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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가 스펙 경쟁 시대라면 21세기는 교양 경쟁 시대

“트렌드 예측서는 현대 비즈니스맨들의 신경 안정제죠.”
 
전작 『물욕 없는 세계』에서 소비 사회의 종말을 목도하며 시간·경험·질 같은 비물질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쪽으로 변화하는 현재를 진단했던 스가쓰케 마사노부(54)가 이번에는 미래 예측서를 들고 나왔다. 그는 일본 ‘에스콰이어’‘컴포지트’ 등 여러 잡지 편집부에서 일한 편집자이자 크리에이티브 컴퍼니 ‘구텐베르크 오케스트라’의 대표이사다.  
 
요즘 서점 판매대를 가득 채우고 있는 트렌드 예측서에 대해 “책을 읽는 2시간 동안 안정감을 주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라고 평가한 스가쓰케씨는 자신의 신작이 “트렌드 예측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트렌드 예측서가 기상 예보라면 『앞으로의 교양』은 기후 변동에 관해 이야기 하는 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에서 가장 앞서가는 사람들과 인터뷰한 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답을 받았기 때문에 남다른 통찰이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 또한 내비쳤다.  
 
지난 2월 한국을 방문한 '앞으로의 교양'의 저자 스가쓰케 마사노부씨. 김경록 기자

지난 2월 한국을 방문한 '앞으로의 교양'의 저자 스가쓰케 마사노부씨. 김경록 기자

 
트렌드 예측서 홍수 시대다. 모두 한치 앞도 가늠하기 어려운 안개 속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때 『앞으로의 교양』은 트렌드가 아니라 교양을 얘기한다. 미래 세계는 어떻게 변화할지, 이에 대비해 우리가 알아둬야 할 교양은 무엇인지 탐구했다. 
 
이 책은 지난 2015년부터 약 1년 동안 일본 도쿄의 라이프스타일 서점 ‘츠타야’에서 이루어진 연속 대담 기획을 통해 만들어졌다. 한 달에 한 번 스가쓰케씨가 각 분야의 전문가 12인을 초청해 대담 형식의 토크 이벤트를 열었고 그 중 11명과의 대담을 묶은 것이다. 미디어·디자인·건축부터 문학·사상·경제·인류·생명 등 다양한 분야의 미래를 진지하게 다뤘다. 지난 2월 한국을 방문한 스가쓰케 마사노부씨를 직접 만나 이 대담을 통해 그가 발견한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책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눴다.  
 
앞으로의 교양

앞으로의 교양

 
대담자의 면면이 화려하다.  
각자의 장르에서 일본에서 가장 머리가 좋을 것 같은 분들을 선정했다. 특히 '무인양품'의 아트 디렉터 하라 켄야 씨는 일본 디자인계에서는 왕과도 같은 존재다. 대담을 나눴던 ‘츠타야’ 서점의 CI(Corporate Identity·기업 이미지)도 그가 작업했다. 센다이 미디어센터를 디자인한 일본 건축계의 거장 이토 토요씨도 만났다.  
 
미래 예측서라고 했는데.  
『물욕 없는 세계』를 쓸 때 선진국 소비 사회의 변화가 격심하다는 것을 절절히 느꼈다. 책을 낸 후에는 미래가 어떻게 될지 가장 흥미가 있었다. 그때 마침 츠타야에서 정기 토크 이벤트를 제안받았다. 특히 AI(인공지능) 등 앞으로 생명 분야나 철학, 사상 쪽이 어떻게 변화할지 본질적인 것이 궁금했다.  
 
대담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저녁 8시에 시작해 11시 정도에 끝나는 대담이라 그냥 오는 사람보다 뭔가를 알아가겠다는 목적의식이 있는 수준 높은 관객들이 대부분 자리를 채웠다. 아마도 크리에이티브 관련 업계 사람들이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에서도 요즘 이런 강연들이 붐이다. 왜 그럴까.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지식 욕구가 커진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행사를 주최할만한 상점이 늘어나서일 것이다. 요즘 상점들은 물건만 팔아서는 안 되고 이벤트를 해야 살아남는다. 물건은 온라인에서 더 싸게 살 수 있다. 현장에서 체험할 수 있는 무언가를 제공해야 사람이 온다. 또 다른 이유는 평생 학습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장수 시대이기도 하고 평생직장 개념이 없어졌다. 지식이 꼭 필요하다.  
 
