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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장인 200명이 '한식 반상기' 만든다

156년 역사의 테이블웨어 브랜드 '베르나르도'의 CEO 미셸 베르나르도. '그릇계의 에르메스'로 통하는 베르나르도는 6대째 내려오는 패밀리기업으로 유럽에서 존경받는 브랜드다. 오종택 기자

156년 역사의 테이블웨어 브랜드 '베르나르도'의 CEO 미셸 베르나르도. '그릇계의 에르메스'로 통하는 베르나르도는 6대째 내려오는 패밀리기업으로 유럽에서 존경받는 브랜드다. 오종택 기자

“한국의 도자기 공예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독창적이다. 더 인상적인 건 도자기 문화에 대한 국민의 존경심이 높고, 여전히 일상에서 살아 있는 예술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기명품 베르나르도 CEO 방한
6대째 내려오는 전통 가족기업
백색 자기와 골드 페인팅 만나
세계적 작가·셰프들과 협업 활발
"김치 직접 담가 먹을 만큼 좋아해"

지난 3월 한국을 찾은 ‘베르나르도’의 5대손이자 CEO인 미셸 베르나르도는 한국 도자기 문화의 오랜 역사와 섬세한 미학에 대해 존경심을 표했다.    
베르나르도는 1863년 프랑스 리모쥬 지역의 작은 공방에서 시작됐다. 156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자기 브랜드로 2006년 정부로부터 ‘살아있는 문화유산’ 칭호를 수여 받았다. 현재 프랑스 대통령 관저와 에어프랑스 VIP전용식기로 사용되고 있으며, 60여 개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와 함께 명품위원회에 소속돼 있다.  
베르나르도만의 독특한 기술인 골드 페인팅이 접목된 '오오아죠' 라인. 나뭇가지의 거친 질감까지 섬세하게 재현돼 있다.

베르나르도만의 독특한 기술인 골드 페인팅이 접목된 '오오아죠' 라인. 나뭇가지의 거친 질감까지 섬세하게 재현돼 있다.

베르나르도의 모든 제품은 리모쥬와 오라두르쉬르글란 두 지역 공방에서 200여 명의 숙련된 장인들에 의해 제작된다. 브랜드의 독특한 기술인 ‘골드페인팅’이 접목된 차 주전자 하나를 만드는 데는 약 1주일이 걸리며 공정상 60여 명의 장인을 거친다. 이처럼 뛰어난 장인정신과 예술품에 가까운 아름다운 디자인 때문에 업계에선 ‘그릇계의 에르메스’라고 불린다.    
1994년 CEO의 책임을 맡은 미셸 베르나르도는 생산현장 현대화, 혁신적인 마케팅 방법을 통해 기업 가치를 성공적으로 발전시킨 인물이다. 일례로 선대부터 오랫동안 사용해온 리모쥬 지역의 고령토가 소진되자 미셸은 자체적으로 흙을 개발해 눈부시게 흰 빛깔의 도자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2002년에는 베르나르도 재단을 설립, 매년 여름 전 세계 도자 공예 아티스트 수십 여 명을 리모쥬 공방으로 초대해 기획 전시를 열고 있다. 2016년에는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한국 아티스트들로만 이루어진 초대전시를 열기도 했다.  
 
한국 방문의 목적은.
새로운 수입 파트너와 함께 ‘한식 반상기’ 제작을 의논하기 위해서다.  
 
‘한식 반상기’를 제작하려면 한식을 잘 알아야 할 텐데.    
한국 방문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어서 한식을 여러 번 접해봤다. 무엇보다 김치를 정말 좋아한다. 프랑스 마트에서 사는 (포장)김치는 단맛이 너무 강해 우리가 직접 만들어 먹을 정도다. 아내는 미국인이지만 역시 김치를 너무 좋아해서 직접 김치 담그는 걸 즐긴다. 물론 식탁에 올릴 때는 베르나르도 접시에 담는데 굉장히 아름답다.  
눈부신 백색 자기 위에 푸른 빛의 꽃이 만개한 듯 디자인된 '인 블룸' 라인.

눈부신 백색 자기 위에 푸른 빛의 꽃이 만개한 듯 디자인된 '인 블룸' 라인.

 
셰프들이 사랑하는 식기라는데.
미슐랭 3스타 세프인 조엘 로부숑, 알랭 뒤카스, 피에르 에르메 등이 모두 우리 고객들이다. 우린 유명 셰프들이 자신들만을 위한 맞춤제작 식기를 의뢰하면 따로 만들어준다. 물론 아무나 만들어주진 않는다. 우리와 철학이 같아야 한다.  
 
