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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디 앉아 일할까…SK·하나은행 공유오피스 실험

서울 종로구 청진동 SK E&S 사무실 전경. [윤상언 기자]

서울 종로구 청진동 SK E&S 사무실 전경. [윤상언 기자]

SK E&S 직원 노태윤(29)씨의 하루는 예약 전쟁으로 시작한다. 매일 오전 8시 30분이 되면 벌어지는 사내 앱 ‘온 스페이스’에서 벌어지는 자리 쟁탈전 때문이다. 원하는 자리 예약에 성공하면 뿌듯함이 몰려온다. 노씨는 “원하는 자리에 앉으면 그날 하루가 좋다”고 말했다.
 
대기업 사무실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처럼 자유롭게 좌석을 선택하거나 돌아다니면서 업무를 보는 일이 늘었다. 사무실이 공유오피스처럼 바뀌면서 딱딱한 조직문화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사옥에서 직원들이 자율좌석제를 통해 자유롭게 앉아서 근무하고 있다. [윤상언 기자]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사옥에서 직원들이 자율좌석제를 통해 자유롭게 앉아서 근무하고 있다. [윤상언 기자]

KEB하나은행도 이런 변화 대열에 합류한 기업 중 하나다. 지난달 20일 오전 8시 찾은 KEB하나은행 을지로 사옥 24층은 일반적인 금융 회사 사무실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우선 칸막이가 없었다. 각 자리에는 음료가 담긴 텀블러나 서류뭉치 등 최소한의 물품만 올려져 있었다. 주인 없는 자리는 노트북 컴퓨터를 연결할 수 있는 모니터와 키보드만 놓여있었다.
 
사무실 입구에는 커다란 터치스크린이 있다. 직원이 매일 앉을 좌석을 고를 수 있도록 만든 키오스크다. 직원이 하나둘씩 출근하면서 터치스크린 앞은 분주해졌다. 전망 좋은 창가나 구석 자리는 금세 사라졌다. 이날 출근한 정석민(36)씨는 “개인 성향에 따라 자리 선호가 달라진다”면서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는 자리나 구석이 인기가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SK E&S 직원 노태윤씨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좌석을 예약하고 있는 모습. [윤상언 기자]

SK E&S 직원 노태윤씨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좌석을 예약하고 있는 모습. [윤상언 기자]

같은 날 방문한 SK E&S 사무실도 일반 대기업 사무실이라기보다는 고급 라운지에 가까웠다. 호텔 카페에 있을 법한 나무 테이블과 다리가 긴 의자가 있었다. 푹신한 소파 자리에는 직원 몇 명이 편한 자세로 앉아 노트북을 보고 있고, 한손에 커피를 들고 대화 중인 직원도 눈에 띄었다.
 
SK E&S는 계열사인 SK루브리컨츠·SK종합화학과 함께 지난해 9월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에 입주했다. 원래 사무실이 있던 종로구 서린빌딩 사무실이 공유오피스 형태로 리모델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입주한 그랑서울 21~24층은 회사 전체를 공유오피스로 바꾸기 위한 일종의 사전 실험이다.
 
대기업이 환경을 바꾸는 이유는 조직문화를 흔들기 위해서다. 딱딱하고 보수적인 분위기에서 혁신이 나올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업무 환경을 바꾸면 자연스레 새로운 시각과 결과물이 나온다는 기대감도 묻어있다. KEB하나은행 자율좌석제 등을 총괄한 엄태균 팀장은 “자유로운 업무 분위기가 생산성과 업무 능률을 이끌 것이란 생각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라며 “처음에 회의적인 직원도 바뀐 문화에 대해 크게 만족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 같은 변화를 긍정적으로 본다. 김수욱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앞으로는 근면한 다수보다 창조적 소수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가 온다”면서 “탄력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내는 업무 환경은 이러한 미래를 대비하는 데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일괄적인 사무실 업무 환경의 변화가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독립적이고 수직적 체계가 필요한 분야는 역효과가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이정연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일관된 품질을 생산하면서 가격을 낮춰야 하는 제조업 등의 분야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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