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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근무 30년 퇴직자, 음식점 차렸다가 2억 날린 사연

기자
이준혁 사진 이준혁
[더,오래] 이준혁의 창업은 정글이다(8)
공정거래 위원회 가맹희망 플러스(www.franchise.ftc.go.kr)를 검색해 보면 국내 프랜차이즈 본사 수는 외식이 3630개, 서비스업 965개, 도·소매업이 300개 등 총 4895개가 있다. 외식업종이 단연 1위인 74%를 차지하며 프랜차이즈 본사가 보유한 브랜드 수만도 4566개다. 본사당 1~2개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 중 가맹점은 11만6378개로 본사에 소속된 가맹점은 32개이며 직영점 수는 6000개다.
 
전체로 보면 직영점 운영비율이 5%에 지나지 않는다. 겨우 5%의 직영점을 운영해 본 노하우를 갖고 95%의 가맹점을 지도한다는 것인데, 얼마나 무모한 일인가. 가맹점주 입장에선 리스크가 높을 수밖에 없다.
 
프랜차이즈 업종 1위는 외식업으로, 프랜차이즈 본사 보유 브랜드 수만 4566개다. 사진은 대구시 서구 서부시장에 조성된 프랜차이즈 특화거리의 모습. [프리랜서 공정식]

프랜차이즈 업종 1위는 외식업으로, 프랜차이즈 본사 보유 브랜드 수만 4566개다. 사진은 대구시 서구 서부시장에 조성된 프랜차이즈 특화거리의 모습. [프리랜서 공정식]

 
외식 프랜차이즈 업장 월 매출 2000만원 이하
외식 프랜차이즈 산업을 기준으로 가맹점당 매출을 보면 편의점이 월평균 3200만원(평균 매장 규모 20평), 제과제빵 1800만원(평균 18평), 커피점 1600만원(평균 8평), 치킨점 월평균 1400만원(평균 9평)으로 나타났다. 10만개가 넘는 외식 프랜차이즈 업장의 평균 매출이 월 2000만원을 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높은 임대료와 치솟는 인건비, 식재료 구매가를 고려하면 창업이 얼마나 힘든가를 짐작할 수 있다.
 
통계청의 기업생멸 행정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식당이 생존할 확률은 17.9%다. 그런데도 퇴직하거나 취직이 안 되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게 식당 창업이다. 식당업은 다른 자영업과 달리 엄청난 다경쟁 구조이면서 노동집약적 산업이라 웬만한 프로도 창업했다가 접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도 왜 그들은 계속 식당 창업 문을 두드리는 것일까. TV 방송만 틀면 나오는 먹방이나 맛집 소개 프로에 비치는 대박집의 유혹, 그리고 어느 집이든 맛에 관한 한 최고의 숨은 고수들이 있기 때문에 그들을 믿고 진입장벽이 낮은 식당을 개업한다.
 
창업 시장이 과학의 논리가 지배하는 곳은 아니다. 전문가들이 경고하고 정부 통계청이 발표하는 업종별, 브랜드별 폐업률, 생존율 등의 데이터가 끔찍한데도 그들의 도전을 막아내지 못한다. 창업을 하고 망하기까지 전 과정에 대해 기행문 형식으로 기술하고자 한다. 가상의 인물을 설정했다. 그가 겪은 개·폐업과정을 누구나 경험하거나 체험할 수 있기에 도움이 되기 바라는 마음으로 폐업 스토리를 소개한다.
 
대기업 부장 출신 퇴직 후 외식 창업 전선으로
김 부장은 2억 원으로 외식 창업을 고민하다가 권리금이 비싼 대로변 가게는 결국 포기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 [연합뉴스]

김 부장은 2억 원으로 외식 창업을 고민하다가 권리금이 비싼 대로변 가게는 결국 포기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 [연합뉴스]

 
김 부장은 일본에서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국내 최대 재벌 그룹의 일본 전문 인력으로 채용돼 약 30여년간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전문대를 졸업하고 나이가 53세이지만 주변에서, 직장에서 인정받으며 안정적인 연봉을 받았다. 하지만 회사가 구조조정에 들어가 머지않아 그 칼끝이 본인을 향할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틈만 나면 외식 창업 업체의 사이트를 들어가 분석했다.
 