책의 앞부분, 건축·미디어·디자인 등 라이프스타일 관련 테마 강연이 특히 인기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 때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해진 시대다. 20세기까지는 제품 스펙이나 파는 장소, 가격 이런 것들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제품 스펙과 가격 경쟁이 거의 끝난 시대다. 커피를 예로 들면 어느 커피점을 가도 가격이 비슷하다. 가격으로 차별화할 게 아니라 색다른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해야 한다. 매장을 어떻게 꾸미고, 어떤 음악을 틀지, 어떤 미학을 갖고 서비스를 제공할 지가 중요해졌다. 20세기가 스펙 경쟁 시대라면 21세기는 라이프스타일 경쟁 시대다. 좋은 라이프스타일은 문화적인 힘에서 나온다. ‘문화력(力)’으로 경쟁해야 한다는 얘기다. 책에서는 ‘교양’이라는 비유적 표현을 썼지만 결국 이 ‘문화력’에 대한 이야기다.  
 
요즘 한국에서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예측하는 트렌드 서적이 인기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인기다. 현대 비즈니스맨들의 신경 안정제인데, 약과 마찬가지로 잘 안 듣는다. 2시간 정도면 읽는데, 읽는 동안만 안정감을 준다는 점에서 2시간짜리 신경 안정제다. (웃음)  
 
그럼 당신의 책은 몇 시간 짜린가.  
글쎄, 측정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인 트렌드 서적이라고 오해하면서 이 책을 읽어주면 굉장히 반가울 것 같다. 지금 일본에서 가장 앞서가는 사람들과 만나서 근본적인 질문을 해봤다. 한 사람을 만날 때마다 거의 큰 박스 하나 가량의 책을 읽고 질문지를 만들었다. 책 속에 분명 지금 시대에 필요한 통찰이 있을 것이다.  
스가쓰케씨는 "물건이 너무 많아지면서 더이상 소비가 중요해진 시대가 아니게 됐다"며 "결국 내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라고 책을 펴낸 이유를 밝혔다. 김경록 기자

스가쓰케씨는 "물건이 너무 많아지면서 더이상 소비가 중요해진 시대가 아니게 됐다"며 "결국 내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라고 책을 펴낸 이유를 밝혔다. 김경록 기자

 
대화를 하고 나니 미래를 향한 길이 보였나.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어렴풋이 깨달은 게 있다면 인간이 별로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회나 기술, 경제는 격렬히 변하는데 인간 본성은 그대로다. 12명의 프런티어를 만났는데, 이 분들도 결국 인간 본성 같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답을 못 찾고 있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게 굉장히 공부가 됐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지금 당장 해결이 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평생 생각해도 해결되지 않는 주제에 매진하고 있었다. 그리고 답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고민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현대 사회에서 단순 지식은 인간이 AI(인공지능)를 따라갈 수 없다. 이런 시대일수록 ‘어떻게 살아야 할까’ ‘행복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깊고 큰 주제를 가지고 본질적인 질문을 하면서 사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대화에서 가장 깊이 공감됐던 부분은.
철학자 아즈마 히로키씨와의 대담이다. 그가 “철학은 아무 데도 쓸 데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철학이 필요한 것”이라고 했던 말에 굉장히 공감했다. 우리 인생에도 답이 없지만 계속 생각하는 것. 그것이 중요한 것 같다.  
"크리에이터로서 시대를 뛰어넘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익숙한 것보다 잘 모르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스가쓰케씨는 "특히 눈과 귀와 입 등 자신의 감각에 닿는 것들을 좋은 것만 선별해 계속해서 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크리에이터로서 시대를 뛰어넘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익숙한 것보다 잘 모르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스가쓰케씨는 "특히 눈과 귀와 입 등 자신의 감각에 닿는 것들을 좋은 것만 선별해 계속해서 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남보다 조금 더 예민하게 미래를 응시할 수 있는 비결이 있을까.  
전문가를 만나는 것, 그리고 여행을 하는 것이 비결이다. 지난주에 취재차 러시아에 가서 AI 전문가를 만났다. 어렴풋이 미래가 보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여행은 인간의 뇌를 활성화한다. 모르는 사람이나 장소를 봐야 한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데 학생들에게 늘 자신에게 지적 자극을 주는 것만 찾아다니라고 조언한다. 일상을 농밀하게 사용하란 얘기다. 무엇보다 미래를 알고 싶다는 마음을 계속 간직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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