한 것도 그의 작품이다. “제가 이수만 회장님 찾아가서 직접 도와달라고 말씀드렸어요. 전략적 제휴 관계니 회사 운영에 관여하진 않지만 ‘눈덩이 프로젝트’ 등 여러 실험을 함께 할 정도로 호흡이 잘 맞더라고요. 올해 30주년을 맞은 의류브랜드 빈폴과 서른살이 된 장범준·태연·어반자카파 등과 협업한 ‘이제 서른’ 프로젝트처럼 생각이 맞고, 새로운 생각을 얹을 수 있다면 누구와도 협업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빈폴과 협업한 ‘월간 윤종신’ 3월호로 발표한 ‘멋’. 부제는 ‘서른에게’다. [사진 미스틱스토리]

빈폴과 협업한 ‘월간 윤종신’ 3월호로 발표한 ‘멋’. 부제는 ‘서른에게’다. [사진 미스틱스토리]

2011년 그가 설립한 기획사 미스틱89는 미스틱엔터테인먼트를 거쳐 지난달 미스틱스토리로 이름을 바꿨다. 이제 무게중심을 본격적으로 옮겨가는 걸까. 윤종신은 “‘음악은 이야기’라는 건 오래된 지론”이라고 했다. “대학시절 서울에서 원주까지 하루에 4~5시간을 통학하며 재수할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그 시간이 없었더라면 전 가수가 되지 못했을 거예요. 워크맨으로 음악을 들으며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뮤직비디오처럼 보였거든요. 가장 열심히 음악을 들으며 그 안에 들어갈 이야기를 만들던 시간이죠.”
 
그는 “가수도, 배우도 다 이야기가 있어야 하는 시대”라고 했다. 미스틱에는 이미 작사가 김이나를 시작으로 영화감독 장항준, 드라마 작가 김은희, 웹툰 작가 기안84 등 다양한 직군의 창작자가 포진해 있다. 윤종신은 “연예기획사로서 매니지먼트도 중요하지만 심장이 될 순 없는 것 같다”며 “매니지먼트를 간 정도로 내려보내고 심장은 콘텐트로 바꾸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윤종신의 예순, 혹은 40주년은 어떤 모습일까. “특별한 계획이 없어서 여기까지 온 것”이란 게 그의 답변이다. “전 한 달 앞만 봐요. 1년, 2년을 봤으면 ‘월간 윤종신’도 힘들어서 못 했을 거예요. 그때 돼서 지난 5년, 10년 동안 한 일을 얘기할 수 있도록 잘 살아야죠. 정규 앨범 작업도 하고 있고, 단편영화 시나리오도 한 편 쓰고 있는데 다 돼야 나오는 거죠, 뭐.” 그는 또 다른 씨앗을 뿌리고 있었다. 어쩌면 나무를 심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라디오스타’ 13년째 개근 … JTBC ‘슈퍼밴드’ 스타트
TV에서 윤종신은 가수보다 방송인, 예능인으로 훨씬 친숙하다. 2003년 MBC 시트콤 ‘논스톱4’에 처음 출연할 때만 해도 음악프로 아닌 예능프로는 그에게 외도처럼 보였다. 이제는 아니다. 2007년 시작한 MBC 예능 토크쇼 ‘라디오스타’는 햇수로 13년째 매회 개근하고 있다. 연말 방송연예대상 최우수상도 3차례 받았다.
 
윤종신은 “예능만 할 때는 예능을 하는 게 힘들었다. 하지만 3, 4년이 지나면서 엄청난 자극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예컨대 ‘라디오스타’는 장시간의 녹화 동안 매회 다른 게스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음악적으로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것. 그는 “얼마 전 출연한 이덕화 형님을 위한 노래를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이런 방송에서 자신의 역할을 그는 “중재하는 MC가 아니라 어느 한쪽 편을 드는 것”이라고 자평했다. JTBC ‘방구석1열’이나 채널A ‘하트시그널’처럼 사견을 밝힐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것도 “생각이 가는 곳에 이야기를 던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방송 활동은 그에게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히는 창구이기도 하다. 미스틱 소속의 에디킴·박재정·손태진·박상돈 등은 그가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슈퍼스타K’나 ‘팬텀싱어’에서 발굴해 영입한 가수들이다. 이처럼 일이 일을 부르는 것이 그의 작업 방식. 소속사 미스틱에서의 공식 직함은 프로듀서다.
 
윤종신은 오는 12일 처음 방송하는 JTBC ‘슈퍼밴드’에서도 심사위원을 맡았다. 유튜브 방송 ‘탈곡기’도 있다. 작곡가로서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 창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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