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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로 결혼 축의금 내고, 블록체인 기술로 주식 빌리고…금융 실험이 시작된다

은행 계좌에 잔액이 없어도 신용카드로 경조사비를 보낼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기관이 아닌 개인 투자자끼리 자유롭게 주식을 빌려오고 빌려줄 수 있는 플랫폼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법적·제도적 제한으로 막혀 있던 이런 금융 서비스들이 조만간 현실이 될 수 있게 됐다. 최장 4년간 각종 규제를 면제해 주는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할 우선 심사대상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사전 접수된 105건의 금융서비스 중 19건을 우선 심사대상 서비스로 선정했다고 1일 밝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최종구 금융위원장.

여러 은행 대출 한 눈에 비교·가입
 
19건 중엔 대출 관련 서비스가 가장 많았다. 여러 금융회사의 대출 상품을 비교해 간편하게 가입하는 방식의 서비스들이다. 
 
핀테크 업체인 핀다와 비바리퍼블리카(토스), NHN페이코가 이런 내용의 원스톱 대출 서비스를 내놓기로 했다. 고객이 해당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금융회사별 대출조건(금리·한도)을 한 번에 확인하고 대출 신청도 할 수 있다.
 
NHN페이코의 중금리 맞춤대출 간단 비교 서비스. [자료: 금융위원회]

NHN페이코의 중금리 맞춤대출 간단 비교 서비스. [자료: 금융위원회]

 
그동안 이런 서비스가 나오지 못했던 건 대출모집인은 한 금융회사만 위탁 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1사 전속 원칙’ 때문이었다. 2010년 대출모집인의 불건전 영업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도입된 규제(모범규준)였다. 
 
이로 인해 여러 금융회사의 대출상품 정보를 한 곳에서 확인하는 서비스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핀다·토스·NHN페이코는 대출 비교 서비스의 등장이 금융회사 간 경쟁을 촉진해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신한카드는 신용카드를 이용한 송금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경조사비 같은 개인 간 송금서비스를 신용카드 결제 방식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신한카드 앱에서 송금할 금액과 돈을 받을 사람의 정보를 입력하고 비밀번호로 인증하면 돈을 보낼 수 있다. 돈을 받는 사람이 신한카드 회원이 아니어도 된다. 받는 사람 은행 계좌 번호를 몰라도 휴대전화 번호만 입력하면 송금할 수 있다.  
 
신한카드의 신용카드 기반 송금서비스. [자료: 금융위원회]

신한카드의 신용카드 기반 송금서비스. [자료: 금융위원회]

 
현재 여신전문금융업법은 ‘물품 판매 또는 용역 제공 등을 하는 자’로 신용카드 가맹점을 제한한다. 경조사비 같은 개인 간 송금서비스 시장에 그동안 신용카드사가 진출하지 못했던 이유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이전부터 고민했던 서비스인데 법을 개정하기는 쉽지 않아서 못하다가 규제 샌드박스를 계기로 준비하게 됐다”며 “지금은 소비자들이 은행 계좌에 잔액이 없으면 송금을 할 수 없는데 이 서비스를 통해 현금이 없어도 신용카드를 이용해 돈을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터치만으로 여행자보험 가입
 
여행자보험 가입을 간편하게 해주는 서비스는 NH농협손해보험과 레이니스트의 두 곳이 신청했다. 지금은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여행자보험에 매번 새로 가입해야 한다.
 
이미 가입한 적 있는 익숙한 보험상품이라고 해도 보험가입에 필요한 절차를 생략할 수가 없다. 보험계약을 모집할 때마다 보험계약의 중요한 사항을 설명하고 서명을 받게 하는 보험업법 감독규정 때문이다.
 
NH농협손보는 여행자보험을 1년 단위로 포괄 가입한 뒤 여행 기간만 입력하면 매번 가입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는 ‘온오프 해외여행자보험’을 준비 중이다. 소비자는 1년에 한 번만 여행자보험에 포괄적으로 가입해두면 이후엔 공항에서 출국할 때 휴대전화 앱에서 간단한 터치만으로 보험 가입이 된다.  
 
레이니스트 보험간편가입 프로세스. [자료:금융위원회]

레이니스트 보험간편가입 프로세스. [자료:금융위원회]

 
레이니스트는 소액보험 계약에 대해 스위치 ‘온-오프’ 버튼 클릭만으로 보험에 가입·해지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해외여행자보험뿐 아니라 단기자동차보험, 귀중품보험, 스포츠레저보험 같은 상품에 대해 서비스가 제공된다.
 
개인투자자를 위한 주식대차 플랫폼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신생기업인 디렉셔널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개인투자자에게 주식 대여와 차입 기회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하겠다며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했다.
 
주식대차란 차입자가 주식 보유자에게 수수료를 주고 주식을 빌린 뒤 나중에 주식으로 갚는 거래다. 주로 공매도 수요가 있는 투자자가 차입을 하는데 개인투자자의 참여는 극히 저조했다.
 
한국증권금융이 개인에 주식대주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기관과 달리 개인에 대해서는 종목과 수량, 기간 제한이 컸기 때문이다.
 
디렉셔널 개인투자자간 주식대차 플랫폼. [자료:금융위원회]

디렉셔널 개인투자자간 주식대차 플랫폼. [자료:금융위원회]

 
디렉셔널은 P2P(개인간) 서비스를 통해 개인이 주식을 빌려주기도(대여), 빌리기도(차입) 쉽고 수수료도 저렴하게 만든다는 계획이다.
 
정지원 디렉셔널 대표는 “주식을 대여해 주는 개인은 기존 증권사보다 더 높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고 주식을 차입하는 개인은 이전엔 어려웠던 공매도 투자를 할 수 있다”며 “P2P 방식의 개인용 주식대차 플랫폼은 해외에도 없고 처음 선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계약체결은 디렉셔널에서 이뤄지지만 증권·현금 담보 관리, 계좌 관리 등은 증권사(신한금융투자)에 맡기기 때문에 안전성을 보장한다”고 덧붙였다. 디렉셔널은 오는 6월 중 서비스를 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선정된 19개 우선 심사대상 서비스는 조만간 혁신금융심사위원회와 금융위의 의결을 거쳐야 최종적으로 '규제 샌드박스'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1차 혁신금융심사위에 참석해 “금융규제 샌드박스가 새로운 서비스를 실험해보고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금융혁신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장은 “샌드박스 대상 서비스를 시장에서 테스트를 해보고 문제가 없다면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관련 규제와 제도를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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