많은 직종 중 외식 창업을 고려한 것은 일본 유학 중 외식업을 가업으로 생각하고 혼신을 다해 작은 가게를 운영하던 일본인 친구 부모님 영향이 컸고, 무엇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 이유에서였다. 퇴직금과 그동안 모아두었던 자금을 대충 계산하니 4억 원 남짓 됐다. 하지만 아직 대학에 다니는 두 아이의 학자금과 결혼자금, 기본적인 노후자금을 고려하면 총투자비가 2억 원을 넘으면 곤란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2억 원의 자금으로 외식 창업을 하려고 생각하니 유동인구가 많은 대로변 가게는 권리금만 2억 원이라 포기해야 했다. 이면도로(생활도로) 근처 20평 규모의 매장을 택해 수익구조가 높고 안정적인 유명 브랜드 조사에 들어갔다. 독자 창업을 하기엔 외식업의 초보인 입장에서 겁이 나고,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되면 본사의 지원을 받을 수 있으니 리스크가 덜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소자본 가맹 본사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이런 조사과정을 6개월 정도 하다 보니 “역시 나의 기획력은 살아있어” 하며 자신감도 붙고 지금 창업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예상했던대로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당했다. 아무 준비도 안 한 채 등 떠밀려 나오는 동료들의 불안한 얼굴을 보며 자신 있게 회사를 나왔다.
 
치킨점과 커피점은 너무 많아 경쟁에 자신이 없고, 빵집과 아이스크림점은 투자비가 많이 들어 아예 검토대상에서 제외했다. 삼겹살, 찌갯집 등 한식당은 조리할 자신도 없을뿐더러 그래도 대기업 부장까지 한 본인의 모양새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일본식 선술집인 이자카야 프랜차이즈가 눈에 들어와 이를 창업하기로 했다. 창업비용도 상대적으로 적게 들고 주류를 팔기 때문에 식재료비도 25% 선이면서 무엇보다 운영이익이 30%가 넘었다.
 
여러 종류의 식당 종류를 고민하다가 식재료비가 적고 운영이익이 높은 이자카야 창업을 결심했다. 조사만 6개월, 대기업 근무 경험이 30년 이상이라 자신이 있었다. [사진 pixabay, 중앙포토]

여러 종류의 식당 종류를 고민하다가 식재료비가 적고 운영이익이 높은 이자카야 창업을 결심했다. 조사만 6개월, 대기업 근무 경험이 30년 이상이라 자신이 있었다. [사진 pixabay, 중앙포토]

 
여러 업체 중 매장 수도 많고 디자인도 훌륭해 SNS 평가가 좋은 A 업체의 창업설명회를 찾아갔고, 상담을 받던 중 이 팀장이라는 영업사원을 소개받았다. 서글서글하며 싹싹한 성격의 이 팀장은 10년 넘게 외식시장에서 근무한 베테랑이라며 자기를 소개했고 자기를 만난 건 행운이라고 안심시켰다. 본사가 직영하는 매장도 가보고 물류공장, 연구·개발(R&D) 연구소, 본사까지 방문하고 20평 규모의 가맹점 매장도 찾아가 봤다.
 
가는 곳마다 영업은 잘됐고 운영체계도 안정적이라 안심이 됐다. 홈페이지와 창업설명회 자료에 나와 있듯 식재료비는 25%이며 운영이익이 30%라 월평균 매출 4000만원에 순이익이 1200만원이 예상된다는 설명을 들을 때엔 당장 계약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건 본사에서 3000만원의 무이자 주류대출을 알선해 주어 더욱 맘에 들었다.
 
