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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정남, 배우인 줄···난 카메라맨 미스터Y에 속았다"

 2017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30)이 "자신을 한국 몰래카메라 프로그램의 카메라맨으로 소개한 사람에게 속았고, 김정남은 고용된 배우인줄 알았다"고 진술했다고 일본 아사히 신문이 31일 보도했다.
  
아사히 신문은 흐엉에 대한 8시간에 걸친 조사내용이 담긴 11쪽 분량의 진술 조서를 말레이시아 사법 관계자에게서 입수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살해혐의로 기소된 베트남 국적 여성 도안 티 흐엉(가운데). [AFP=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살해혐의로 기소된 베트남 국적 여성 도안 티 흐엉(가운데). [AFP=연합뉴스]

조서에 따르면 흐엉에게 범행을 의뢰한 사람은 ‘한국 몰래카메라 프로그램의 카메라맨인 미스터 Y(와이)’로 자신을 소개했다. 
 
김정남 살해 약 7주전에 베트남 하노이의 바에서 우연히 만났다. 
 
그는 흐엉이 연예인이 되고 싶어하는 걸 미리 알고 있었고, 유창한 베트남어로 프로그램 출연을 권유했다. 흐엉이 "한 달에 1000달러는 받고 싶다"며 매달 집세의 17배나 되는 금액을 불렀지만 미스터Y는 거부하지 않았다. 
 
베트남 아이돌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도안티 흐엉.[중앙포토]

베트남 아이돌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도안티 흐엉.[중앙포토]

'미스터Y의 상사'라는 사람도 나타나 "촬영을 제대로 하면 돈을 주겠다”고 독려했다.
  
흐엉은 사람에게 장난으로 액체를 바르는 연기를 하게 됐다. 테스트 촬영에서 겁을 내며 실패를 거듭하자 미스터Y는 "촬영을 위해 (일반인이 아닌)배우를 고용했다"며 안심시켰다는게 흐엉의 주장이다. 그 배우가 바로 김정남이었다. 아사히는 "흐엉이 (범행을) 망설이지 않도록 걱정할 필요없는 상대를 준비했음을 확인시킬 필요가 있었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스터Y는 흐엉에게 옷을 사주고, 노래방도 데려가며 신뢰감을 심어줬다. 
 
흐엉은 범행을 9일 앞두고 베트남으로부터 말레이시아에 입국했다. 미스터Y로부터 사전에 ‘2월13일 촬영은 중요하다. 유튜브에도 올릴 것이다’란 말을 들었기 때문에 "당일 머리에 웨이브를 넣고, 예쁘게 화장도 했다"는 게 흐엉의 진술이다. 
  
김정남 피살 당시 공항 CCTV에 찍힌 유력 용의자 도안 티 흐엉..[중앙포토]

김정남 피살 당시 공항 CCTV에 찍힌 유력 용의자 도안 티 흐엉..[중앙포토]

이후 D데이였던 2017년 2월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배우’인 줄 알았던 김정남이 나타나자 미스터Y는 흐엉의 손에 “끈적끈적하고, 다소 노란색의 오일”(진술서 내용)을 떨어뜨렸다. 
 
흐엉은 그 액체를 김정남의 얼굴에 발랐다. 진술서엔 “처음엔 배우의 두 눈을 만진 뒤 손바닥을 얼굴에 문질렀다. 배우가 놀라 뒤를 돌아봤기 때문에 얼굴 전체에 바르지는 못했다”고 적혀 있었다.
  
"곧바로 화장실로 가 손을 닦았는데 손이 뜨거워지거나 아프지 않아 유독(액체)인 줄 몰랐다"는 내용도 진술서에 담겼다.  
 
이후 공항 근처의 호텔로 돌아온 흐엉은 이틀 뒤 공항에서 붙잡혔다. "나는 공항에서 촬영을 계속할 것"이라는 말이 떠올라 출연료를 받기위해 공항에서 미스터Y를 찾던 중이었다. 
 
흐엉은 "미스터Y는 거짓말을 했고, 나는 이용당했다"고 주장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미스터Y를 북한의 공작원으로 단정하고 국제 지명 수배를 한 상태다. 
  
흐엉의 아버지는 아사히 신문에 “딸이 사람을 너무나 쉽게 믿어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말레이시아 사법당국은 지난 11일 흐엉과 같은 혐의로 기소했던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 아이샤에 대해선 공소를 취소하며 석방했다. 하지만 흐엉은 계속 구속중이며, 재판은 4월 1일 속행된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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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