베르나르도의 제품은 1400도 고온에서 구워 강도와 밀도가 높다. 덕분에 음식의 온기를 오랫동안 유지시켜준다. 또한 눈부시게 흰 빛깔은 음식을 돋보이게 한다. 때문에 전 세계 유명 셰프들은 베르나르도를 유독 사랑하고, 본사에서 맞춤제작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자랑이자 영광으로 생각한다.      
사진가이자 그래피티 아티스트인 JR과 협업한 제품. 접시 뒷면에는 손등 사진이 프린트돼 있다.

사진가이자 그래피티 아티스트인 JR과 협업한 제품. 접시 뒷면에는 손등 사진이 프린트돼 있다.

 
유명 디자이너·예술가와의 협업으로도 유명하다.  
우린 클래식부터 아방가르드까지 모든 디자인 가능성을 열어놓고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만난다. 서로의 감성과 철학이 일치하는지 많은 이야기를 나눈 후 생각이 일치하면 바로 작업에 들어간다. 이후에는 브랜드의 색을 입혀달라는 등의 어떤 간섭도 없이 모든 것을 아티스트에게 맡긴다.  
 
미국의 현대미술가 제프 쿤스와 협업한 제품. 그의 대표작 '벌룬 독'을 접시 위에 구현하는 기술은 3년 여의 연구 개발 끝에 완성한 신기술이다.

미국의 현대미술가 제프 쿤스와 협업한 제품. 그의 대표작 '벌룬 독'을 접시 위에 구현하는 기술은 3년 여의 연구 개발 끝에 완성한 신기술이다.

최근에는 제프 쿤스와 작업했다.    
7년 전 뉴욕 자선행사에서 처음 만났는데 자신의 어머니가 우리 고객이라고 하더라. ‘베르나르도를 어려서부터 많이 봐왔고 또 좋아했다’며 ‘작업 초창기 때 도자 작업을 많이 했는데 다시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하길래 함께해보자고 했다. 솔직히 그와의 작업은 정말 어려웠다. 그가 원하는 기술의 난이도가 높아서 3년의 연구 개발 끝에 겨우 완성할 수 있었다.  
 
‘베르나르도 재단’을 만든 이유는.
아들 찰스까지 6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패밀리 기업이다. 패밀리의 성과 같은 브랜드명을 갖고 있는 경우는 유럽에서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만큼 자부심과 책임감이 크다. 때문에 도자 공예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아티스트들과 베르나르도 공방을 연결 짓는 전시를 통해 도자 공예의 표현력과 가능성을 발전시키는 한편, 수공예 장인정신의 가치를 널리 부각시키고 싶다.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와네트가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사용했던 식기들을 재현한 제품. 그가 생전에 사랑했던 진주와 수레국화가 들어간 디자인이 특징이다.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와네트가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사용했던 식기들을 재현한 제품. 그가 생전에 사랑했던 진주와 수레국화가 들어간 디자인이 특징이다.

한국 작가들과도 전시를 열었다.  
2016년 전시 주제는 ‘한국 모던 세라믹 도자기 아티스트’였다. 올해의 주제는 ‘도자기로 만든 음식’인데 물론 한국 작가 3명도 초대됐다. 오늘도 오전 중에 인사동 갤러리를 여러 곳 둘러봤는데 한국의 젊은 아티스트들은 정말 재능이 많다.    
 
양각 기술로 다양한 풍경이 묘사된 캔들 홀더. 평소엔 흰색 빛의 도자기로 보이지만, 안에 캔들을 넣고 빛을 밝히면 황금색의 은은한 빛을 투과한다.

양각 기술로 다양한 풍경이 묘사된 캔들 홀더. 평소엔 흰색 빛의 도자기로 보이지만, 안에 캔들을 넣고 빛을 밝히면 황금색의 은은한 빛을 투과한다.

베르나르도만의 독창적인 기술과 미학을 꼽으라면.
절대 타협하지 않는 품질관리야말로 우리만의 독창성이다. 공방의 장인이 약 200여 명 정도인데 그 중 25%가 품질검수 관련 업무를 담당한다. 누구나 겉모습은 흉내 낼 수 있지만, 뛰어난 품질은 아무나 따라할 수 없는 우리만의 가치다.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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