아직 때가 이르니 좀 더 생각해 보자며 아내가 잔소리할 때는 대기업에서 30년 이상 경험한 자신의 치밀함을 모르냐며 윽박질렀다. 드디어 본사와 계약을 하고 유동인구가 좀 적지만 오피스가 많은 이면도로 골목에 20평 규모의 이자카야를 창업했다. 본사에서 1주간의 조리 교육도 받고 본사에서 소개해 준 주방장을 채용하고 초기 인건비를 아끼려고 주방과 홀은 자기가 뛰며 최소한의 알바생을 고용해 운영하기로 했다.
 
오픈 2주를 앞두고 자신은 너희들처럼 무너지지 않는다며 직장 선·후배와 동료, 친척들에게까지 오픈 소식을 알렸다. 전단 12만장을 3번에 걸쳐 주위에 모두 배포하고 오픈 당일엔 매장 앞에 홍보 도우미도 배치했다. 만반의 준비를 끝냈으니 이제 손님만 맞이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 가정주부만 한 아내도 홀을 돕는다며 가게에 나왔다.
 
오픈 시간이 되자 일본라멘도 같이 파는 매장 입구 메뉴를 보고 주변 직장인들이 몰려들었다. 2주 전부터 돌린 매장오픈 소식을 듣고 지인들도 방문하다 보니 40여 좌석이 순식간에 만석이 되었다. 그러나 행복한 순간이 무너지는 건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결국 자금을 털어 창업한 외식업 가게가 망했다. 김 부장은 가게 운영이 서툴렀고, 이로 인해 가게에 대한 악소문이 돌며 손님이 뚝 끊겼다. 사진은 불황에 음식점 폐업이 속출하며 황학동 주방용품 거리에 쌓이는 중고 주방 물품들. 김상선 기자

결국 자금을 털어 창업한 외식업 가게가 망했다. 김 부장은 가게 운영이 서툴렀고, 이로 인해 가게에 대한 악소문이 돌며 손님이 뚝 끊겼다. 사진은 불황에 음식점 폐업이 속출하며 황학동 주방용품 거리에 쌓이는 중고 주방 물품들. 김상선 기자

 
오픈 당일 날에는 메뉴를 한정해 주문을 받아야 하는데 운영해본 경험이 없어 전 메뉴를 받다 보니 주방장 혼자서 조리를 해내지 못했다. 1주일 교육을 받을 때는 뭐든지 해 낼 수 있는 자신이 있었는데 막상 전쟁이 시작되니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다시는 이 집에 오지 않는다”며 손님들이 욕을 하며 나갔다.
 
본사에서 소개해 채용한 주방장도 보름 만에 나가버리고, 오픈 6개월까지는 본사서 책임지겠다던 이 팀장은 본사와 용역 계약한 영업사원일 뿐이었다. 인력 안정이 안 되니 맛이 들쭉날쭉하고 한 번 악소문이 난 가게는 채 한 달이 가기 전에 손님이 끊겼다. 25%라던 식재료비는 45%가 넘어설 만큼 본사의 물류이익은 과다해 수익 자체가 나지 않았다. 또 오픈 초기에 본사 운영팀서 요구해 1000만원 이상 구매한 식자재는 재고로 남아 전부 빚이 되었다.
 
개업 한 달도 안 돼 손님 끊겨
이 팀장이 자신을 안심시키기 위해 계획적으로 안내하던 매장만 방문한 것이 후회됐다. 본인이 무작위로 가맹점을 방문해 운영에 대한 본사의 지원, 책임감, 운영경쟁력, 재료비 비중, 순이익 등 운영 전반에 대해 체크를 해야 했다. 운영 안정이 안 된 개업 초기엔 홍보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기본 사항조차도 몰랐다.
 
초도 식자재는 예상 매출액의 5%를 초과해 주문해서는 안 된다는 점, 무엇보다 점주 자신이 전 메뉴를 자신 있게 조리해 낼 때까진 오픈을 미뤄야 한다는 점 등은 6개월 만에 폐업하고 깨달은 식당 운영의 중요한 요소였다. 나에게 편한 길은 남에게도 편하다는 사실은 퇴직 후 시작한 첫 사업이 남긴 교훈이었다. 두 번째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은 성공스토리보다 폐업 시나리오를 먼저 쓰고 있다.
 
이준혁 (사)한국공유정책 일자리 위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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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