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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판타지 속 판타지를 찾아서 15화. 니벨룽의 반지

갖고 싶나요, 절대적인 힘과 저주를 함께 주는 반지
 
‘니벨룽의 반지’는 다양한 장면이 엮여서 완성된다. 바그너 4부작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라인의 황금’ 공연 장면. [월드아트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는 다양한 장면이 엮여서 완성된다. 바그너 4부작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라인의 황금’ 공연 장면. [월드아트오페라]

오랜 옛날, 손에 넣은 자는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는 전설을 가진 반지가 있었습니다. 난쟁이 알베리히가 마력을 가진 황금으로 만든 이 반지에는 큰 힘이 있었지만, 동시에 이를 가진 자는 반지의 노예가 되어 파멸한다는 저주도 서려 있었죠. 우여곡절 끝에 그 반지는 거인 파프너가 손에 넣었지만, 반지의 저주에 걸려 반지를 홀로 차지하고자 형제를 죽여버리고 큰 뱀으로 변해 동굴로 숨어들어요. 이를 알게 된 주신 보탄(오딘)은 반지의 주인인 알베리히가 반지를 되찾으면 신들이 위험해질 것으로 생각하고, 영웅 지크문트로 하여금 파프너를 죽이고 반지를 찾으라 합니다. 하지만 지크문트는 죽고, 그의 아들 지크프리트가 그 운명을 맡게 되죠. 아버지의 검을 되찾아 여정을 떠난 지크프리트는 과연 어떻게 될까요?
 
‘니벨룽(또는 니벨룽겐)의 반지’는 독일 출신의 음악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최고 역작으로 꼽힙니다. 26년에 걸쳐 완성했으며, 16시간 가까운 길이를 자랑하는 대작이죠. 영화로 나온 판타지 작품 중 가장 대작으로 손꼽히는『반지의 제왕』3부작 확장판이 11시간 반 정도니 그 길이를 알 만합니다. ‘니벨룽의 반지’는 매년 독일에서 연주되는데, 나흘 동안 진행되지만 연속으로는 못하고 간격을 띄어 진행하죠. 2005년 한국에서 초연되었을 때도 엿새간 차례대로 연주되었습니다.
 
반지가 가진 힘을 향한 욕망과 저주, 사랑과 배신, 그리고 복수와 죽음…. 온갖 내용이 충실하게 담긴 ‘니벨룽의 반지’는 많은 작품에 영향을 미쳤어요.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된 여러 편의 영화·애니메이션뿐 아니라, 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같은 작품에도 영감을 주었죠. 어떤 점에선 현대 판타지 문화의 원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작품 또한 다른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게르만 고전 문학인『니벨룽의 노래』와 원전이 된 북유럽 볼숭 일족의 사가(시구르드 영웅담), 여기에 북유럽 신화 속 ‘신들의 황혼(라그나로크)’을 합쳐 하나로 만든 것이죠.
 
재미있는 것은 이들 역시 또 다른 작품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가령 니벨룽의 노래』는 시구르드 영웅담을 바탕으로 하는데요. 게르만족의 일파로 로마 제국 말기에 잠시 존재했다가 훈족에게 금방 멸망당한 부르군트족의 이야기가 덧붙여져 완성됐어요. 이 과정에서 북유럽 신화와 관련한 요소와 반지 이야기가 빠지고 기독교적인 색채와 중세 기사도가 더해졌죠. 시구르드 영웅담 역시『고 에다』를 기초로 한 여러 북유럽 신화에서 그 원형을 찾을 수 있어요. ‘니벨룽의 반지’는 이처럼 다양한 이야기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잘 보여줍니다.
 
‘니벨룽의 반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권력’을 둘러싼 욕망과 그로 인한 비극을 잘 엮어냈죠.『반지의 제왕』에도 영향을 준 ‘저주받은 반지’는 힘이라는 것이 가진 자에게 혜택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진 자를 속박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사랑을 저버리고 반지를 만들어낸 난쟁이는 반지를 욕심낸 동생의 배신으로 사로잡히고 결국 반지를 잃고 맙니다. 그가 반지에 저주를 걸기 전에 이미 반지에 저주가 서렸던 것이죠. 주신인 보탄조차 반지에 집착하다 신들의 힘을 잃을 뻔했으며, 반지를 얻은 파프너는 이를 홀로 차지하고자 형제를 죽여버리고, 반지에 집착하다가 영웅에게 죽고 맙니다. 두려움을 모르는 영웅 지크프리트마저도 반지를 버리라는 예언을 무시하다가 살해되죠. 반지를 탐내 지크프리트를 속이고 살해한 군터와 하겐도 마찬가지로 목숨을 잃습니다. 그로 인해 왕국은 멸망했고, 반지의 저주는 신들의 땅 발할라마저 불태우지요.
 
이야기 전체에 걸쳐 반지가 어떤 특별한 힘을 발휘하는 일은 없습니다. 힘이 세지거나 마법을 발휘하는 것도 아니고, 『호빗』이나 『반지의 제왕』에서처럼 투명하게 만들어주지도 않습니다. 단지 ‘이를 소유한 자가 세계를 정복한다’라는 전설이 있을 뿐이죠. 그런데도 사람들, 혹은 신이나 거인, 난쟁이마저 반지에 집착하며 홀로 차지하려 죄를 짓습니다. 허망하기 이를 데 없는 권력에 대한 욕심이 이들의 눈을 흐리고 멸망으로 이끈 거죠. 하지만 반지가 항상 저주로서만 작용한 것은 아닙니다. 지크프리트가 브륀힐데에게 반지를 주었을 때는 저주가 아닌 사랑의 징표로서 둘을 맺어주었으니까요. 반지를 탐낸 하겐의 음모로 둘의 사랑은 불행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브륀힐데는 지크프리트를 용서하며 그와 함께 자신의 몸을 불태우며 반지의 저주를 끝내고 맙니다.
 
‘니벨룽의 반지’는 매력적인 음악과 연출, 그리고 멋진 장면으로 눈을 사로잡죠. 하지만 이 작품이 꾸준히 사랑받으며 수많은 음악가와 창작자에게 영감을 주었던 것은, ‘반지’라는 존재를 중심으로 권력이 얼마나 허망한 것이며, 우리에게 진정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려주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글= 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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