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상대 공격 앞서 내 돌 안전부터…삶도 ‘공피고아’

기자
정수현 사진 정수현
[더,오래] 정수현의 세상사 바둑 한판(23)
 바둑에서는 공격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상황이나 약점 등을 고려한 후에 도전하라고 조언한다. 사진은 지난 1월 29일 일본 도쿄 일본기원에서 열린 제3회 월드바둑챔피언십(WBC) 국제예선 시니어조 결승에서 유창혁 9단의 모습.<저작권자 ⓒ 1980-201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바둑에서는 공격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상황이나 약점 등을 고려한 후에 도전하라고 조언한다. 사진은 지난 1월 29일 일본 도쿄 일본기원에서 열린 제3회 월드바둑챔피언십(WBC) 국제예선 시니어조 결승에서 유창혁 9단의 모습.<저작권자 ⓒ 1980-201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창업이나 투자 등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할 때 사람들은 대부분 그 일이 유망한지를 검토할 것이다. 검토한 결과 유망하다고 판단하면 과감하게 도전을 한다. 유망한 사업에 공격적으로 도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바둑에서는 좀 색다른 조언을 한다. 그것은 공격하기 전에 먼저 자신부터 돌아보라는 것이다. 자신의 상황이나 약점 등을 고려한 후에 도전하라고 한다.
 
바둑 십계명 ‘공피고아’
바둑 십계명인 ‘위기십결’에는 ‘공피고아(攻彼顧我)’라는 격언이 있다. 적을 공격하기 전에 자신부터 살펴보라는 뜻. 이것은 일반 바둑팬은 물론 프로기사에게도 매우 중요한 금언이다. 왜냐하면 자기 돌의 안전을 돌보지 않고 상대편 돌을 쫓다가 망하는 경우가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공격은 바둑에서 가장 신나는 전술이다. 사냥꾼처럼 상대방의 대마를 잡으려고 쫓을 때 누구나 신바람이 난다. 이때 적군을 공격하는 데 신경이 쏠려 자신의 약점을 보지 못한다. 그러다가 달아나던 적군이 갑자기 허를 찔러와 역습하는 일이 일어난다. 그러면 공격자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거나, 심할 경우 역으로 잡혀 망하기도 한다.
 
바둑 십계명인 '위기십결'에는 '공피고아'라는 격언이 있다. 적을 공격하기 전에 자신부터 살펴보라는 뜻이다. 사진은 지난해 중국 저장성 닝보시에서 열린 제12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4강전에서 정환 9단(오른쪽)과 중국 커제 9단이 대결하고 있는 모습.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바둑 십계명인 '위기십결'에는 '공피고아'라는 격언이 있다. 적을 공격하기 전에 자신부터 살펴보라는 뜻이다. 사진은 지난해 중국 저장성 닝보시에서 열린 제12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4강전에서 정환 9단(오른쪽)과 중국 커제 9단이 대결하고 있는 모습.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삶의 현장에서도 자신의 상황을 돌아보지 않고 도전할 경우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경제적 여력, 어려운 상황에서의 대응능력 등을 고려해 공격할 필요가 있다.
 
바둑에서나 인생에서 공피고아가 필요한 이유는 근본적으로 인간의 본성과 관계가 있다. 사람은 본래 자신보다 남의 약점을 잘 보는 동물이다. 남의 사소한 잘못이나 약점을 잘 찾아낸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과오나 약점은 잘 보지 못한다. 또한 보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공격을 해 놓고 후회하는 일이 일어난다.
 
공피고아는 바둑뿐만 아니라 생존경쟁의 성격을 띤 많은 활동에 두루 적용될 수 있다. 『삼국지』나 『손자병법』 등 전쟁을 다룬 이야기를 보면 달아나는 적을 신나게 쫓다가 매복에 걸려 역으로 섬멸당하는 내용이 많이 나온다.
 
전략가들은 적장의 성격 스타일을 고려해 일부러 공격을 유인하는 전략을 쓰기도 한다. 이럴 때 현명한 장수는 유인책에 걸려들지 않는다. 자신의 약점을 돌보지 않고 기분에 치우쳐 추격하다가는 위험하다고 판단해 적당히 쫓다가 공격을 멈춘다.
 
사마의. 위나라 조조의 책사였던 사마의는 공격하지 않고 기다리는 전법을 써 최후의 승자가 되었다. [사진 위키백과(public domain)]

사마의. 위나라 조조의 책사였던 사마의는 공격하지 않고 기다리는 전법을 써 최후의 승자가 되었다. [사진 위키백과(public domain)]

 
고전적인 병법에서 공피고아의 극치는 아마도 『삼국지』에 나오는 사마의가 아닐까 싶다. 위나라 조조의 책사였던 사마의는 뛰어난 전략가였음에도 촉나라의 제갈량을 만나 번번이 패퇴 당한다. 그러자 사마의는 공격을 하지 않고 기다리는 전법을 썼다.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제갈량은 사마의를 전장으로 끌어내 최후의 일전을 기하려고 했다. 그러나 아무리 유인해도 사마의는 응대하지 않았다. 제갈량은 치마를 입은 병사를 내보내 사마의의 비겁한 태도를 희롱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사마의의 부하 장수들은 분을 참지 못하고 성문을 열고 싸우자고 했다. 그러나 사마의는 말렸다. 결국 제갈량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고 마침내 사마의가 최후의 승자가 되었다.
 
공피고아 vs 내로남불
공피고아는 사람과의 관계에도 적용된다. 남을 비판하거나 욕을 하려고 할 때 먼저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남을 비판하는 나는 과연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지 자기의 모습을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공피고아를 실천한다면 ‘내로남불’이라는 말은 사라질 것이다.
 
인생의 바둑판에서 공격적인 전략을 시도하려고 할 때 자신의 약점은 무엇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묻지마 투자 식으로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돌격해서는 안 된다. 또한 남을 비난하고 싶을 때 먼저 자신의 과오는 없는지 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