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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기초학력]학력미달 방치하면 폐교까지…미국의 강력 대응

 "더 이상 학력저하를 숨길 수 없습니다. 부모에게 결과를 감출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학력이 저조한 학교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2002년 1월, 미국 오하이오주 해밀턴고교를 찾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 앞에 섰다. 24분의 연설이 끝난 뒤 그는 '낙오 학생 방지법'(NCLB·No child left behind)에 서명했다. 국가 차원의 학력 저하 방지 정책이 출범하는 순간이었다. 당시 미국은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평균 이하 성적을 거두고 있었고, 높은 문맹률과 낮은 학교 졸업률을 기록하던 때였다.
 
 NCLB의 핵심은 모든 학생이 시험을 치르고 결과를 공개해 주정부나 학교에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기준 미달 학생이 많으면 주정부에 지원하는 예산을 삭감했다. 학력이 계속 향상되지 않는 학교는 교장이나 교사를 해임하기도 했다. 심지어 수년간 학력 미달이 개선되지 않은 학교는 공립대안학교로 강제 전환하거나 폐교할 수 있는 강력한 법이었다.
 
 NCLB는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어졌지만 여러 부작용도 나타났다. NCLB는 기초학력의 기준선을 각 주정부가 설정하도록 해 기준이 제각각이었다. 학력 향상을 위해 의도적으로 기준을 낮추는 곳도 있었다. 학교에서는 학력미달 학생들을 시험에서 배제하는 경우도 나타났고, 한번 '나쁜학교'로 낙인 찍힌 곳은 좀처럼 개선이 되지 않았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결국 2기 오바마 정부는 2015년, NCLB를 수정한 '모든 학생 성공법'(ESSA·Every student succeeds act)을 내놓는다. 제각각인 학력 기준을 통일하기 위해 연방 정부가 '공통 기준'을 제시했다. 부진한 학교를 벌하기 보다는 집중 지원으로 개선 기회를 주는데 집중했다. 그러나 학력 진단 시험을 의무적으로 치르고 결과를 공개한다는 NCLB의 기본 골격은 유지했다.
 
 미국의 학력 향상 정책은 전세계에 영향을 미쳤다. 각국에서 기초 학력 진단을 위한 의무적 시험이 등장했다. 한국도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모든 초6·중3·고2가 치르는 전수평가로 실시하기 시작했고, 학교별 결과를 온라인에 공개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전수평가가 폐지되고 결과 공개도 멈췄다.
2015년 12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모든 학생 성공법'(ESSA)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5년 12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모든 학생 성공법'(ESSA)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학력저하를 막기 위해 우리 정부도 강력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주호 한양대 교수는 "NCLB는 15년간 정책을 끌고 오면서 학교가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가 뒤처진 아이들에 책무성을 갖게 만들려면 학력미달을 하나의 평가 기준으로 삼을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채찍'보다 '당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염철현 고려사이버대 교수는 "NCLB는 처벌을 강조하다보니 역효과가 많았고 학력 향상 효과도 크지 않았다"며 "시험 결과에 따라 학력미달이 많은 곳에 처벌이 아니라 더 많은 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가야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혁신 교육을 강조하면서 지식 교육을 지나치게 도외시했다는 지적도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전 총장)는 "지식은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채 토론만 하면 기초 없이 건물을 짓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일제고사가 부작용이 있지만, 적어도 학년이 끝날때마다 제대로 배웠나 확인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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